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안에 아이들의 배움 자료가 들어있어요

놀이와 실물자료의 중요성

by 남효정


아이들은 실물자료를 이용해 놀이하는 것을 즐깁니다. 왜 그럴까요? 더 잘 배울 수 있고 감각적으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유아교육 기관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오감놀이를 한다고 학부모에게 홍보합니다. 하지만 그 오감놀이가 영유아가 주도하는 놀이인가요?


실물자료를 활용한 영유아 주도놀이는 일상 전반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영유아의 뇌발달을 촉진할 수 있어요. 제가 아이들과 했던 놀이 사례를 통해 들려드려 보겠습니다.




주말이 되면 일주일 동안 먹을 식자재를 사러 갑니다. 가족구성원이 좋아하는 것들을 골고루 담아야 하겠지요. 저는 채소보다는 고기를 좋아하는데 조금씩 우리의 전통발효식품과 채소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고 있어요. 저의 남편은 회나 생선을 좋아합니다. 큰 아이는 운동으로 몸을 만드는 중이라 단백질 중심 식단을 하고 있고, 막내 아이는 고기를 즐기며 거기에 샐러드와 소시지 등을 곁들이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장 보는 날을 아주 좋아했어요. 주로 대형마트를 가서 카트에 고기도 사고 과일도 사고 다양한 채소도 삽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도 하나씩 고르고 떨어진 두루마리 휴지도 카트에 담습니다. 매실철에 지리산 농장에서 산지직송으로 매실을 구매하지 못했을 때는 마트에서 청매실과 황매실을 구매하기도 합니다.


작은 아이는 수산물 코너에서 생선을 골똘히 바라보더니 말합니다.


"엄마, 물고기가 나를 자꾸 봐. 저거 구워 먹으면 안 돼. 불쌍해."


집으로 돌아오면 장바구니를 아이들과 함께 정리합니다.


"데데야, 결이야~우리 장바구니에 뭐가 있나 볼까?"


데데가 장바구니를 뒤적여 사과를 꺼냅니다. 무거운 사과봉지에서 사과가 하나 떼구루루 굴러갑니다. 아이가 사과를 따라갑니다. 가만히 보고 있던 결기도 사과 하나를 꺼내 굴려봅니다. 한참을 데굴데굴 사과놀이를 합니다. 그리고 엄마가 사과를 냉장고에 넣는 것을 도와줍니다.


"엄마, 오늘은 사과가 10개야."

"정말 언제 세어 본거야?"

"이거 봐. 하나, 둘, 셋.... 열!"

"그러네. 저번엔 몇 개 샀었지?"

"여덟 개."


이번엔 결이가 바나나를 꺼냅니다. 훅, 달디단 바나나 향이 퍼집니다.


"이거, 바나나."

"잘 익었나 보다. 어떤 냄새 나?"

"킁킁, 맛있는 냄새."

"엄마, 양배추도 있어요."


아이들은 양배추를 들어보고 눈을 크게 뜹니다. 호기심이 발동한 것입니다.


"형아, 이거 엄청 무거워."

"형아는 힘 세서 안 무거운데?"


아이들은 이제 양배추에 점점 더 관심을 가집니다. 양배추를 번쩍 들어 머리 위에 올립니다.



양배추를 머리에 올려보며 놀이하는 아이들



"이거 봐 엄마, 모자야."

"나도, 나도. 모자~!"

"우와, 결이랑 데데랑 양배추 모자를 썼구나."



이번엔 데데가 양배추 잎을 하나 떼어 머리에 얹습니다. 가만히 바라보던 결이도 형을 따라 머리에 양배추 잎을 얹습니다. 가볍게 머리에 얹힌 한 장짜리 양배추 모자는 가벼워서 마음 놓고 이곳저곳을 걸어 다닐 수 있고 두 손도 자유롭습니다.


"우리 전쟁놀이 할래?"

"응 좋아! 나는 군인 아저씨 할 거야."

"총이랑 칼도 필요해."


아이들은 양배추 모자를 쓰고 신나게 뛰어다닙니다. 긴 칼을 들고 나무 총을 들고 수풀에 숨어 있는 적을 찾아내어 무찌릅니다. 형아와 한편이 되어 놀이하기도 하고 서로 적군이 되어 싸우기도 합니다. 한 참을 온몸을 활용하여 놀이한 아이들은 힘이 드는지 자리에 앉아 양배추 모자를 벗어 잘게 자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소꿉놀이 그릇들을 가져다 요리하기 시작합니다.


"이거 먹어봐. 볶음밥이야."

"음, 맛있게 잘 만들었네."


큰 아이는 동생이 만들어 준 볶음밥을 먹으며 아빠 말투를 흉내 냅니다.


"얘도 밥 먹여줘야 해."


작은 아이는 곰돌이 인형을 가져옵니다.


"형아, 아가도 먹 먹어야 해."

"아가는 밥은 잘 못 먹으니까 이걸 더 작게 잘라서 만들어 줄게."


데데는 양배추를 더 작게 잘라서 만든 음식을 그릇에 담아 동생에게 건네줍니다.


"죽이예요. 아가가 먹는 죽."


아이들은 엄마가 내어주는 장바구니 식재료를 가지고 재미있게 놀이합니다.

거실은 이미 양배추 조각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고 소꿉놀잇감에는 양배추즙과 잘게 잘라놓은 양배추가 그득 들어있습니다. 결이는 양배추를 씹어 먹어보기로 합니다. 이 놀이에서 엄마는 아이 옆에서 아이가 어떻게 놀이하는가를 면밀하게 관찰합니다.


양배추라는 놀잇감을 가지고 아이가 스스로 놀 때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영유아가 스스로 놀잇감을 선택하여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즐겁게 놀았을 때 아이들의 뇌의 연결망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영유아 주도의 놀이로 뇌의 활용이 효율적이 되고 뇌가 성숙하게 됩니다. 오감을 활용해 실물자료로 놀이하기 때문에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각, 코로 느끼는 냄새, 눈으로 보는 시각적 자극, 입으로 맛보는 미각에 의한 자극이 신경연결망의 시냅스의 연결을 촉진하여 점점 신경이 서로 연결되는 부분의 면적이 넓어지게 됩니다.


<뇌의 시냅스 연결 사진> 출처: [EBS다큐-이미 완벽한 아이] 2부 잘 노는 아이



자기 주도적인 놀이는 도파민을 분비시켜 아이가 즐거움을 느끼며 오랜 시간 놀이에 몰입하게 합니다. 부모나 교사가 유도하거나 가르치지 않아도 반복하여 놀이함으로써 스스로 배워나가게 됩니다.


장바구니 안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 들어있지요. 그것을 아이들이 선택하여 가지고 놀이할 수 있도록 허용해 보세요. 특히, 놀이 중 무엇이든 입에 가져가는 영아의 경우 식재료는 영아가 안전하게 놀이할 수 있는 최고의 놀이자료이자 배움 자료임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호기심에 의해 자연스럽게 아이들 안에서 생기는 내적학습동기에 의해 아이는 놀면서 스스로 배웁니다. 비싼 학원이나 놀이센터, 특별한 프로그램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영유아 자신이 자고, 먹고, 노는 일상의 공간에서 영유아는 선택한 놀이를 통해 스스로 즐겁게 배우며 자라납니다.


자, 이제부터 장바구니를 활짝 열어 실물자료를 가지고 영유아가 놀이를 주도할 수 있도록 지원해 보세요. 우리 아이의 뇌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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