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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정 Aug 27. 2024

메밀꽃이 피어나는 시간

아부지

무얼 그리 골똘히 생각하세요

동이야

오늘은 달이 참 밝구나


내일은 어디로 가요

봉평장 가야지

어서 서둘러 움직이자

무명도 팔고 비단도 팔고

베도 여러 필 팔자꾸나


하얗게 피어나는 이 꽃들 보이지

하얀 눈 같아요 아부지

이게 다 무언지 어리둥절한 동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아부지 뒤를 졸졸 따라간다


메밀꽃이 곱기도 하구나

그날은 달빛에 숨이 막힐 듯하였지

소금을 뿌려놓은 듯 반짝이는 꽃들

너네 엄마도 이렇게 고왔다는 말

꿀꺽 삼킨 체 그는

가만히 메밀꽃밭 속을 걸어가고 있다


아부지 달이 참 밝아요

이제 무섭지 않은 밤

메밀꽃밭은 별들의 집

달콤한 은하수가 흐르고


달빛에 취한 나귀가 휘청거리자

동이가 채찍을 높이 든다

왼손이다


동이의 왼손을 보며

남자는 자신의 왼손으로

메밀꽃을 훑듯이 만져본다


오늘,

달이 참 달다

화분에서 피어난 메밀꽃, 202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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