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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마늘꽃 좋아하는 딸

by 남효정

산마늘꽃 좋아하는 딸


남효정


철벅철벅 물놀이하며

노랗고 발그레한 왕살구를 씻는다

찬 물로 열기를 식힌 살구들이

가지런히 바구니에 담길 때


엄마가 빨랫줄 너머

갈아놓은 밭둑 끝을 가리킨다


산마늘꽃 핀다야

저기 봐라

엄마 손끝을 따라가니

길게 뻗은 초록 줄기 위에

바람에 흔들리는 연보라공


우리 둘째 딸

산마늘꽃 좋아하지?

함박웃음으로 쪼르르 달려가니

귀여운 얼굴로 춤추는

산마늘꽃


엄마는 다 알고 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봄에는 어린 쑥을 캐고

여름엔 살구청을 만든다

가을엔 고구마를 보내주고

겨울엔 눈 덮인 솔숲길을

걷자고 하신다


삐뚤빼뚤 엄마의 글씨

식탁 위에 늘어놔 본다


어린 쑥

살구청

들기름

조선간장

*옷순 데친 거


엄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바쁜 발걸음이

아빠의 일 년 땀방울이

식탁 위를 누렁소의 느린 거름처럼

워낭소리 울리며 지나간다


산마늘꽃 좋아하는 둘째 딸이

두 손으로 엄마 글자를 하나씩

보듬어 본다


산마늘꽃_사진 남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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