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발 자전거 타고 자신의 세상을 넓혀가는 아이
조금 쌀쌀한 바람이 부는 날도 있지만 봄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요즈음, 아이들과 산책하기 참 좋은 날씨입니다. 오늘은 아이가 어떻게 배우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아이가 스스로 배움의 영역을 넓혀가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남자아이 두 명을 키우는 엄마는 모자와 선크림을 항상 가까이하게 됩니다. 그녀 역시 그렇습니다. 집안에서 블록놀이를 하고 그림책을 보다가도 아이들은 어김없이 밖으로 나가서 놀자고 말합니다. 세 발 자전거를 배운 지 한 달 정도 된 아이는 자기 발을 굴러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신나고 재미있나 봅니다.
집을 나오자마자 길게 이어진 공원 길에서 아이는 힘껏 페달을 밟습니다. 자전거 뒤에는 항상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곰돌이 인형을 태우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엄마, 나 저쪽을 갈 거야."
"그래, 손잡이 꽉 잡고 안전하게 타자."
"웅, 손잡이 꽉. 곰돌아 너도 꽉 잡아."
엄마의 손을 잡고 걸음마를 하던 그 아이는 이제 엄마보다 빠르게 앞서 나갑니다.
자전거를 타다가 고양이가 나타나면 멈추어 서서 고양이를 관찰합니다.
"엄마, 여기 야옹이 있어."
"저기 봐봐. 개나리 나무 밑에 아기 고양이도 있네."
까만색과 흰색 털이 골고루 섞인 아기 고양이와 어미 고양이가 봄볕에 햇살을 즐기는 모습, 앞발을 들어 얼굴을 비비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이야기를 나누곤 하였습니다.
"야옹이가 이렇게 해."
아이는 고양이처럼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는 시늉을 합니다.
"그러네. 세수하고 있나?"
"엄마, 고양이는 물이 없나 봐."
"그러게 신기하네. 아기 고양이도 따라 한다."
"히히, 귀엽다."
아이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얼굴로 연신 고양이를 바라보며 웃습니다. 그녀는 그런 아이가 귀여워 한 참을 바라봅니다. 햇살이 따스하고 바람도 솔솔 불어옵니다.
"우리 저기 벤치에서 간식 먹고 갈까?"
"웅, 좋아!"
아이는 여러 개의 벤치 중 마음에 드는 벤치를 찾아 그 옆에 자전거를 세우고 벤치에 올라가려고 짧은 발을 벤치 위로 버둥버둥 올립니다. 그녀는 아이를 두 팔로 가만히 안아 벤치에 앉혀주고 들고 다니던 도시락 가방에서 간식을 꺼냅니다. 아이의 손을 젖은 수건으로 닦아주고 숟가락과 포크를 아이 가까이 놓아줍니다.
아이의 입에 맞추어 한 입 크기로 작게 만든 주먹밥과 사과와 딸기를 담은 도시락 통이 벤치 위에 차려졌고 아이는 제일 먼저 딸기를 하나 먹고 나서 주먹밥을 하나 먹습니다.
"겨리야, 주먹밥에 뭐가 들어 있는지 맞춰봐."
아이는 주먹밥 가까이로 얼굴을 들이밀고 가만히 바라봅니다.
"멸치랑 당근!"
"맞아. 또 뭐가 들어 있을까?"
"밥!"
"그래 물론 밥이 제일 많지."
"이거 뭐야."
"초록색 채소인데 뭘까요?"
"오이?"
"오이, 맞았어!"
"근데 겨리 오이 싫어하는데, 오늘은 먹을 수 있네."
"웅, 이제 먹을 수 있어."
그녀는 오이를 싫어하는 아이를 위해 오이를 아주 잘게 다져서 주먹밥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녀도 어릴 적에 오이를 아주 싫어했습니다. 오이 특유의 비릿한 맛이 거슬렸거든요. 물론 어른이 되어서는 오이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싫으면 많이 안 먹어도 돼. 그래도 조금 맛은 볼까?"
그녀는 아이에게 세상에 이런 맛도 있다는 것을 소개하는데 만족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잘게 다진 오이가 들어간 주먹밥을 먹고 아이가 조금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 다행이다 싶습니다.
