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잰걸음들이
지난다
나를
발치에 세워놓은
자전거 위로
사람들 머리 위로
하얀 꽃잎을
한 줌씩 뿌려본다
첫눈처럼
젖은 머리를 툭툭 털며
달려가던 단발머리 소녀가
어어 하며
잠깐 올려다보고
벌써 아침산책을 마친
노부부가 한참을 서서
웃음 짓는다
꽃이 차암 곱다고
유모차를 타고 가던
작은 아해야
내가 선 언덕에서
너는
눈썰매를 탔었지
이제는 우람하게 자라서
오늘은 군복을 입고
성큼성큼 집으로 가는구나
버선발로 마중 나온
어머니는 그만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지
나도 따라 울컥 눈물이
올라왔어
네가 크는 동안
작은 나무였던 나는
쑤욱 자랐어
하늘을 향해
마음껏 가지를 펼치고
이 마을의 이야기를
온 몸으로 보고 듣다가
반가운 얼굴 만날 때마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꽃송이마다 기쁨을 담아
새하얀 마음을
건네어 준다
길을 걷다가 나를 보거든
내 목소리를 들어보렴
그리운 네 이름을
나직하게
부르는 소리를
하얀 꽃송이마다
송이송이 피워내는
너와 나의 이야기
한여름 새하얀
배롱나무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