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중분만으로 아기 낳자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수중분만으로 두 아이를 낳은 이야기

by 남효정

안녕하세요? 오늘은 꽃샘추위가 찾아와 다시 롱패딩을 꺼내 입고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아무리 봄바람이 차가워도 봄은 오나 봅니다. 청매나무는 연두색 꽃봉오리를 홍매나무는 분홍색 꽃봉오리를 달고 찬바람을 담담하게 견디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저희 부부가 수중분만으로 두 아이를 낳은 개인적으로 너무나 소중하고 잘한 결정이었다고 판단하는 그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그 남자와 그 여자는 작은 집에서 신혼시절을 살면서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각기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가족이 되어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한 방향을 바라보며 걸어가려면 발걸음을 맞추는 시간이 필요하지요. 그들은 그 여자의 배 속에 아기가 생기고부터 더욱 구체적으로 서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엄격하고 거리감이 있는 아버지는 노후에 너무 쓸쓸한 거 같아. 나는 아이들이 커도 스스럼없이 자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어."


"그렇게 할 수 있을 거야. 당신은 다정한 성격이니까. 나도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어. 따뜻하게 격려하고 지지하는 엄마. 그리고 가장 자연스러운 육아를 하고 싶어."


"가장 자연스러운 육아?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육아일까?"


"일단 아기 때부터 아기눈을 바라보며 대화를 많이 할 거야. 그러면 아기가 엄마의 얼굴을 많이 보게 되겠지. 그리고 나도 아기의 미세한 표현이나 요구등도 더 잘 알아차리게 될 거고. 아기에게는 모유를 먹이고 100일까지는 천기저귀를 채우고 싶어. 그리고 엄마랑 아기랑 같이 잠자기... 또 도심이지만 나무나 꽃, 햇볕을 날마다 쪼일 수 있도록 나가서 산책하고 밖에서 엄마아빠랑 같이 놀기 등도 일상적으로 실천하고 싶어."


"그렇게 키우려면 힘도 많이 들겠는데?"

"함께 하면 되잖아?"

"그래. 내가 되도록 일찍 퇴근해서 목욕시키기나 집안일도 많이 도와주면 되니까 한 번 해보자."


이렇게 그들은 서로 마음을 모아서 조금씩 부모가 되어가는 길에 첫 발을 내딛게 됩니다.


"아기는 어떤 방법으로 낳을까? 요즘 여러 가지가 있던데?"

"나는 수중분만을 하고 싶어."


"일반적인 분만법이 아닌데 괜찮을까?"

"내가 공부를 좀 했는데 아기에게 자연스러운 채광과 최소한의 인공적인 처치를 하는 것이 맘에 들었어. 분만할 때 아빠도 엄마와 함께 물속에 들어가고 태어나면 탯줄도 아빠가 자른대."


마음은 온통 아기에게로 향해 있었지만 처음 엄마가 되는 그 여자와 처음 아빠가 되는 그 남자는 모든 것이 서툴렀습니다. 그래서 둘은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우리 부모가 되는 법을 좀 배워야 하지 않을까?"

"산부인과에서 하는 예비부모학교가 있다던데 거기 같이 다녀보자."


두 사람은 매주 토요일 정기검진을 다니는 산부인과에서 진행하는 예비부모학교에 4주 정도 다녔습니다. 거기서는 출산이 임박했을 때의 호흡법, 분만방법에 따른 아빠의 역할, 발달단계 별 아기의 특성과 부모의 역할 등에 대해 중요한 것들을 요약하여 안내해 주었습니다.


엄마가 될 그 여자는 첫아이를 임신하고 날마다 클래식 음악을 들었어요. 그중에서도 모차르트를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왠지 딸기가 자꾸 먹고 싶은 것처럼 그냥 모차르트 곡이 좋았습니다.


"분만할 때 들을 음악 챙겨 오세요."


출산이 임박하여 가방을 쌀 때 간호사의 말이 생각나 모차르트 음악이 포함된 CD를 챙겨 넣었습니다. 지금도 그때의 아기 낳는 과정과 장면을 떠올려보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하며 낳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연광 아래서 엄마의 양수와 비슷한 온도의 물속에 아기 엄마가 안고 그 여자를 감싸 안은 자세로 아기 아빠가 될 그 남자가 앉았습니다. 태교 할 때 들었던 익숙한 음악에 아기도 편안함을 유지합니다. 일반적인 분만에서는 아기가 조금씩 밑으로 내려갈 때마다 극심한 통증이 동반되어 큰 소리를 지르게 되지만, 수중분만은 물속에서 이루어지기에 물이 고통을 확 줄여주었습니다.