간식을 먹고 나서 아이는 다시 자전거를 탑니다. 아이가 자전거로 지나는 길 위로 까치가 날고 사람들이 지나고 구름이 흘러갑니다. 육교를 넘어 한 참을 걸어 도착한 곳은 아이가 좋아하는 회전 그네가 있는 놀이터입니다.
"엄마, 빙글빙글 그네 타자!"
"그래. 여기서 빙글빙글 그네 타고 놀다 가자."
우리 동네 놀이터와 다른 모습의 이 놀이터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무대를 아이는 빙글빙글 그네라고 부릅니다. 아이가 가장 신기하게 여기는 놀이기구입니다. 이미 다른 아이들이 타고 있어 멈추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아이가 회전 그네에 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아이는 어지러워 비틀거릴 정도로 빙글빙글 그네(회전무대)를 반복해서 타면서 이웃 동네 아이들과 금세 친해져 잘 어울려 놉니다.
아이들은 왜 저렇게 빙글빙글 도는 놀이기구를 좋아할까요? 생각해 보면 아이들만의 즐거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에버랜드나 롯데월드의 놀이기구 중에도 빙글빙글 도는 형태의 것들이 많이 있고 성인들도 이런 것들을 즐깁니다.
2023년 3월 15일 한겨레 신문의 기사에 맴도는 놀이를 하는 영장류의 연구에 대해 다루면서 '어린이 놀이공원에는 그네, 미끄럼틀, 시소, 회전무대, 회전목마 등 몸의 균형을 깨뜨리고 몸과 마음의 반응을 교란하는 기구가 가득하다' , '인류는 현대인이 되기 전부터 마음을 전환하는 경험을 추구해 왔다'라고 하였습니다.
*인용 논문: Primates, DOI: 10.1007/s10329-023-01056-x
아이들이 놀이터를 좋아하는 이유가 마음을 전환하는 경험을 추구하는 인류의 오랜 습성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입시공부에 시달린 아이들이 늦은 밤 놀이터에서 학원 가방을 벤치에 던져 놓고 그네를 배배 꼬아 타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아! 그 아이들도 마음을 전환하는 경험이 필요했던 거구나.'
다시 돌아가서 겨리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세 발 자전거로 아이는 날마다 조금씩 자신의 경험의 반경을 넓혀 나갑니다. 낯선 세상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것입니다. 뒤에 엄마가 있으니 두려움도 금세 안정감으로 전환됩니다. 자꾸 더 새로운 무언가를 해볼 마음이 생깁니다.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은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합니다.
"엄마, 오늘은 이 길로 가볼까?"
"새로운 길이네. 재미있겠는데."
그녀는 아이와 함께 동네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아이와 같이 얼굴이 까무잡잡 해졌습니다. 아이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스스로 신체를 조절하는 경험을 하였으며 그 결과 장딴지가 딴딴해졌습니다.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의견도 또렷하게 말하며 처음 본 아이와도 잘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의 호기심과 모험을 격려하고 지지해 주세요!
아이들은 호기심을 느낀 그곳으로 가고자 합니다. 그곳으로 가는 과정에서 그리고 그곳에 도착해서 아이들은 자신만의 속도로 세상을 배웁니다. 고양이를 배우고 비둘기를 배우고 동네 친구들과 상호작용 속에서 더불어 사는 방법과 태도를 배웁니다.
아이는 안락하고 익숙한 곳도 좋아하지만 자랄수록 새로운 공간을 찾습니다. 새로운 공간을 경험하는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샘솟게 합니다. 아무리 AI가 발달하고 인간이 AI로 대치된다고 미래를 전망하지만 인간의 창의성은 그 무엇과도 대치될 수 없음을 그녀는 믿습니다.
아이들이 조금씩 자신만의 속도로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격려해 주세요. 왜 우리 동네에서 놀지 자꾸 다른 동네로 가느냐고 잔소리하기 전에 아이의 세상이 그만큼 넓어진 것을 축하해 주고 대견스럽게 여겨주세요.
부모와 교사는 그들이 가고자 하는 그 길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아이의 제안에 주로 'YES!' 하는 편입니까 아니면 여러 가지 사정으로 'NO!' 하는 편입니까? 부득이하게 NO라고 말할 때는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그다음 그 제안을 지금 바로 수용할 수 없는 이유를 이야기해 주세요. 그러면 자신의 제안이 지금 수용되지 않지만 엄마나 아빠, 선생님은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고 여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