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은 아니어도 아침형 인간이 되기까지 6개월
아침형 인간은 절대 못돼요
나는 잠이 아주 많다. 아무도 건들지 않으면 신생아처럼 12시간 넘게도 잘 수 있고,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는 주말이면 언제나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침대 밖을 기어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다. 학생 때도 가능하면 오후로 몰아서 수강신청을 했고, 직장생활을 시작하고도 아침에 도저히 일어날 엄두가 나지 않아 옮기는 회사마다 직주근접을 외치며 자취생활을 했다. 집을 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은 회사까지 30분 이내 컷이 가능한 곳이었다.
그래도 가끔 아침에 사람의 뇌가 가장 팽팽 돌아갈 때라는데 나도 아침형 인간이 되어볼까 하는 욕심(?)을 부리며 시중에 나와있는 미라클 모닝 관련 책이란 책은 다 읽고 그때마다 차오르는 벅찬 감정의 연장선으로 알람 시간을 6시로 맞추곤 했는데, 동기부여가 확 되어있는 첫날은 상쾌하게 일어나지만 동기부여가 시들해지는 시간만큼이나 빠르게 기상시간도 원점으로 돌아가버리기 일쑤였다. 대개 3일을 넘기지 못했고, 어쩌다 오래간다 해도 한 달을 넘기지 못했기 때문에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나는 유전적으로 절대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없는 인간이라고 정의 내려버린 채로 30여 년을 살아왔다.
그래도 출근 10분 전 기상은 좀 아닌 거 같아
최근에는 코로나로 풀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그나마 8시에 일어나던 기상시간이 출근 10분 전인 8시 50분으로 바뀌었고, 물리적인 시간을 들여 퇴근하지 않아도 되니 일을 중단하지 못하고 거의 하루 종일 책상 앞에서 일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침대-책상-침대를 반복하는 일상에 나만을 위한 시간 따위는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SNS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기상 후 1시간』 이란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이 책은 여느 자기계발서와는 조금 달랐다.
이 책은 무조건 새벽같이 일어나서 내 시간을 가지라고 말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각자의 사정이 있기 때문에 각자에게 맞는 최적의 기상시간은 모두 다르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시간을 활용하면 조금이라도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으니 조금 일찍 일어나는 것을 실험해 각자 자신만의 최적의 기상 시간을 찾아보라 권한다.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너는 루저야 일찍 일어나!"가 아니라 "지금처럼도 충분히 괜찮은데, 그래도 너 자신을 위해 한 번 일찍 일어나 보는 게 어때?"로 느껴진달까.
조금 더 일찍 일어나는 실험
책을 읽다 보면 여러 사람들의 아침잠을 깨우는 루틴이 나온다. 타이머 기능이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해 눈 뜨자마자 딱 알맞은 온도로 모닝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해둔 사람, 일어나자마자 물 세잔을 마시는 사람, 일어나는 즉시 침대 옆에서 플랭크 2분을 하는 사람, 전날 저녁에 개켜둔 운동복으로 바로 갈아입고 밖으로 운동을 나가는 사람.
잠으로부터 뇌를 깨우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당장에 기상시간을 앞당겨 아침시간을 활용해 '하고 싶은 일' 목록을 작성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간의 수많은 실패 경험을 돌이켜보면 조금 다른 접근이 필요한 것은 자명했다. 각성 음료를 마시고 나면 당장 넘쳐나는 힘으로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지만 각성효과가 사라지고 나면 앞서 다 써 고갈된 에너지에 더 심한 피로감을 느끼는 것과 동일한 결과를 낳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기상시간을 당기는 게 목표지만 당장은 나만의 수면 패턴을 찾고 적당한 수면시간을 찾아내는 일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나의 수면 패턴을 알아가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기상시간을 찾아보기 위해 일단 책의 조언대로 기상시간을 5분~10분씩 당겨보기로 했다.
작은 성공 경험을 얻기 위해
재택근무로 8시 50분에 일어나는 생활을 1년 넘게 했지만, 그래도 지난 10여 년간 늦어도 8시에는 기상했었으니 노력하면 8시 기상은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기상 목표 시간을 8시 10분으로 잡았다. 왜냐고? 처음부터 만만한 목표를 세워 성공하는 경험을 쌓아나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작심삼일로 끝나버릴 게 무서웠기 때문에 무조건 성공할 수밖에 없는 목표를 세우기로 한 거다.
그리고 책에 나온 기상 직후 루틴들은 기상과는 또 다른 의지를 가지고 움직여야 하는 일들이라 나에겐 무리하고 생각했다. 물을 마시거나 세수를 하는 방법도 고민해봤지만 이것보다 훨씬 더 허들이 낮은 무언가가 필요했고 내가 선택한 건 양치였다. 자는 동안 생긴 입 안의 세균을 없애는 효과도 있으니 일석이조겠다 싶었다.
