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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정 Mar 16. 2024

내 식탁 위의 옹달샘

자연을 닮은 것에 나를 비추다

오늘은 제가 사랑하는 식탁 위 옹달샘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좀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야기인데요, 핑크색 털실을 조금씩 풀어가며 벙어리장갑을 뜨는 마음으로 써 보려 합니다.




그녀의 집 식탁 위에는 작은 옹달샘 모양의 돌확이 놓여있어요. 그릇 모양 연못 주위에 네 마리의 오리들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디자인입니다. 3마리는 모여있고 한 마리는 건너편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어요. 이 돌확이 그녀의 집으로 입주하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인 중 한 분과 혜화동 소품샵에 들렀을 때 그녀는 가게 안의 소품들을 찬찬히 둘러보았습니다. 관심이 가는 것은 가만히 조금 더 그녀의 눈길이 닿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날 만난 분은 제가 한동안 바라본 돌확을 저도 모르게 사서 신문지에 둘둘 말은 후에 헤어질 때 건네주는 것이었습니다.


"아까 유심히 보시던 거 제가 샀어요."

"아, 정말이요? 오리 연못이요?"

"네 바로 그거요. 제가 드리는 선물입니다."


그녀는 세상에 이런 멋진 선물을 받아보다니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흐리던 하늘이 맑아지면서 정독 도서관 너머로 푸른 하늘이 펼쳐지던 여름 어느 날처럼 마음이 환해집니다.


"어릴 때 살던 동네에 제가 좋아하던 곳이 있어요. 그냥 여느 밭이랑 똑같이 콩도 심고 고구마도 심고 참깨도 심는 그런 밭이었는데요, 그 밭 한구석에 직경 30센티가량 되는 작은 옹달샘이 있었어요. 땡볕이 내려 꽂히는 여름 한낮에 온 동네를 뛰어다니며 놀다가 그곳을 지날 때면 얼른 달려가서 그 옹달샘에 손을 넣어 보았어요."

"어땠어요? 어떤 기분이었나요?"

"가장 먼저 와~차갑다. 옹달샘 밖은 이글이글 더운데 여기는 어떻게 이렇게 차가운 물이 나오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더운 날 뛰어다녀서 후덥지근하고 뭔가 머리까지 열이 전달되어 기분도 뿌연 그때 옹달샘에 손을 담그면 더위가 사라지고 온몸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어릴 적 그녀는 정말 그 옹달샘을 들여다보며 노래를 흥얼거리곤 했습니다.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맑고 맑은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


그녀는 집에 돌아와서도 가끔 옹달샘 생각이 났습니다. 상상 속에서는 온갖 다정하고 귀여운 동물들이 차례로 물을 마시고 가거나 수영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밭을 매는 어른들이 맑고 시원한 물이라고 찬사를 보내며 허리를 굽혀 노루처럼 물을 마시는 모습도 떠올랐습니다.


하나의 사물은 수많은 기억들을 되살려냅니다. 옹달샘을 닮은 돌확은 그녀를 어린 시절로 자주 데려가 주었습니다. 벚꽃이 흩날리는 어떤 날은 주방에 놓인 옹달샘 안에 벚꽃이 한 두 잎 동동 떠다닙니다. 어떤 날을 식탁 위에서 초록잎사귀 하나를 동동 띄운 체 그녀의 마음을 비춰보게도 합니다. 밤새 함박재스민이 하나 둘 피어날 때에는 아침에 일어나 보면 그 하얗고 귀여운 꽃이 옹달샘 돌확 안으로 한송이 떨어져 들어가 있기도 하였습니다.

옹달샘에서 노는 아이들과 동물들

"실제로 이런 옹달샘이 마당가에 있다면 어떻겠어? 온갖 작은 새가 날아와 물을 마시고 청개구리도 헤엄치며 놀고 다람쥐도 물 먹으러 가끔 찾아온다면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 질까?"

"그러면 나도 참 재미있겠는걸.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이잖아."

"맞아, 우리도 자연의 일부잖아."

"아이들이 와서 흙놀이 할 때도 물이 있어야 재미나요."


그와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대화에도 자연스럽게 자연과 함께 하는 풍요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실행하며 내 삶을 충만하게 만들어 가야 할 때입니다. 조바심 내지도 무리하지도 말고 나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껍데기가 아닌 알곡의 삶을 살아내고픈 마음이 그녀의 마음에 간절해지는 요즘입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좋은 주말입니다. 걷고 이야기 나누며 편안한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면 글로 적어보며 모두 나만의 책을 만들어 보시기를 권해요. '모든 사람은 한 권의 책이다'라고 저는 믿어요. 마음속에 떠오르는 이야기와 심연에 가라앉은 이야기 모두 나입니다. 두려움 떨치고 그냥 나를 만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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