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산책하는 즐거움

오전 2시간 날마다 산책하는 산책왕 이야기

by 남효정

여러분은 산책을 좋아하시나요?

헤드폰이나 에어팟으로 무언가를 들으며 걷는 산책이 아닌 오롯이 두 발로 걸으며 물이 흐르듯이 생각이 흘러가는 것을 느끼는 시간. 하루하루 나무와 꽃이 변화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빗물 웅덩이 모래 놀이터가 있는 마을로 이사를 하고 아이는 쑥쑥 자라났습니다.

그 무렵 아이와 엄마는 오전 시간에 아주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 가고 있었어요. 집안에 있을 때보다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할 때면 아이의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이 눈에 띄게 활발하게 나타나는 것을 보고 엄마는 날마다 아이와 산책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아이가 아장아장 걸음을 걷기 시작한 오월 어느 날, 유난히 붉은 장미 덩굴 앞에 멈추어 서서 작은 손을 들어 손짓하며 자신의 언어로 말하기 시작하였어요. 아마도 장미꽃에 대해 할 말이 있었나 봅니다. 두 사람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곤 하였습니다.


_64116884-538b-4c45-93f9-9caca9381fc0.jpeg 장미꽃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

"우리 아기, 손을 쭉 뻗었네. 장미꽃을 만지고 싶니?"


그러면 아이가 무어라 무어라 긍정의 제스처를 보냅니다.

엄마는 아이의 눈높이 있는 장미꽃을 찾아 만져보고 향기도 맡아볼 수 있도록 해주었고 아이는 신이 나서 더욱더 많은 발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날은 산책하는 털이 복실복실한 강아지도 만나고 날아오르는 새들도 만납니다.


"안녕? 강아지야."

"강아지도 산책 나왔나 봐."


"안녕, 비둘기야? 비둘기는 뭐 하고 있나?"

" 와~하늘로 날아오르네. 친구가 많구나."


아이는 포동포동한 볼에 유난히 빛나는 눈으로 비둘기를 보며 아장아장 걸음을 더 빨리 옮겼습니다.

직장을 다니다가 오롯이 육아를 위해 엄마연습을 하던 저는 모든 것이 처음이고 어색하고 낯설었어요. 하지만 산책하는 그 시간만큼은 솔바람 솔솔 부는 나무 그늘에서의 휴식처럼 분주한 일상에 쉼표가 되었습니다.


아기와 대화를 하는 일은 참으로 신비한 어떤 느낌이 있어요.

인간이 만든 언어를 익히기 전 몸짓, 손짓, 눈빛 등 비언어적인 다양한 표현을 통해 아기는 엄마와 대화합니다. 탁 트인 공간인 공원에서, 길게 이어진 동네 길을 걸으며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아이와 함께 새로운 존재인 엄마가 되어갑니다.


내 눈을 바라보는 이 작고 소중하고 귀염뽀작인 아이가 모든 것을 나에게 의지하고 나를 믿고 나를 엄마로 대합니다. 엄마가 되게 만듭니다. 내가 아니면 기본적인 것조차 어찌할 수 없는 나약함과 한 밤중에도 몇 번이나 엄마아빠를 깨워 필요한 것을 하게 하는 강력한 힘을 동시에 가진 존재. 그 매력에 빠져 젊은 엄마와 아빠는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걱정입니다. 우리나라는 점점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어요.

2024년 2월 20일 교육부 통계를 보니 초등학교 예비소집 응소자가 0명인 학교가 157개교라고 해요. 젊은 사람들도 결혼 후 자녀출산은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선택이 아닌 여건이 되지 않아 포기하는 것들 중에 자녀를 낳고 기르는 일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말입니다.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요?

산책왕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일기장에 연필을 꾹꾹 눌러 이렇게 썼습니다.


'행복이란 친구랑 마음껏 뛰어노는 것, 가족이 화목한 것, 재미있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이다.'


가장 보통의 사람들의 일상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어지는 것 그것이 행복이겠지요.

그런 행복을 그려봅니다. 젊은 이들이 서로 사랑하고 결혼하고 귀여운 아이들이 태어나는 나라가 되기를,

동네마다 아이들의 뛰노는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기를 염원해 봅니다.



다음이야기는 아이가 너무 사랑한 <파랑 자전거 이야기> 혹은 <인권이 살아있는 수중분만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이 아닌 전적으로 작가의 마음에 떠오른 순서로 풀어나갑니다. 오늘도 애쓰셨고 내일부터 3일 동안 꿀휴가 편안하게 보내세요. 저는 내일 봄맞이 수선화 화분을 사러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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