모차르트 <클라리넷 5중주> 1악장이 끝나고 2악장 3악장 4악장까지 연주되었습니다. 오페라 <돈 지오반니> 중 <창가로 오라, 그대여>가 흐르고 엘가의 <사랑의 인사>도 흘러갑니다. 아 그리고 슈베르트 연가곡집 <겨울나그네> 중 <보리수>도 흘러나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여보, 물 좀 마셔봐. 괜찮아?"

_22290500-44d2-4b51-a096-88eecc5312f6.jpeg 수중분만으로 아기를 만난 부부


이렇게 물은 것은 그 여자였습니다. 진통 10시간이 넘어가자 그 여자가 아닌 그 남자가 기진맥진하였던 것입니다. 그 여자는 진통의 롤러코스터가 반복되면서 묘하게도 곧 만나게 될 아기에 대한 셀렘과 알 수 없는 환희가 고통과 고통 사이사이에서 햇살처럼 내비치는 것을 느꼈습니다.


분만 욕조에 들락날락 14시간 만에 첫 아이는 그들에게 안겼습니다.

탯줄을 달고 있는 그 아기를 안고 그 남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안녕? 내가 너의 아빠란다."


아마 그 남자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 여자는 그가 눈물이 글썽했던 것을 보았습니다.

그 여자도 아기를 바라보았습니다.


"우리 제제 만나서 반가워. 나는 엄마야. 우리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살아보자!"


의료진은 서두르지 않고 부부가 엄마아빠가 되는 순간을 지켜보며 축하해 주었습니다.

그 남자는 그 여자와 연결된 아기의 탯줄을 조심조심 잘랐고 잠시 후 우렁찬 아기의 울음소리가 따뜻한 분만실의 자연광 사이로 울려 퍼졌습니다.


하나의 고유한 존재가 이렇게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왔습니다.

태어난 아기를 의료진은 여자의 가슴에 올려놓았습니다.

너무나 작고 작고 발그레하고 연약한 존재.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오롯이 엄마인 그녀의 품에서 안온함을 느끼는 아기의 편안한 숨소리가 새근새근 들렸습니다.

아기를 품에 안은 그 여자는 이제 엄마가 되는 과정에서 느낀 고통이 일순간 모두 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는 이제 이 고유하고 신비한 존재의 엄마다. 엄마가 되는 과정에서 나는 충분히 존중받았고 남편과 의료진과 서로 소통했고 아빠도 엄마만큼 출산에 과정을 경험하고 감격스럽게 아빠가 되었다! 나는 오늘 참 행복하다. 또 하나의 세계가 완벽하게 열렸음을 나는 안다.'


목욕을 하고 돌아온 아기가 엄마가 된 그 여자의 옆에 뉘어졌다. 그 여자의 언니와 여동생은 기쁜 얼굴로 분만실로 들어왔다. 그 여자는 기쁜 얼굴로 그들을 맞았다.


"어서 와. 멀리까지 와줘서 고마워!!"

"작은 언니 왜 이렇게 씩씩해? 아기 낳은 사람 맞아? 누가 보면 형부가 아기 낳은 줄 알겠어.ㅎㅎ"


자매들은 깔깔 웃으며 한쪽에서 초췌한 얼굴로 앉아있는 그 남자에게 준비해 온 맛있는 음식을 내놓았습니다. 그 음식을 천천히 먹으며 그 남자는 말했습니다.


"아기 낳는 일, 정말 힘들어. 14시간 동안 힘을 쓸 수 있어야 해."


그 후 4년 뒤에 이 부부는 둘째 아이도 수중분만으로 낳게 됩니다. 심지어 언니에게 둘째는 수중분만으로 낳으라고 권하고 언니도 수중분만을 경험하였습니다.


그 남자는 지금도 종종 이야기합니다.

"우리 아기 낳을 때 말이야..."


그 여자는 그 남자와 함께 아기를 낳은 것입니다. 이렇게 함께 낳은 아이들은 처음 엄마아빠가 된 그 남자와 그 여자를 성큼 성장시키며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저는 오늘 아이들 아빠와 함께 봄이 오는 공원을 두 시간 정도 걸었습니다. 우린 이제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에 익숙하고 자연을 좋아하는 것도 닮아있습니다. 물론 어떤 땐 다투고 화해하고 다투고 또 화해합니다. 오늘은 운 좋게도 저희를 하나도 무서워하지 않는 아기 딱따구리 한 마리를 만나고 호숫가에 앉은 흰 두루미도 만났습니다. 오늘 저녁에 작은 아이는 자작곡 공연을 했고 대구에서 공연을 보러 온 친한 친구와 함께 집에 들어왔습니다. 낡은 이부자리지만 정리해 주고 따뜻하게 자라고 방에 온도도 올려주었습니다. 아이들이 밤산책을 다녀오면 아마 한 잔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라일락이 흐드러진 동네의 그들의 작지만 행복한 신혼집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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