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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찌 Mar 04. 2024

아빠의 하얀 머리

생후 79일

2024.02.14(수)


아빠는 새치가 꽤 많은 편이야. 20대 때부터 새치 염색을 해왔다 하더라고. 그런데 최근에 너를 키우며 미용실 가기가 여의치 않아 머리가 하얗게 세었단다. 게다가 머리도 못 잘라 장발이 되었는데 엄청 답답했는지 지난주에는 바버샵을 다녀오더라. 머리를 자르고 왔는데 바버샵 사장님께 새치와 관련해 나눈 이야기를 하나 들려줬어. 이 이야기가 흥미로워 너에게도 들려줄까 한다.


바버샵 사장님은 어머님이 40대에 낳은 늦둥이였다고 하더라고. 어릴 때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는데 친구들이 사장님 어머니께 “할머니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다는 거야. 그게 어찌나 충격이었던지 나중에 사장님도 새치가 나기 시작할 때 딸들이 자기와 같은 경험을 겪지 않게 하려고 검은색으로 염색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으셨다고 하더래. 어쩌다 염색을 못하면 딸들이 “아빠 머리는 왜 하얘”라고 물어보곤 했는데 그때마다 일부러 “하얗게 염색한 거야”라고 대답했다고.


그 말을 듣고는 자기도 염색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구나. 엄마가 그렇게 새치염색하라고 할 때는 “나중에”라고 대답하더니 오늘 들은 이야기가 꽤 충격이었나봐. 너에게 그런 경험을 주고 싶지 않은 것 같구나. 엄마가 바버샵 사장님께 절이라도 해야겠어.


조명에 비춰 더 하얗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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