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행길, 안내자, 무릎보호대
#당근, 초행길
아이가 요즘 바운서에서 복근 운동을 하듯 다리를 들고 허리를 굽히는 모양새가 앉아있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당근으로 소프트 의자를 구매했다. 육아용품 당근은 문고리 거래가 많아서 판매자 집 현관까지 찾아가야 한다. 오늘 거래도 예외는 아니었다. 찾아보니 처음 가보는 곳인데 평소 달리던 코스에서 많이 멀지 않아서 이왕 나가는 거 그쪽 방향으로 딱 30분 달리고 물건을 가지러 가기로 했다. 달리기 막판에는 당근 거래할 아파트 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초행길이라 많이 헤맸다. 몇 번을 오르락내리락했는지. 좀 뜬금없긴 한데 이미 다녀간 길, 누군가 먼저 지나가 보고 알려준 길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다시 생각해도 진짜 뜬금없었는데 그 뒤 생각은 더 뜬금없다)
#안내자
'엄마이면서 일하는 여성'으로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지 그 길을 몰라 임신을 결심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과거가 떠올랐다. 임신 초기에도 임산부와 함께 일하는 게 처음이라고 말하며 하나부터 열까지 신기해하던 젊은 여성 동료들을 보며 그들에게 좋은 선례로 남고 싶다는 의무감이 생겼었다. 그들에게 임신하고도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고 출산하고도 엄마로서의 자아와 커리어의 꿈을 키워나가는 한 사람으로서의 자아가 공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만약 그 길이 초행길이라 무섭게 느껴진다면 내가 그 길의 안내자가 되어주리라 생각했다. (그나저나 왜 불현듯 이 생각이 다시 떠올랐는지 진짜로 모르겠네)
#무릎보호대
엊그제는 플로우 요가를 하고 몸이 풀린 상태에서 뛰었지만 오늘은 바로 뛰는 거라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다 해도 조금 불안해서 무릎보호대를 차고 달렸다. 1년 전에는 무릎이 아팠던 적이 한 번도 없어서 10K를 뛸 때나 가끔 하던 건데 이걸 다시 찾게 될 줄이야. 확실히 보호대를 착용하니 충격이 덜하다. 덕분에 자세가 잡히고 속도도 710에서 631까지 조금씩 끌어올릴 수 있었다. '30분 달리기 도전' 프로그램도 어느덧 4주 2회차 훈련을 마쳤다. 다음 달리기를 마치면 딱 절반. 1주차에 1분 뛰고 2분 걷는 것도 약간 벅찼는데 역시나 꾸준한 달리기는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어느새 3분 뛰기까지 왔다. 이제 다음달이면 10분 달리는 회차까지 갈텐데 그때까지 다치지 말고 조심히 달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