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을
그 누가 알고 있을까요
버려진 덤불 속 마른풀 무성한 곳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
비바람과 천둥 번개도 모두 이기고
마침내 이렇게 꽃을 피웠다는 것을요
나를 가만히 바라보아요
아기처럼 솜털이 가득한
별을 닮은 얼굴
하지만 절대 약하지 않은
단단한 줄기와 이파리
지금 키가 작은 아이라고
귀엽게만 나를 바라보지 말아요
나는 별을 품고 있어요
아주 높이 올라가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듣고 싶어
다정한 친구야
나의 손을 잡아주렴
커다란 너의 손
단단한 너의 어깨를
나에게 조금만 내어 주렴
나는 저 별까지 닿고 싶어
또랑또랑한 눈빛으로
꽃은 돌담에게 부탁했어요
돌담은 잠시 고민하다가
큰 손과 어깨를
내어주었지요
별을 닮은 꽃은
휘파람을 불며
영차 영차 돌담을 의지하며
힘차게 오르고 또 올라가요
거친 숨을 편안하게 내 쉬어봐
이제 정상이야
돌담이 건네는 따스한 눈빛
여름의 끄트머리
살짝 붉어진 얼굴이
활짝 웃고 있거든
제 이름을 불러주세요
작은 거인 박주가리꽃
그대는 듣고 있나요
근사한 돌담 위에서
별들에게 보내는
나의 노래와 이야기
흘린 땀이 마르고
아이처럼 눈이 맑아질 때
별을 닮은 꽃을 만나거든
안녕, 바로 너구나
인사를 건네주세요
가을바람 좋은 어느 날
별을 향해 날아가는
깃털 달린 씨앗들의 여행도
응원해 주세요
우리 귀여운 아이들
그들의 찬란한 내일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