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산책

아이의 호기심을 따라가라

by 남효정

비 오는 날 놀이하는 아이들을 보셨나요?

저는 교육현장에서 영유아의 놀이를 관찰하고 그 안에서 무엇을 배워나가고 있으며 교사나 부모는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를 강의하고 컨설팅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한 놀이를 통해 얼마나 잘 배우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큰 즐거움을 만끽하는가!’를 아주 명확하게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2022년 비가 적잖이 내리는 여름 어느 날이었어요.

현장에 가면 보통은 실내놀이도 관찰하고 바깥놀이도 봅니다만 비가 주룩주룩 내리니 오늘은 바깥놀이 못 가고 실내에서 대체놀이를 하겠구나 예측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각자 비옷을 꺼내 입고 바깥놀이를 준비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서 선생님께 물었습니다.


“선생님, 비 오는데 바깥놀이 나가요?”

“네, 아이들이 빗물웅덩이 놀이 좋아해서 비 오는 날 나가기로 아이들과 약속했거든요.”


교사는 가정과 연계하여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필요한 준비물을 챙겨달라는 안내문을 발송한 후 오늘 아침 비가 많이 내리다가 잠시 소강상태가 되자 마침내 빗물웅덩이가 있는 아파트 공터를 향해 아이들과 교사가 호기심 어린 눈빛을 하고 당당하게 나갑니다.


모두 비옷을 입고 장화를 신었습니다. 저도 미리 기관에서 준비해 주신 비옷을 입고 이들을 따라나섰지요.


“우리 빗물 웅덩이에서 철벅철벅 할 거예요!”


아이들이 저를 보고 자부심에 가득 찬 얼굴로 말합니다. 다른 놀이도 아닌 무려 '빗물웅덩이 놀이'라니요? 아이들의 자부심이 대단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빌딩숲에서 태어나 층층이 콘크리트로 칸막이가 된 아파트에서 자라는 아이들에는 사실 비 오는 날의 바깥놀이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흥미와 관심을 파악한 교사가 이것을 가능하도록 지원한 것입니다.


아이들은 비가 내린 바닥에 미끄러지지 않으려는 듯 질서 정연하게 조심조심 바닥을 딛고 웅덩이를 향해서 걸어갑니다. 웅덩이라고 이름 짓기는 했지만 그곳은 지반이 가라앉으면서 평평하게 깔아놓은 도보블록이 아래로 조금씩 가라앉아 빗물이 고인 곳이었어요.


하지만 아이들은 빗물웅덩이에 도착하자 선생님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자유롭게 흩어져 놀이를 시작합니다. 세상에 더 이상 행복한 놀이는 없다는 표정으로 물웅덩이의 물을 튕기는 아이들. 장화 속으로 물이 들어오고 옷이 젖어도 아이들의 철벅철벅 놀이는 계속됩니다. 자작하게 물이 고인 곳을 빠르게 밟으며 물을 튕기는 아이들의 즐거운 목소리가 비 내린 아파트 단지에 가득 울려 퍼집니다.


깔깔거리는 소리

친구의 동작을 따라 하는 모습

힘차게 철벅철벅 발을 디딜수록

물과 장화가 만나 만들어 내는 신나는 소리

손으로 물을 만져보고

나뭇잎을 접어 나뭇잎 국자를 만들어

물을 퍼내는 아이

철벅철벅 놀이터엔

배움과 행복이 가득하다.


_f376b387-478d-4604-9ec3-146b24e718b9.jpeg 빗물웅덩이에서 놀이하는 아이들



비 오는 날 빗물 웅덩이에서 노는 것과 같은 자연놀이는 아이의 뇌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노는 것은 아이들에게 신체적, 인지적, 감정적 발달을 도모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자연을 만나는 놀이가 아이의 뇌 발달과 관련하여 어떠한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내용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감각적 경험이 증진됩니다. 비와 같은 자연 현상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아이들은 다양한 감각을 경험하게 됩니다. 빗방울을 느끼고, 웅덩이 물을 만지고, 비 냄새를 맡는 등의 감각적 경험은 뇌의 감각 처리 영역을 자극하여 발달을 촉진시킵니다.


둘째, 실험과 탐험을 경험합니다. 자연환경에서 아이들은 주변을 탐험하고 자유롭게 실험하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이런 활동은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적 사고를 발달시키는데 도움을 줍니다. 웅덩이에서 노는 것은 물의 특성, 부력, 운동 등 물리적 원리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습니다.


셋째, 정서적 안정감을 줍니다. 자연과의 교감은 아이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하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비 오는 날 밖에서 놀 때의 자유로움은 아이들이 감정을 표현하고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됩니다.


넷째,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합니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빗물 웅덩이에서 놀 때, 아이들은 서로 협력하고 의사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사회성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공감 능력과 같은 중요한 인지적 기술과 정서적 기술을 키우는데 도움이 됩니다.


다섯째, 신체가 균형 있게 발달합니다. 움직이며 놀기는 신체적인 발달에 필수적입니다. 빗물 웅덩이에서 뛰어다니고, 점프하고, 구르는 등의 활동은 근력, 협응력, 균형감각을 향상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자연 속에서의 놀이가 제공하는 이러한 다양한 경험들은 아이들의 전반적인 뇌 발달을 지원하며,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습니다. 물론, 안전한 환경에서 부모나 교사의 적절한 감독 및 지원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여러분의 어릴 적 놀이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사실 저 놀이사례처럼 마음껏 놀이하며 자라나서 어릴 적 놀이라는 풍부한 인생의 자산을 가지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잘 못 놀았어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의 놀이에 신경 쓰고 교육자로서 다른 아이들의 놀이와 배움에 신경 쓰느라 제가 좋아하는 자연에서 놀이하는 것을 멀리한 점 반성합니다.

어릴 적 놀이, 그 행복한 순간의 몰입!

떠올려 볼 때마다 웃음이 머금어지고 온몸 가득 생동하는 에너지가 차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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