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씽, 땀 범벅 러닝
#카마트카라사나(와일드씽)
사이드 플랭크를 편안하게 성공했다. 그것도 팔을 굽히고도 아니고 편 상태로. 아이를 들고 집안일을 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팔에 근육이 생긴 건가. 사이드 플랭크가 되니까 이전에 힘들어하던 와일드씽 자세가 한결 편해졌다. 그전에는 팔의 힘으로만 몸의 무게를 지지했는지 팔목이 많이 아팠던 기억이 있다. '아 이 동작 알지 알지' 하면서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상체를 길게 뻗어 올리려고 하는데 선생님이 그 전에 지면에 다른 세 지점이 단단하게 자리 잡았는지를 먼저 체크해보라고 말씀해 주신 게 신의 한 수였다. 이 동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발의 옆 날과 뒤로 지지한 발 그리고 팔까지 세 꼭짓점에 무게를 적절히 분산해서 힘을 주는 거구나. 그렇게 단단함을 느낀 상태에서 손바닥으로 지면을 밀어내는 힘으로 바닥 쪽 옆구리와 가슴을 활짝 펼쳐냈다. 팔목과 팔에 부담이 덜하면서도 훨씬 단단하고 유연하게 몸이 펼쳐졌다. 정말 많이 했던 자세인데 이렇게 새롭게 느껴지다니. 너무 좋다.
#인연
오늘 수업은 나 포함 2명. 수업을 다 듣고 나서 선생님이 "공교롭게도 두 분 다 출산하신 지 얼마 안 되셨는데 두 분 다 너무 잘 집중해 주셔서 너무 좋은 기운 받은 거 같아요"라고 말씀하시는데 '와 이런 인연이?' 신기했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세상에 출산일이 똑같았다. 같은 요가원에서 만난 것도 인연인데 출산한 날까지 같을 수가. 같은 공간과 운동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아하는 것들의 결이 같은 확률이 높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좋은 인연으로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좀 더 겪어봐야겠지만 조리원에서도 안 만들었던 친구를 만들게 될지도.
#우중러닝은 아니었지만
무릎이 조금 안 좋아 달리기를 일주일 쉬었다. 쉬면서도 역시 출산 100일도 안 되어 달리기를 시작한 게 조금 무리였나 이러다 통증이 오래가면 어쩌지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일주일 만에 어느 정도 회복된 것 같다. 달리기를 쉬는 동안 요가를 열심히 한 덕분도 있는 것 같고. 사실 오늘 일기예보를 보니 요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이 비 소식이 있어서 오랜만의 우중런을 조금 기대하고 발수 재킷까지 챙겨 입었다. 요가원을 나설 때 사람들이 우산을 들고 있길래 내심 기분이 좋았는데 막상 나와보니 한두방울 내리던 비가 금세 그쳤다. 조금 아쉬웠지만 비 냄새 가득한 공기를 마시고 비에 젖은 길을 걷는 것만으로 우중런 기분만 내보았다. 한참을 달리니 발수 재킷 안이 땀으로 범벅이다. 요가하면서도 오랜만에 매트에 땀이 뚝뚝 떨어져 꽤 집중했구나 싶었는데 달리면서도 땀이 줄줄 흐르니 엄청난 성취감이 차올랐다. 그리고 오랜만에 땀 범벅인 내가 너무 맘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