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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찌 Apr 04. 2024

똥과 오줌 속 피어나는 웃음

생후 105일

2024.03.11(월)


지난 주말에 밥을 먹다가 네가 대변 누는 소리를 들었지만 밥을 다 먹고 치우겠다는 오만한 생각을 했다가 똥이 잔뜩 새는 대참사가 생겼다. 육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바운서는 똥운서라고 불리우는데 너도 바운에 앉으면 대변을 잘 눈단다. 그런데 앉아 있는 각도가 조금 낮거나 발버둥을 많이 쳐 기저귀가 내려갔다면 가끔 기저귀가 새는 불상사가 생기는거지.


그날도 네 옷을 모두 벗기고 물로 엉덩이와 등을 깨끗이 씻기고 나왔는데 갑자기 아빠가 기왕 옷 다 벗긴 거 날개 소품 있는 걸로 기념사진이나 찍자는 거야. 좋은 생각이라며 러그를 깔았지. 엎드린 자세에서 오줌을 눈 경우가 많아서 “오줌 싸기 전에 얼른 옷 입히자”라고 말하는 순간 러그 위에 노란색 액체가 퍼지네. 꺅 사달 났네 사달 났어. 순간적으로 약속이라도 한 듯 엄마는 너를 들어 올려 화장실로 달려가고 아빠는 물티슈를 꺼내와 러그 위를 닦았다. 


화장실에 들어오고 보니 네 온몸에 오줌이 묻어 결국 세면대에 물을 담아 너를 그 물속에 담가버렸어. 그랬더니 목욕하는 줄 알고 발을 어찌나 뻥뻥 차대는지. 적당히 몸을 닦이고 나왔는데 평소와 다르게 빠르게 목욕이 끝난 것 같은지 엄청나게 울더라. 그래서 널 달래고 옷을 입히는 데 애를 좀 먹었다. 모든 상황이 종료되고 한숨 돌리며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멍하니 있다가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한참을 웃어댔다. 상황을 복기해보니 너무 웃기더라고. (지금 생각하면 좀 아찔한데 이날은 왜 그렇게 웃겼는지 ㅎㅎㅎ)


오늘도 분유를 먹다가 얼굴이 시뻘게지더니 이내 뿌지직 소리가 들린다. 얼른 젖병을 떼고 적당히 트림 시킨 뒤 너를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손에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지는거야. 엄마 바지 위로 똥이 흘러내리는 건 순식간이었지. 엄마는 얼른 화장실로 뛰어갔고 아빠는 헨젤과 그레텔의 빵조각을 따라오듯 엄마가 흘리고 간 똥을 졸졸 쫓아오며 바닥을 물티슈로 닦더라.


엄마아빠는 이런 상황이 반복될 때마다 너무 웃겨서 한참을 웃곤 한다.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라고. 덕분에 천사 샷도 찍었고 말이야. 하루하루가 다이나믹한데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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