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은 즐거워

즐거운 일상생활 경험이 뇌를 성장시킨다

by 남효정

아이들이 일상생활을 즐겁게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계신가요? 즐거운 일상생활 경험은 뇌발달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반대로 아이의 의사가 존중되지 않은 상황에서 억지로 행해지는 일상생활의 경험은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뇌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오늘은 일상생활의 경험이 두뇌의 연결망, 즉 신경회로를 결정짓는 주요한 후천적 요인임을 알고 아이들이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부모나 교사가 제대로 양육하고 교육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 볼까 합니다.


우리 수중분만으로 아기 낳자 (brunch.co.kr)


저는 두 아이를 수중분반으로 낳았는데요, 물속에서의 출산을 통해 물이 고통을 이완시켜 주고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제공한다는 것을 생생하게 경험하였습니다. 첫 아이가 태어나고 산후조리원에서 3주를 보낸 후 집으로 돌아와 생애 첫아기와의 일상이 시작되었을 때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오롯이 우리 힘으로 아기를 목욕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 작은 아기를 어디를 어떻게 잡고 등을 어떻게 받혀서 목욕을 시켜야 할지 참으로 난감했지요. 따뜻하고 몰캉몰캉한 극도의 연약하고 부드러운 피부를 가진 약하고도 존엄한 이 존재가 우리 손에 상하지나 않을까 근 한 달 정도 저희 부부는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고전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아기와 처음 부모가 된 한 남자와 한 여자는 아기의 리듬에 일상생활을 맞추기로 하였습니다. 졸린 상태에서 너무 늦게 목욕을 시키면 목욕 중 울고 보채는 일이 많았기에 아기가 젖을 먹고 신나게 논 후 배변을 하면 목욕을 시켜주기로 하였습니다. 그 시간이 저녁 8시 30분 정도 되었던 것 같아요.


따뜻한 물을 준비하여 아기와 대화를 나누며 조금씩 조금씩 물을 아기의 몸에 묻히고 아기가 물을 손으로 치거나 물속에서 발을 활발하게 움직이면 그에 따른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즐거운 목욕시간


"우리 데데, 기분이 좋아? 웃고 있네."

"데데야, 손으로 물을 만져보고 있구나."

"머리부터 씻자. 따뜻한 물로 머리를 살짝 적셔줄게."

"데데야, 기분이 좋아? 발로 물장구를 치네."


아기는 서툰 엄마아빠가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신중하고 정성 어린 손길로 자신을 돌본다는 것을 느꼈던 것일까요? 점점 편안한 모습이 되었습니다. 물에 몸이 잠기도록 왼쪽 팔에 아기를 안고 오른손으로 가제 손수건을 들고 정성껏 닦아주는 아빠에게 아기는 오줌 물총을 시원하게 쏜 적도 종종 있습니다. 덕분에 목욕 중 아들의 오줌으로 세수를 하게 된 아빠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지요. 그때의 사진이 한 장 있는데 지금도 보면 초보 아빠의 서툼과 정성이 동시에 느껴져요. 그 넘치는 사랑과 부성애가 절절한 모습에 감탄하게 됩니다. 마냥 그 시절 이야기에 흠뻑 빠져 '그땐 그랬지'하며 이제 아빠 보다 키가 더 커진 아이들을 보노라면 참 대견한 생각이 들어요.


들려드린 사례에서 아기는 매일 목욕이라는 반복되는 일상생활을 경험하게 됩니다. 아직 시각발달이 진행 중이므로 선명하지 않은 모습의 엄마아빠를 볼 테지만 엄마아빠의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눈을 맞추어 갑니다. 그리고 목욕시간을 즐겁고 편안하게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경험은 뇌의 뉴런과 뉴런의 연결을 증가시킵니다. 이를 시냅스라 하는데 뇌발달의 결정적 시기에 아기는 경험을 통해 왕성하게 뇌발달을 이루어 가는 것입니다.


뉴런(neuron)은 핵이 있는 신경세포체와 다른 뉴런에서 신호를 받아들이는 수상돌기, 다른 뉴런에 신호를 보내는 축색돌기로 구성된 신경세포입니다. 이들은 매 순간 서로정보를 주고받아 두뇌를 가동하는 역할을 하게 되지요. 만약 뉴런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네, 맞습니다. 뇌는 작동하지 않게 됩니다.


출처: Daum 인체백과 > 서울아산병원



이제 아이가 일상생활을 편안하고 즐겁게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질 것입니다. 그런데 가정이나 영유아교육 현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고민을 종종 이야기합니다.


“OO 이는 어린이집에서 점심식사가 시작되면 자지러지게 웁니다.”

“**이는 이불을 꺼내면 울기 시작합니다.”

“△△이는 목욕을 싫어해서 늘 도망 다닙니다.”


세상에 태어나 모든 것이 낯선 아이들은 부모나 교사의 민감한 지원으로 일상생활을 경험하게 됩니다. 먹고, 자고, 놀고, 목욕하는 일상의 경험이 뇌의 신경세포를 증가시키고 시냅스 연결을 강화한다고 하니 신기하고 놀랍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극도로 두려워하는 일상생활 경험을 긍정적인 정서를 주는 경험으로 전환하기 위해 한 명 한 명 맞춤식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아이들을 관찰하고 개별 영유아가 일상생활을 '편안하고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저는 오늘도 영유아의 놀이와 일상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에 대해 연구하고 여러 부모님들과 영유아교육자들을 만나 아이가 행복한 영유아기를 보내고 자신의 행복한 삶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지원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합니다.


나무들이 초록빛을 거머쥔 싱그러운 오월

우리 아이들도 일상의 행복한 경험을 통해 무럭무럭 잘 자라나기를 기원하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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