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음이 전해졌나 봐

부모님과 소통한 감나무 이야기

by 남효정

세상에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가끔 일어납니다. 그것이 기적이란 단어로 요약될 때 믿을 수 없는 그 일은 그 사람에게 아름다운 기억으로 자리 잡아 인생을 풍요롭게 해 줍니다. 오늘은 그 여자의 따뜻한 부모님과 감나무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부모님은 시골에 사십니다. 아버지는 나무를 어머니는 꽃을 좋아하셔서 집으로 들어가는 길가에는 온갖 꽃과 나무가 멋지게 정리된 상태로 자라고 있습니다. 특히 부모님 댁으로 들어가는 길 초입에 자리 잡은 대봉감나무는 길가는 사람들에게 사시사철 꽃과 잎과 열매로 아름다운 자태를 선물하고 있었습니다.


몇 해 전 유난히 비바람이 거세게 불던 어느 날이었어요. 부모님은 정성껏 심고 가꾸는 생명들 걱정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밤에 손전등을 가지고 몇 차례 밖으로 나가 비설거지를 하셨지만 점점 거세게 내리는 비바람에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감자밭 두둑이 다 무너져 내렸어. 내일 비 그치면 다시 복토해야겠어."

"그래야지요. 꽃모종도 무사하지 못하겠어요. 그만 좀 왔으면..."


아침에 일찍 잠에서 깬 부모님은 날이 밝자마자 농작물과 꽃과 나무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예상대로 태풍이 쓸고 간 농작물들을 본 부모님은 가슴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사람의 손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뜻임을 수십 년 간의 경험하셨기에 크게 낙담하지 않으셨지요.


그런데 늘 꼿꼿하게 서 있던 대봉감나무가 거센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뿌리가 뽑힌 채 옆으로 누워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정말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큰 슬픔을 느끼셨다고 합니다.


"뿌리가 뽑힌 감나무는 심어도 다시 살아나지 못해요."

"아깝지만 그냥 베어 버리세요."


동네 사람들은 하나 둘 감나무 주위로 모여들었고 그 나무가 살아날 수 없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래도 일단 일으켜 세웁시다. 기적이라는 게 있으니까."

"이 나무는 왠지 살 수 있을 거 같아."


마을 사람들과 어영차 어영차 힘을 모아 넘어진 감나무를 간신히 일으켜 세운 후, 제 자리에 다시 심고 지지대를 단단히 세워주고 나서 부모님은 나무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해요.


"밤새 비바람 맞고 고생 많았네. 힘내서 뿌리 잘 내려라."

"넘어지면서 얼마나 놀랐을 것이여. 이제 걱정 말고 더 튼튼하게 잘 자라라."


더 훌륭한 열매를 만들어낸 감나무


감나무가 쓰러진 해에는 감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가을이 되었습니다.

그해 봄 유난히 감꽃이 흐드러지더니 어느새 보다 크고 붉은 감이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감이 익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 가을 내내 아버지와 어머니는 행복하셨다고 합니다.


"아이고야 대견하다. 대견해. 어찌 이리 실한 열매를 만들었을까!"

"꼭 살아날 줄 알았어. 난 그냥 믿고 있었어."

"나도 그래요. 내 마음이 당신 마음이랑 똑같았어요."

"우리 마음이 전해졌나 봐."

"홍시로도 먹고 곶감으로도 만들어서 아이들 오면 넉넉하게 나눠줘야겠네."


그 해에는 오고 가는 동네사람과도 나눠먹고 자식들에게도 넉넉하게 나눠주며 역경을 이겨낸 감나무 이야기를 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감나무는 아마도 이렇게 부모님께 말하고 싶었을 거예요.


"저를 믿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저를 보듬으며 해 준 말씀 때문에 저는 온 마음을 다해 생명줄을 붙잡았어요. 앞으로도 다디단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도록 열심히 살아낼 수 있을 거 같아요."



저에게는 들을 때마다 참으로 감동적인 저희 시골집 부모님 댁 감나무 이야기입니다.

부모님 덕분에 다시 살아난 감나무의 목소리는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한 저의 목소리와 닮아있습니다.

자연과 교감하며 따뜻하고 맑은 삶을 살아가시는 아버지, 어머니 이 밤도 편안하시지요?

살구꽃이 팝콘처럼 타닥타닥 필 때 아버지 좋아하시는 삼겹살에 막걸리, 어머니 좋아하시는 오징어 사가지고 뵈러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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