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은 빈 속에 수영하지 마세요
전날 드라마 마지막 편을 본 게 화근이었을까.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려서 움직일 때마다 골이 흔들리는 느낌이다. (왜 K-드라마는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눈물 콧물을 다 빼게 만드는 슬픈 플롯이 주를 이루는 걸까) 호기롭게 갔던 첫 수영 이후로 다음날은 일이 많아서, 그 다음날은 사무실에 출근해야 해서 수영장을 못 간 터라, 오늘도 안 가면 나 스스로에게 너무 실망하게 될까봐 기어이 수영가방을 메고 늦은 오후 수영장을 향했다.
주말이라 사람은 꽤 많았고, 물은 약간 차가웠다. 왜 첫날의 따뜻했던 느낌과 다르게 차가울까 갸우뚱했지만,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들어와서 그런가 하고 넘겨짚었다. 첫날 수영을 마칠 때쯤에 숨이 차는 현상은 금방 해소되었어서 그래도 수영 감각이 몸 깊숙한 곳 어딘가에 남아있었나보다 내심 기뻤었는데, 오늘도 다시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얼굴에서도 어마무시한 열이 올라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누가 보면 열 바퀴 쉬지 않고 돌고 온 사람인 줄 알겠네' 게다가 수경에 샴푸칠이 잘 안 됐는지(수경과 손에 물을 묻히지 않고 샴푸를 짜 문질문질하고 2-3분 정도만 뒀다 물로 헹궈내면 안티포그 제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동일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몸에 열이 계속 차올라서인지, 반 바퀴만 돌아도 수경이 뿌옇게 변해버려서 도저히 흐릿해지는 시야를 무시하고 남은 반 바퀴를 바로 이어서 돌 수가 없었다. 재택으로 그동안 피해온 코로나에 걸린 건 아닌지 겁이 날 정도였다.
결국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600M를 채우지 못하고 기진맥진해 샤워실로 향했다. 몽롱한 상태로 샤워를 하고 탈의실에 나와 거울을 보니 얼굴이 사과처럼 엄청나게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는데, 더 했으면 쓰러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수영장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직 쌀쌀한 날씨 덕에 몸의 열기가 조금씩 내려가는 게 느껴졌는데, 그 와중에 가게 매대에 있는 웨하스 과자를 보게 됐다. 어 이상하다. 순간적으로 입맛이 확 도는 걸? 순간 아 코로나는 아니겠구나 안도의 한숨을 쉬는 한편, 당이 급격히 떨어져서 갑자기 힘들었구나 깨달았다. 그렇다.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에서 충분한 에너지원을 섭취하지 않고 수영장을 가면 이렇게 되는거다.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엔, 너무 부담감 가지지 않고 푹 쉬거나, 하더라도 절대 빈 속으로 수영하지 않기로.
2022년 4월 9일 (토요일)
오늘의 수영 로그
총 시간 : 36분 04초
거리 : 460M (20M * 23랩)
평균 심박수 : 131BPM
Photo by Markus Spiske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