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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찾아오는 마녀시간

생후 30일

by 날찌

2023.12.27(수)


오후 6시 오늘도 너는 대차게 울기 시작하는구나. 어찌나 우렁차게 우는지 너를 재운다고 어깨 위로 안아 들었다가 귀가 멀어버리는 줄 알았다. 애플 워치를 하고 있었다면 청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점까지 데시벨이 올라갔다고 알람이 왔겠다 싶을 정도였다니까. 이 정도면 옆집 윗집 사람들이 못 살겠다고 쳐들어오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기도 해. 다행히 아직까지는 잠잠하단다.


기저귀도 갈아주고 밥도 충분히 먹었고 트림도 시켰는데 왜 우는지 엄마는 알 수가 없네. 사람들은 이걸 마녀시간이라고 부르면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생체리듬을 맞추기 위한 준비과정이라 스스로 잠들 수 있는 시점이 되면 사라진다고들 하던데 엄마 아빠의 체력이 이 시간을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이야.


사실 얼마 전에는 엄마가 이성을 잃고 너를 면전에 두고 한숨을 퍽퍽 쉬어댔는데, 아빠에게 혼났지 뭐니. 그래도 젠틀한 아빠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본인이 달랠 테니 좀 쉬라"면서 너를 안아 데려가더라. 같이 화내지 않아 줘서 고맙고, 화내버린 엄마를 막 나무라지 않아서 참 고마웠어. 우리 톤톤이는 성질 급한 엄마 말고 느긋하고 젠틀한 아빠의 성향을 많이 닮았으면 좋겠구나.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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