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72일
2024.02.07(수)
새로운 집에서 톤톤이와 함께한 지 벌써 3일째야. 아빠의 출퇴근 거리가 30분씩 늘어나서 엄마랑 톤톤이가 단 둘이 보내는 시간이 좀 더 늘어났는데 엄마는 아직 이 집이 익숙하지 않아서 너를 혼자서 돌보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네. 금요일 설 연휴가 시작되면 아빠가 있으니 집 안 동선을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가구 배치를 다시 해봐야겠다.
사실은 지금 당장이라도 바꾸고 싶은데 아빠가 엄청 피곤해 보여서 말을 못 꺼내겠어. 아음이 너를 재우고 엄마가 이 글을 쓰는 동안 아빠에게 미션을 3개를 줬거든? 기저귀 채워 넣기, 빨래 개키기, 가습기 물 채우기 이렇게 다 하고 나더니 ‘이제 쉴 수 있다 야호’하는 표정으로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는데 그 행복을 차마 깰 수가 없구나. 엄마가 며칠만 더 참아보기로 한다.
아 맞다. 엄마가 오늘 아음이 코를 뻥 뚫어줬어. 평소에는 아기용 생리식염수인 오트리빈 베이비를 뿌려두고 콧구멍에 하얗게 콧물 뭉친 게 시야에 잡히면 집게로 끄집어내곤 했단다. 하지만 아음이 네가 가만히 있어줄 리 만무하고 집게로 꽤 깊숙이 넣어 집어야 할 때도 있어서 코 속에 상처가 생겨 2차 감염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더라고. 그리고 가끔은 꺼내려다 실패하면 콧물이 오히려 코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 버리는 날도 많았어.
그래서 결국 평소 눈여겨보던 수동 콧물 흡입기를 쿠팡으로 구매했단다. 오늘 처음으로 써봤는데 더 빨리 사서 써볼 걸 싶었다. 코에 조준하고 네 입을 벌린 다음 입으로 빨아들이는 방식인데 혼자 하는 게 조금 벅차긴 해도 콧물이 꽤 잘 빨려 나오더구나. 왕건이가 빨려 나오는데 쾌감이 상당했어. 집게로 할 때보다 속전속결로 빠져나오니 너도 훨씬 덜 울었(?)단다. 아빠가 있을 때 본격적으로 콧물을 빼봐야겠어.
콧물을 제거해서 그런지 네가 더 잘 자는 것 같구나. 아주 뿌듯해. (뭐 콧물 안 뺐던 어제도 8시간 통잠을 잔 너라 꼭 콧물을 제거해줘서 잘 자는 건 아니겠지만) 오늘도 푹 자렴.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