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메리골드 웃음

너무 더운데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을까?

장바구니 가득

저녁거리를 사가지고 오다가

무인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렀어요

할아버지 한 분이

초조한 얼굴로

카드를 들고 우리를 봅니다

계산이 된 건지 모르겠어요

하나하나 바코드 인식은 했는데

영수증이 안 나와요

어떻게 하셨는지

천천히 말씀해 주세요

할아버지는 손짓을 하며

계산과정을 모두 설명했어요

어르신, 바코드 인식은

잘하셨어요

그런데 카드는 거기에 넣는 게

아니라 그 위에 넣으시는 거예요

거기는 영수증이 나오는 곳이에요

아 그럼 계산이 아직 안된 거네요

네, 맞아요, 천천히 다시 해보세요

아이스크림은 같은 걸로

10개를 사신 거예요?

네, 손주들이 뽕따를 좋아해요

그럼 하나만 바코드인식 하시고

플러스표시를 눌러서 수량을 10으로

맞춰주시고 카드결제를 터치하시면 돼요

아하 이제 알겠어요

돈 팔천 원 때문에

도둑으로 몰릴 뻔했다며

알려줘서 고맙다고

환하게 웃는 할아버지의

메리골드 웃음

네모난 아이스크림 냉동고에

기대어 놓은 지팡이를 짚고

할아버지는 총총히

댁으로 돌아가신다

무인아이스크림 가게 안에

할아버지가 남긴

메리골드 웃음꽃이

환하게 피어난다

메리골드가 피는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