그리고 첫 주, 역시나 7시 56분에 일어난 첫날과 달리 둘째 날부터는 8시를 넘겨 일어났다. 8시로 기상시간을 잡았다면 실패했다는 죄책감에 또다시 금방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히 나는 기상시간을 만만한 8시 10분으로 설정해뒀고 그 덕분에 매일매일 작은 성공의 경험을 얻었다.
남들이 볼 때는 콧방귀를 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나에겐 평소보다 기상시간이 너무 빨라진 거라 11시만 되어도 눈이 저절로 감겼는데 그러면서 동시에 기상시간도 조금씩 빨라져 한 달쯤 되었을 때는 8시로 맞춰둔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지기 시작했다. 7시 50분 전후로 눈이 떠지기 시작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나는 기상 목표시간을 8시로 앞당겼다. 동일하게 성공하는 경험으로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3달 후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기상시간을 7시 30분까지 당길 수 있었다. 이 모든 게 작은 성공 경험을 누적시킨 결과였던 것 같다.
작심세달, 찾아온 슬럼프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3,3,3 슬럼프를 들어본 적이 있을 거다. 3일, 3개월, 3년마다 찾아온다는 슬럼프. 작은 성공 경험 전략으로 3일을 버텼더니 이번에는 3개월 슬럼프가 찾아왔다. 7시 반에 힘겹게 일어나 치약만 짜두고 결국 내면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다시 침대로 돌아갔다가 8시 반이 되어서야 일어나 양치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심지어 5월에는 자전거를 타다 심하게 넘어져 팔과 다리에 깁스를 하고 지내야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안 좋은 일들이 생기면서 거의 포기하기 직전까지 갔었다.
이런 내가 어떻게든 기상 루틴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응원해주는 사람'과 '기록물'이었다.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커뮤니티인 헤이조이스에서 참여했던 모닝/데일리 루틴 인증 모임이 있는데, 이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이 그 원동력 중 하나이다. 매번 작심삼일로 중간에 인증 창에서 연락두절이 되면 혹시 힘든 일 있냐, 잠시 쉬었다 돌아와도 되고 우리랑 같이 힘을 내도 된다라고 따뜻한 말을 건네주는 고마운 분들이다. 그렇게 잠시 쉬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모임에 참석하면 잘 왔다고 다시 한번 잘해보자 할 수 있다고 응원해주는 이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끊어질 듯 약한 실을 부여잡고 다시 시작하지 못했을 거다.
그리고 그동안 기록했던 치약 사진을 한 판으로 정리하면서 다시금 힘이 났다. 중간중간 목표한 시간보다 한참이나 지난 시간에 일어났던 사진이 간혹 섞여 있었지만 바로 뒤에는 또다시 원래의 페이스를 되찾은 사진들이 간혹 눈에 보였고, 큰 흐름에서 봤을 때는 점점 기상시간이 앞당겨지는 모습이 확실히 보였다. 조금씩 삐걱대지만 시간의 조각들을 모아놓고 보니 꽤 괜찮은 결과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나 자신이 대견했다. 작은 성공의 경험이 좀 더 큰 성공의 경험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6개월이 지나 생긴 변화
기상 시간 실험이라는 작은 시도가 6개월이 지난 지금 기상시간을 2시간 반이나 당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기상시간이 앞당겨지면서 아침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하는 즐거운 고민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어나서 15분 정도 플랭크와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독서하며 커피 한 잔을 하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었다. 그리고 여름이 다가오면서 수영장이 가고 싶어 졌는데 기상시간이 7시~7시반을 왔다 갔다 할 때라 아침 수영을 다녀오기엔 어려울 것 같아 차라리 출근시간을 8시로 앞당기고 4시 퇴근 후 수영장을 다녀오는 것으로 루틴에 변화를 주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기상 시간을 6시 반까지 앞당긴 상태라 다시 출근시간을 9시로 변경하고 아침 수영을 다니고 있다.
사실 아직 나의 실험은 끝나지 않았다. 코로나가 어느 정도 완화되면서 출근하는 횟수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반대급부로 줄어든 내 아침시간을 조금 더 확보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기상시간을 6시까지 앞당겨보는 게 새로운 목표가 되었다.
작심세달 4번만 하면 1년 됩니다
또다시 슬럼프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무섭지 않다. 작심삼일도 100번 하면 작심삽백일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작심세달 딱 4번만 하자. 그러면 1년은 금방 채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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