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월급과 맞바꾼 발리에서의 소중한 휴식
퇴직 대신 무급 휴직을 받았다. 자 이제 뭐 하지?
휴직기간이 '한달'이다 보니, 그동안 다양한 매체에서 자연스럽게 접했던 '한달살이'가 연상됐다. 꽤 오랜 시간 동안 한달살기 열풍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으니 그럴만도 했다.
한달살기를 먼저 경험해 본 많은 사람들의 글과 사진 속에는 내가 원했던 모습이 보였다. 몸과 마음의 고단함을 내려놓기도 하고, 새로운 자극을 받아 다시 활기를 찾는 그런 모습.
마치 내가 이전부터 계속 살아오던 동네인 것처럼,
남들은 모르는 숨은 맛집을 알고,
매일 가는 단골 식당과 카페가 있어 매일 출근도장은 찍고,
현지 언어를 배우고,
현지인 친구들과 친해져 그들만 아는 힙한 정보들도 얻고.
멋있어 보였다.
물론 꼭 저렇게 현지 사람처럼 한달살기를 충실히 이행해야겠다는 부담감은 가지지 않았다. 여행자처럼 많은 경험도 해보고 싶고, 평소 해보고 싶었던 새로운 도전도 많이 해보고, 그냥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한 달을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
어디가 좋을까?
일단 기간은 8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로 정해져 있었고,
예산 때문에 동남아를 고려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건기인 곳만 솎아냈다.
(동남아는 우기 시즌에 갔다가는 자칫 비만 맞다 돌아올 수 있다...)
그리고 한창 재미를 붙이고 있던 요가와 자전거로 낯선 곳에서 일상을 유지하면서도,
평소 해보고 싶었던 서핑이나 스쿠버다이빙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다고 생각했다.
원하는 조건을 다 생각하고 나서 멍...하니 노트북 모니터만 바라보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 반, 기대 반으로 구글 검색창에 ‘건기, 서핑, 스쿠버다이빙, 요가, 자전거’를 무작정 검색 엔진에 입력해봤는데...
발리 너는 내 운명? 이미 요기(Yogi)들의 한 달 살기로 유명한 곳이라 내 일상까지 지켜줄 수 있으면서, 새로운 도전까지 할 수 있다니 더 이상 결정을 늦출 이유가 없었다.
(생각보다 빠른 결정에 너가 진짜 갈 줄 몰랐다는 신랑의 당황한 얼굴을 뒤로 하고)
그렇게 나는 발리에서 살아보기로 했다.
Photo by Dmitry Novikov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