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에서 약속이 있어 나갔다가 점심식사 후에 산책 겸 문래동 꽃밭 정원에 갔다. 백일홍이 싱그럽게 피어 관리가 잘 되고 있었다. 나는 백일홍을 그리 좋아하지 않으나 유난히 싱싱하고 큰 꽃송이가 인상적이었다. 더군다나 가을볕에 탐스러운 꽃송이를 모두 드러내고 바람에 흔들흔들 리드미컬한 춤까지 추고 있으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 동안 보았던 어떤 백일홍 보다 생명력이 넘친다. 볕 좋은 가을 햇살과 바람, 높고 푸른 가을 하늘까지 더해져 나는 오늘 백일홍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약속 장소로 영등포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매력적인 자연적인 요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발견한 이 장소는 그동안의 나의 생각에 변화를 주었다.
문래동 꽃밭 정원 초입에는 정원이름 간판과 백일홍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우리의 한글을 볼 때마다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운 글씨가 있을까 감탄하는데 꽃과 함께 놓인 한글 간판을 보니 간판도 꽃처럼 보인다. 살아있는 정원이 주는 위안과 아름다움이 한글이 주는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도심 한 공간을 생동감으로 채우고 있다.
이 꽃밭 정원에는 정원의 유래가 적힌 흰색 안내 판이 서 있다.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안내판 아래 예쁘게 꾸며진 조약돌이었다. 어떤 작은 손들이 앉아서 정성을 다해 꾸민 조약돌이다. 이 돌들을 들여다보니 물고기, 개구리. 나무, 강아지 등의 사랑스러운 그림을 담고 있다.
영등포는 '정원도시 영등포 만들기'를 선언하며 2024년 5월 8일에 '문래동 꽃밭 정원'의 문을 열었다. 이 꽃밭의 부지는 재일동포 기업인 서갑호 회장이 세운 (주)방림방적이 영등포구 발전을 위해 기부채납한 땅이라고 한다. 23년 동안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사방을 높은 울타리로 막아놓고 구청 사업부서 자재창고 등의 자리로 사용하여 답답하고 미관상 좋지 않아 철거민원이 빗발쳤던 곳이라고 한다. 2024년 서울시 예산 23억 원을 지원받아 지금의 아름다운 꽃밭 정원으로 탄생했다. 기업의 부지를 사회에 환원하여 시민이 함께 향유하는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어냈으니 참으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특히, 놀이터가 꽃들과 함께 있어 아름답고 모험을 즐기는 아이들의 특성을 반영하여 만들어져서 인상적이다. 문래동 공공부지의 3분의 1은 꽃밭 정원이 되었고 나머지 3분의 2는 '영등포 문래 예술의 전당'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현재는 이름표면 부지 위에 표시해 놓은 상태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