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성장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올 상반기 회사에서 몇 차례 이런 피드백을 받았다.
"날찌님은 일 너무 잘해주고 있는데, 다만 날찌님이 말씀하시는 게 가끔 주니어에게는 엄격한 정답처럼 느껴져 부담감을 주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처음 이 피드백을 들었을 때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다. 난 결코 정답을 말한 게 아니고, 누구나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먼저 경험한 나는 이런 식으로 풀었다'라고 경험을 공유해 그들의 고민의 방향을 잡아주려고 한건데, 그걸 정답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생각을 고쳐먹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반감도 들었다. 소중한 나의 자산을 공유하는 데 고약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도 피드백은 피드백이므로 '정답처럼 느끼지 않게 도움을 주는 방법'을 고민해봤지만 아무리 고민해봐도 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결국엔 일체 조언을 하지 않는 편을 선택했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흘렀고, 그동안 나는 최대한 침묵하며 그저 내 일을 하며 기다렸다. 결론적으로 그들은 스스로 더듬더듬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갔다. 결국 나의 침묵이 그들을 한 단계 성장시킨 거다. 조언보다 침묵이 나을 때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이었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그들의 성공에 도움이 되는 멋진 선배가 되고 싶다. 앞으로 언젠가는 시니어를 넘어서 직책을 맡게 되는 순간도 분명히 올 텐데 침묵이 아니라 진짜 제대로 된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책을 읽다 마치 나의 고민의 응답을 해주는 듯한 구절을 발견했다.
당신의 성공 비결 따위는 상대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두둥...
게다가 실패 경험을 얘기하라고? 두둥 x 2
다른 사람에게 본인의 실패 경험을 이야기하는 게 과연 쉬운 일인가?
적어도 나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실패하고 끝난 경험은 대부분 기억하지 못한..., 아니지 기억하지 않았다. 내가 기억하는 실패 경험담은 온통 '실패한 이후 그 실패를 어떻게 극복하고 성공했는지'에 대한 기억뿐이다. 실패와 성공이 한 세트로 구성되지 않은 경험담은 내 머릿속에서 금세 지워졌다.
왜 나는 실패만 한 경험은 기억하고 싶어 하지도 않고,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도 않게 됐을까 고민을 해봤다. 아무리 행동으로 내가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일을 보여주더라도, 나의 단점이나 실패 경험에 대해 정리된 언어로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사람들은 직접 눈으로 본 내가 잘 한 일보다도 말의 형태로 전달된 나의 단점이나 실패가 더 두드러지는 사람으로 기억해버렸다. 내 입으로 내 단점이나 실패를 이야기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였다.
그런데 타인의 성공을 돕고 싶다면 나의 실패담을 이야기하라니. 당신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성공하는데 거름으로 쓴다니. 그 실패를 어떻게 극복했는지가 아니라 그 실패 자체가 도움이 된다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간 내가 누군가를 돕겠다고 공유한 나의 성공담은 그냥 '자랑질'이었을 뿐이라니. 성공담을 이야기하느니 침묵이 효과적인 이유가 이거였나 보다.
실패를 경험하는 사람과 환경 그 모든 변수가 다르다면 실패를 극복하는 방법도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패를 극복한 누군가의 경험이 듣는 이에게 직접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당장의 자랑질 밖에 되지 않는 게 아닐까 싶다. 되려 실패한 경험을 들었을 때 저 방법만큼은 피하는 편이 현실적인 조언인 셈이다.
이제 조금은 알겠다.
머리로는 이제 좀 알겠는데, 행동으로 옮기는 건 또 다른 이야기이니… 아 미치도록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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