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
무얼 그리 골똘히 생각하세요
동이야
오늘은 달이 참 밝구나
내일은 어디로 가요
봉평장 가야지
어서 서둘러 움직이자
무명도 팔고 비단도 팔고
베도 여러 필 팔자꾸나
하얗게 피어나는 이 꽃들 보이지
하얀 눈 같아요 아부지
이게 다 무언지 어리둥절한 동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아부지 뒤를 졸졸 따라간다
메밀꽃이 곱기도 하구나
그날은 달빛에 숨이 막힐 듯하였지
소금을 뿌려놓은 듯 반짝이는 꽃들
너네 엄마도 이렇게 고왔다는 말
꿀꺽 삼킨 체 그는
가만히 메밀꽃밭 속을 걸어가고 있다
아부지 달이 참 밝아요
이제 무섭지 않은 밤
메밀꽃밭은 별들의 집
달콤한 은하수가 흐르고
달빛에 취한 나귀가 휘청거리자
동이가 채찍을 높이 든다
왼손이다
동이의 왼손을 보며
남자는 자신의 왼손으로
메밀꽃을 훑듯이 만져본다
오늘,
달이 참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