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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찌 Jun 14. 2022

무리하지 말고 오늘은 여기까지

20년 만의 첫 수영은 내 맘 같지 않았다

두 권의 책이 나의 수영 DNA를 깨운 뒤, 수영 말고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수영을 하고 싶게 만든 두 권의 책은 아래 글에서)


필 받았을 때 당장 실행 계획을 짜고 움직이지 않으면 못 베기는 성격인데, 이번에는 수영장에 당장 달려가고 싶어 업무에 도저히 집중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결국 급 시차(시간 단위로 쓰는 연차)를 쓰고 수영장으로 달려가기로 결심했다. 물론 이때는 아직 4월경으로 코로나 확진자 줄어들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하루 확진자가 20만 명을 육박하고, 풀 재택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조심스러웠긴 했지만 이미 깨어나 버린 수영 DNA를 그냥 흘려보낼 수 없었다.


20대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잠깐 수영강습을 받았을 때 사용하던 수영복, 수모, 수경이 생각나 옷장에서 발굴(?)해 주섬주섬 꺼내보았다. 다행히 수모, 수경은 아직 쓸만해 보였는데 문제는 수영복이었다. 허벅지에 걸려 도무지 올라오지 않는 수영복을 보고 날씬하던 20대 때 입던 수영복에 30대의 비루한 몸뚱이를 끼워 넣으려는 생각부터가 잘못됐다는 걸 깨닫고 결국 수영복은 수영장 근처에서 구매하기로 했다. 드디어 룰루랄라 수영장으로 향했다




수영장 근처 수영용품 매장에 제일 먼저 들렀고, 다행히 도매가로 판매하는 곳이라 불어난 몸을 감당할 수 있는 사이즈의 무난한 디자인의 수영복을 구매해, 떨리는 마음으로 수영장에 들어갔다. 입구에서부터 특유의 수영장 냄새가 매우 정겨웠다. 마치 고향에 온 느낌으로 수경을 메 만지며 조심스레 물에 몸을 담갔는데, 물은 생각보다 따뜻해 몸을 포근하게 안아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는 "처음 자유수영을 끊고 유유자적, 수영이라기보다는 물놀이에 가깝게 하고 싶은 대로 수영장을 누볐다" 『하와이 수영장』 저자의 글을 떠올리며, 나도 여유롭게 물속에 얼굴을 담갔는데...


음? 읔! 아푸푸


순간적으로 숨이 내 마음대로 안 쉬어지고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잠수 하나만으로 이렇게 숨이 차다고? 이상하다 여행지 숙소의 수영장, 워터파크, 바다에서 물놀이를 할 때는 괜찮았는데?' 그런데 좀 더 생각해보니 앞선 물놀이에서는 얼굴을 내놓고 평영 발차기로 헤엄을 치거나,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해 숨을 참지 않아도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름 아기스포츠단 출신이라고 자부했건만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근 20년간 수영장을 오지 않았던 몸뚱이를 직시하고 기본기부터 다시 차근히 연습해보기로 했다.


강습용 킥판을 집어와 발차기부터 해보는데 세상에 발차기도 힘에 부친다. 20년의 세월은 역시 무시할 수 없나 보다. 결국 첫날은 킥판 잡고 숨쉬기/발차기 연습만 주구장창 했던 것 같다. 숨에 허덕허덕 삐걱대는 몸을 이리저리 맞추다 보니 50분은 금방 지나갔다. 그래도 막판에는 숨쉬기와 발차기 모두 자연스러워지는 걸 보니, 기본에 충실하길 잘했다 싶다. 조금씩 꾸준히 하면 금방 나아질 거라 믿으며, 무리하지 말고 오늘은 여기까지!



2022년 4월 6일 (수요일)

오늘의 수영 로그

총 시간 : 56분 22초
거리 : 640M (20M * 32랩)
평균 심박수 : 128BPM




Photo by Haley Phelp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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