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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찌 Jun 13. 2022

20년 만에 수영장에 간 이유

두 권의 책이 불러일으킨 기적

어쩌다 20년 만에 수영을 다시 시작했냐고? 이게 다 4월 즈음 읽은 두 권의 책 때문이다.


『하와이 수영장』 원체 물놀이라면 환장하는지라, 파아란 수영장 바닥이 표지인  책을 사지 않을  없었다.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레 사두기만 하고 읽지 않았던 수영장 에세지 『스무스』까지 호로록 읽게 됐는데,   권의 책을  읽고 나니, 아주 오랫동안 외면하고 있던  안의 수영 DNA 깨어나버린거다.

매력적인 파아란 표지들




몸과 마음의 건강함이 우선이라 생각하신 우리 부모님은 나의 첫 사회생활(?)을 YMCA 아기스포츠단으로 결정하셨다. 아기스포츠단 활동에는 특히나 물놀이가 많았는데 그 덕분에 미취학 아동일 때부터 수영을 접할 수 있었고,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시내의 스포츠센터에서 어린이 수영 강습을 꽤 오래 들었다. 사실은 수영장에서 먹는 라면과 수영을 마치고 나오면 나를 기다리는 번데기가 맛있어서 수영장을 좋아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신문지를 아이스크림 콘처럼 돌돌 말아 굵은 소금을 퐉퐉 친 번데기는 정말 꿀 맛이었다. 츄릅


여하튼 지금까지도 나에게 수영장이며 바다며 물이 있는 곳은 즐거운 놀이터다. 여기서 반전은 물에 대한 친근감과는 다르게 중학교 때 이후로 수영장을 제대로 가본 적이 없다는 거다. 사실 강습을 신청한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매번 그놈의 수영장 내 관계가 항상 문제였다. 강습으로 실력은 늘리고 싶은데, 강사의 불쾌한 언사에 혹은 다른 수강생들의 투머치한 관심으로 매번 수영장에 가는 게 불편해졌고, 결국 다음 달 강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런데 두 책을 읽으면서 그간 내가 수영장에 가지 못한다고 들었던 이유들은 모두 핑계라고, 정곡을 찔린 기분이었다. 자유수영을 하면 그만인걸! 사실 자유수영으로 어떻게 운동이 되지 항상 궁금했는데, 책의 저자가 영법별로 바퀴수를 정해놓고 유유자적 수영을 하는 내용을 읽고 이거다 싶었다. 책의 저자들은 수영을 1도 모르는 상태에서도 자유수영의 즐거움을 느꼈는데, 조기교육(?) 덕에 모든 영법이 가능한 나는 충분히 더 재미있게 수영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을 읽다 보니, 이런저런 이유 필요없고 그냥 수영이 너무 하고 싶어졌다. 보노보노(킥판을 끌어안고 둥둥 떠다니는) 놀이도 하고싶고, 자유형 팔의 각도, 발차기에서 갑자기 추진력이 느껴지는 그 느낌, 물속으로 다시 들어갈 때의 시선처리 등 책 속의 묘사가 너무나도 생생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영을 마치고 나와서 마시는 공기의 청량감이 기억났다. 아득한 기억 너머 수영장의 기억을 현실로 다시 가져오고 싶었다.




Photo by Serena Repice Lentin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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