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다 아는 형아

형제의 놀이이야기

by 남효정

오늘은 네 살 터울의 형제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동성의 형제, 자매는 서로에게 평생의 놀이친구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놀이나 놀잇감 취향도 비슷하여 함께 노는 즐거운 시간이 쌓이면 둘은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됩니다.


요즘 겨리가 새롭게 알게 된 두세 개의 낱말을 조합하여 조금씩 문장으로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요구사항이 매우 구체적으로 변했습니다. 놀이할 때도 자기만의 생각을 언어적, 비언어적으로 자세히 표현하곤 했습니다.

그날도 무언가 요구사항이 있었던 것 같아요. 먼저, 엄마에게 다가가 무어라 무어라 말을 합니다. 엄마가 제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자 이번엔 아빠에게 다가가 엄마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손짓발짓에 배운 낱말을 섞어 완성되지 않은 발음으로 말을 합니다. 아빠가 가만히 들어보더니 비행기를 꺼내 겨리에게 건네주자 겨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닌 엉뚱한 것이라는 듯 실망한 얼굴로 형인 강물이에게 달려갑니다.


"왜 왜? 겨리 뭐 하고 싶어?"

눈물이 글썽해진 겨리에게 강물이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을 맞춥니다.


"이거, 해조."

형에게 보자기 하나를 내밉니다.


"망토 하고 싶어?"

"어어."


강물이는 동생에게 보자기 망토를 목에 둘러서 매 주고 자기도 똑같이 망토를 두릅니다.


"히히, 또까따아"

"형아랑 겨리랑 똑같이 망토 했다. 그지?"


형아의 말을 듣고 겨리는 형아의 말을 따라 합니다.


"망토 했다 그지이?"

"망토 했다 그지이?"


강물이도 재미있어 동생의 억양과 발음을 그대로 따라 하니 겨리는 형을 보며 까르르 웃습니다.


"이제 뭐 해 줄까? 곰돌이 줄까?"

"웅, 곰돌이."


형은 동생이 가장 좋아하는 곰인형을 찾아서 안겨줍니다. 그리고 동생을 보니 동생이 무언가를 요구하는 바디랭귀지를 사용합니다. 기다란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처럼 팔을 높이 뻗었다가 다시 내리고 다시 쭉 뻗었다가 싸우는 흉내를 내기도 합니다.


"겨리, 칼 필요해?"

"우웅. 칼!"


동생은 어린양 섞인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강물이는 겨리에게 나무로 깎은 작은 검을 찾아 줍니다. 동생의 표정이 시무룩합니다.


"이건 싫어?"

"이거 시러!"

"그럼 형아가 길고 큰 칼 줄까?"


형은 얼마 전에 자기 장난감으로 산 기다랗고 파란 플라스틱 칼을 찾아다 줍니다. 아까는 칼이라 친구들이 놀러 와도 다른 놀잇감은 잘 빌려주지만 이 파란 칼은 잘 빌려주지 않는 놀잇감입니다.


"이렇게 하면 칼집에서 나오고, 이렇게 살짝 밀어 넣으면 다시 들어간다. 알았지?"

"웅!"


자기 마음을 잘 알아준 형아가 좋은지 동생은 형을 졸졸 따라다니며 놉니다. 한 손에는 곰돌이를 안고 다른 한 손에는 파랗고 긴 검을 든 동생과 작은 나무 검을 든 형이 똑같이 보자기 망토를 하고 거실로 방으로 뛰어다닙니다.


"신기하네. 강물이는 어떻게 겨리 말을 저렇게 잘 알아듣지?"

"자기들끼리 통하는 게 있나 봐."

"저렇게 뛰어도 이웃들 민원 들어올까 걱정하나도 안되고 좋다 그지?"

"그래. 1층으로 이사이길 너무 잘했어."


아이들의 놀이가 끝날즈음 저는 큰 아이 강물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강물이 진짜 대단하다! 엄마아빠 보다 겨리 말을 더 잘 알아듣네."

"내가 어릴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생각해 보면 쉬워."


자녀는 부모보다 훨씬 진화된 존재라는 것을 종종 느낍니다. 강물이에게서 생각지도 않았던 말을 들은 그 순간 그 아이들의 저희는 부모로서 쑤욱 성장한 것 같습니다.


하루종일 뛰어도 아무 걱정 없는 아파트 1층 집에서 두 아이는 남자아이들의 매력적인 놀이인 거친 신체놀이 전쟁놀이 등을 마음껏 하고 놉니다. 때로는 그림책에 푹 빠져 조용히 책을 읽기도 합니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지척에 모래와 물을 이용해 놀이할 수 있는 놀이터가 있고 찻길을 건너지 않고 갈 수 있는 초등학교가 있고 문방구가 있고 김밥집이 있는 이 동네에서 형제는 함께 놀이하며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무언가를 잘 배우도록 하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의 놀이를 그림책으로 펴내고 싶어 종종 놀이를 회고하여 적어둡니다. 지금 기록들이 모여 보물상자처럼 제 노트북 폴더에 들어있습니다. 조금 더 정리하면 세상으로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놀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배움의 주체가 되어 놀이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부모와 교사가 이 그림책을 아이들과 함께 보며 놀이지원을 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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