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오리엔테이션 이야기
새 봄, 개강 첫날입니다. 오늘은 스물세 명의 영유아 교사를 유아놀이지도라는 교과목을 매개로 만났습니다. 학생들은 다양합니다. 영유아 교육기관에서 입학식을 하고 처음 만나는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님들과 아직은 좀 긴장되는 대화를 나누고 온 현직 선생님, 교직에 있다가 잠시 휴식 중인 선생님, 학부는 다른 전공이지만 석사과정에서 유아교육을 공부하여 영유아교사가 되고 싶은 학생. 각각의 빛나는 눈동자가 교수자인 저를 봅니다. 대부분은 현직 교사입니다. 아이들은 오늘 유아교육기관에서 새 선생님을 만났고 그들의 선생님들은 오늘 저라는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아이들이 고유한 존재이듯 선생님도 고유한 존재입니다. 고유한 존재와 존재가 만나서 획일화된 삶을 지향하지 않고 빨주노초파남보 각각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과정'으로 함께 성장해 나갈 예정입니다. 여름 한가운데에서 학생들이, 그리고 교수자인 제 자신이 성큼 자란 자신과 조우하게 되길 기원합니다.
오늘은 그 아이의 처음학교인 유치원 오리엔테이션 이야기를 들려 드릴까 합니다.
그 아이는 오늘 처음 유치원이라는 곳에 갑니다. 엄마가 아주 재미있는 곳이라고 이야기해 주었기에 가슴이
콩닥콩닥 합니다. 그리고 궁금한 것이 많아 재잘재잘 질문도 많이 합니다.
"엄마, 유치원에서는 뭐 하고 놀까? 거기에도 블록이 많을까?"
"엄마, 친구들도 많이 올까? 얼마나 많이 올까?"
"엄마, 오늘 간식은 뭘까?"
오늘은 예비소집일이라 이야기나누기와 새 노래 배우기를 하고 맛있는 간식을 먹고 올 예정이라고 알려주었고 아이는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유치원으로 엄마 손을 잡고 걸어갑니다. 잔뜩 멋을 내서 카디건에 봄잠바를 꺼내 입었는데 꽃샘추위인지 날씨는 쌀쌀합니다. 유치원에 가까워 지자 그 아이는 씩씩하게 앞장서서 걸어갑니다.
엄마 손을 잡고 다람쥐반 교실로 들어갑니다. 피아노 앞에 카펫이 깔려있고 카펫 끝에는 살짝 반원을 그리며 의자가 6개 놓여있습니다. 그 아이는 교실을 둘러보다가 둥글게 놓인 의자 중에 맨 오른쪽 의자에 앉았습니다. 그 아이의 엄마는 아이의 선택을 지켜보며 의자 뒤편에 섰습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다람쥐반 선생님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이제 봄이지요? 그래서 봄님이라는 노래를 배워 볼 거예요. 선생님이 먼저 피아노로 쳐 볼게요.”
선생님이 동요를 반주하는 동안 그 아이는 피아노 너머로 보이는 큰 창문을 통해 함박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하는 것일 보았습니다.
“눈 온다!”
몇 명의 아이들이 창밖을 보며 눈 온다라고 하자 아이들의 관심이 창문밖 함박눈으로 집중되었습니다. 초임 선생님이었던 다람쥐반 선생님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창밖엔 눈길을 주지 않고 미리 준비해 놓은 봄꽃 사진들을 작은 주머니에서 꺼내 보여주었습니다.
“이제부터 선생님이 봄꽃을 보여줄 거예요. 이건 무슨 꽃일까요?”
선생님이 준비한 사진자료는 눈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을 차차 걷어들였습니다. 아이들은 이제 선생님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 아이는 선생님이 자신의 목소리를 못 들었다고 생각하여 더 크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 순간 다람쥐반 선생님의 볼이 조금 붉어졌습니다. 그러나 흔들림 없이 수업을 진행해 나가야 한다고 결심한 듯합니다.
그 아이는 어리둥절했습니다. 눈은 창밖에 주먹만 하게 내리는 눈을 보고 선생을 보고 눈을 보고 다시 선생님을 보았습니다. 궁금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 함께 궁금해하던 엄마아빠와는 다른 선생님 태도에 적잖이 실망한 눈치였습니다.
"3월이면 봄인데 왜 눈이 올까? 선생님도 너무 궁금하다."
"우리 잠깐 창밖에 내리는 눈을 볼까요?"
"오늘 날씨가 따뜻할 줄 알고 봄님이라는 노래를 준비했는데 눈이 오네. 그럼 우리 눈 노래로 바꾸어 부를까?"
이렇게 아이들의 호기심을 존중해 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하지만 선생님은 초임이었고 밤새 상호작용 예시를 적고 연습한 것을 낯선 부모님과 아이들 앞에서 해내야 한다는 부담을 느꼈을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끝내 선생님은 눈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진달래, 개나리, 제비꽃 등이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간식을 배식하였습니다.
그 아이는 집에 돌아오면서 풀이 죽은 얼굴로 엄마를 봅니다.
"엄마 선생님은 내 목소리 안 들리나 봐."
"그랬나 봐. 선생님이 오늘 선생님 된 첫날이라서 못 들으셨는데 내일부턴 잘 들으실 거야."
그 아이는 그렇게 처음 학교 유치원에서 처음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 후 선생님은 질문이 많은 그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여러 명의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살피고 마음껏 놀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교사로서 아이와의 경험이 쌓이고 그들에게 오롯이 마음을 기울이게 되면 한 아이 한 아이가 품는 호기심과 질문이 배움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2019 개정 누리과정은 영유아 중심. 놀이중심 교육과정입니다. 우리 반의 놀이를 일주일에 2~3회 30분 정도씩 촬영해 보세요. 가정에서 놀이할 땐 부모님이 핸드폰으로 찍어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아이가 무엇에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보일 것입니다.
오늘 처음 학교에서 처음 선생님이 되신 선생님들 그리고 새로운 배움의 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눈 맑은 우리 아이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처음 학부모가 되신 학부모님 응원합니다. 그리고 낮에는 선생님, 밤에는 학생이 되는 멋진 우리 선생님들 특별히 더 응원합니다.
2025년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통합이 이루어집니다. 영유아의 개별적인 흥미와 관심을 존중하고 자유롭고 신나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배움의 주체로 자라날 수 있도록 현장에서도 다양한 목소리를 내기를 기대합니다.
오늘도 잘 살아낸 하루입니다. 토닥토닥... 좋은 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