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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찌 Mar 06. 2024

코 청소에 관하여

생후 86일

2024.02.21(수)


코끼리 코뻥으로 코청소를 하다가 피를 봤다. 겨울이라 건조하기도 하지만 내가 너무 세게 빨아들였나? 안 그래도 네가 너무 힘들어해서 흡입 세기를 줄여야 하나 했는데 그랬더니 코가 안 나오는 거 같아 욕심을 냈거든. 근데 이건 아닌가봐. 좀 안 나오는 거 같아도 시간을 들여 천천히 해봐야겠다. 그리고 안 빨리는 점액은 집게가 아니라 면봉으로 빼내야겠어.


사실 얼마전에 네가 코를 뺄 때 너무 힘들어하니까 할머니는 이 코청소를 꼭 해야되는거냐고 물어보신다. 엄마 어릴 때는 그런 거 안 해줬다며. 콧물흡입기 회사의 상술인지는 모르겠으나 아가들이 코가 막혀 숨을 쉬지 못해 얼굴이 빨개져 응급실로 실려갔다는 짤이 SNS에 꽤 돌아다니는데 어떻게 코청소를 안 하겠니. 그리고 너도 코청소를 며칠 안 하면 그릉그릉하는 소리를 내는데 혹시라도 숨 못 쉴까 걱정되는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고민이 많은 건 사실이야. 코 청소할 때 느껴지는 압력이 너를 힘들게 하는지 정말 악을 바락바락 지르며 우는데 이걸 계속 하는 게 맞는건지 원. 지금보다는 살살 흡입하려고 노력하면서 조금만 더 고민해봐야겠다.


조만간 콧물 빼다 대성통곡할 미래도 모르고 해맑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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