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놀아야 잘 큰다

온 동네를 놀이터 삼은 그 아이 이야기

by 남효정

오늘은 그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이야기로 시작할까 합니다. 그 아이는 늘 멋진 옷을 차려입고 나비넥타이를 하고 모자까지 어울리게 챙겨 쓰기를 좋아했어요.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좋은 유치원을 찾다가 집에서 좀 멀지만 자연과 가깝고 운동장이 넓고 어린이도서관도 지척에 있는 교육기관을 찾았습니다.


그 무렵은 제가 '이제 사회로 다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때입니다.

아침마다 햇살처럼 환한 얼굴로 일어난 그 아이와 저는 날마다 편안하게 반복되는 일상 안에서

아주 중요한 결정을 함께 하곤 하였습니다.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까?”


그 아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티셔츠와 반바지 그리고 모자에 신발까지 꼼꼼하게 고르고 거울에 비춰보며 스스로 스타일링을 점검했습니다. 서랍 안에는 이미 아이가 좋아할 법한 옷이 종류별로 정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엄마인 저의 입장에서는 미리 계절에 맞는 옷을 서랍장 안에 잘 보이게 정리해 놓고 바라보고 기다려 주면 되었습니다.


“엄마엄마, 오늘은 아빠 넥타이 맬 거야.”


그 아이는 아빠 넥타이처럼 긴 남색 타이를 골라 들고 말했습니다. 옷을 입는 과정에서 아이는 많은 선택을 합니다. 어떤 날은 파란색 점퍼에 빨간 양말을 신기도 하고 어떤 날은 반바지에 멜빵을 하기도 하지요. 아이는 옷을 고르며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눕니다. 그 과정에서 상대방과 의견을 나누고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는 엄마라는 사람을 경험하게 되지요.

등원 모습은 매우 재밌습니다. 모자에 넥타이까지 멋스럽게 차려입은 아이와 연한 청멜빵바지에 머리를 하나로 묶고 화장기 하나 없이 에코백 하나를 둘러멘 엄마. 모습은 달라도 두 사람은 종알종알 이야기꽃을 피우며 걸어갑니다. 봄이 오는 길에는 새싹들이 연둣빛 얼굴을 내밀고 낮은 명자나무 가지에는 참새들이 활기차게 날아오르는 어느 따사로운 날이었어요. 장난치듯 같이 날고 다시 가지에 함께 내려앉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아이가 엄마를 봅니다.


“엄마 난 이다음에 태어나면 참새가 될래.”

“왜 우리 결이는 참새가 되고 싶어? 독수리는 크고 힘도 센데 참새가 더 좋아?”

“그건 말이야 엄마. 참새는 사람이 사는 동네 가까이 살고 친구가 저렇게 많고 친구랑 친하게 놀잖아. 근데 독수리는 혼자 심심하잖아. 그러니까 참새가 훨씬 더더더더더 좋지.”

“아~그렇구나! 참새는 친구가 많아서 훨씬 재밌겠구나!!”


그 아이는 유치원에서도 숲에 가는 시간을 가장 좋아했어요. 친구들과 참새처럼 종알종알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껏 뛰고, 달리며 산새를 쫓아다니고, 도토리를 모아서 놀았습니다.

집에 돌아올 때는 일부러 버스를 타지 않고 엄마와 배꽃이 흐드러진 과수원길을 따라 걷기도 하고 기찻길 옆에 피어있는 민들레 홀씨를 찾아 날리기도 하였습니다.


세 발 자전거에 좋아하는 곰돌이를 태우고 온 동네 곳곳을 다니기도 하였습니다. 그 아이의 얼굴은 호기심과 따뜻한 웃음으로 가득 찼습니다. 우주최강 귀여움을 장착하고 우리 집에 내려온 멋진 존재와 하루하루 새 날을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늘 밖에서 노는 그 아이는 날이 갈수록 얼굴이 까무잡잡 해지고 자전거 페달을 누르는 다리는 땅땅해져 갔습니다. 찻길을 건너지 않아도 몇 개의 놀이터가 있는 동네에서 그 아이는 조금씩 여물어 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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