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데 도서관에 놀러 갈까?

한 가족의 도서관 사랑 이야기

by 남효정

여러분은 주로 어디서 노시나요? 저는 동네를 어슬렁거리다가 마음에 드는 카페에서 놀기도 하고, 햇살 좋은 도서관에 앉아 여행에세이나 시집을 보면서 놀기도 합니다. 낮은 산길을 걷다가 별안간 신발을 벗고 어씽을 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오늘은 한 가족의 도서관에서 재미있게 놀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살짝 말씀드리자면 그녀는 뼛속까지 문학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홀로 있는 시간에 그녀가 무엇을 하는지 지켜본다면 금세 납득이 될 것입니다. 그녀는 좋아하는 시를 읽고 베껴 쓰기도 하고 그에게서 생일 선물로 받은 니코스카잔차키스 전집을 꺼내서 좋아하는 페이지를 소리 내어 읽기도 합니다. 영화도 도서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즐겨보지요.


아이들이 아장아장 걸음마를 뗄 때부터 그녀는 가족들과 함께 도서관에 가서 놀았습니다. 아이들이 처음으로 자기 사진을 넣어 개별적으로 가지게 된 신분증이 도서대출증이니 참으로 역사가 깊다고 할 수 있겠지요. 주중에도 도서관에 가긴 하지만 주말이 되면 온 가족이 함께 나들이 삼아 다녀올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도 좋아라 따라나섰습니다.


"우리 심심한데 도서관 갈까?"

"책 보고 오늘도 맛있는 거 먹고 올 거야?"


그녀는 작은 아이가 이렇게 물으면 맛있는 거 먹고 싶다는 뜻이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립니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응, 짜장면에 탕수육 먹고 싶어."

"나도 좋아."

"그럼 오랜만에 도서관 앞에 중국집 가자."


가족들이 모두 찬성하면 오늘은 그녀가 좋아하는 떡볶이가 아닌 아이들이 좋아하는 짜장면을 먹는 날이 됩니다. 그들은 집을 나서면서부터 이야기를 나눕니다.


"나는 빌리고 싶은 책 있는데 가방 챙겨가야겠다."


어릴 적부터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된 큰 아이가 책을 빌려서 넣을 에코백을 챙기면 그녀는 커다란 배낭을 하나 찾아서 꺼내듭니다. 그리고 각자 자기 도서대출증을 준비해서 호주머니에 넣고 바로 도서관을 향해 출발합니다. 자동차를 타고 가도 되지만 비가 오지 않으면 공원길로 길게 이어진 길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서 갑니다. 길을 걸으며 아이들은 참새도 만나고 민들레 홀씨도 찾아서 불어봅니다.


"해리포터 시리즈지? 어디까지 봤어."

"아즈카반의 죄수들까지 읽었어."

"아즈카반의 죄수는 너무 분위기가 으스스하지 않아?"

"그래도 해리가 마법을 배워서 디멘터 다 무찔러. 익스팩토 팩트로 놈~~!!"

"익스팩토 팩트로 놈~~!!"


_14b558c0-7c08-4b57-9b3d-413f51837638.jpeg 주문을 외우는 해리포터와 그녀의 아이들

그녀의 작은 아이가 형이 해리포터 모습을 재현하는 것을 넋을 놓고 보다가 주문을 따라 외웁니다. 갑자기 온 가족이 깔깔깔 웃는 소리가 5월의 공원 가득 울려 퍼졌습니다.


"나는 해리포터도 좋지만 해리친구 남자아이 이름이 뭐더라... 그래 론, 론도 참 매력적인 캐릭터인 거 같아."


그는 해그리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해그리드가 해리포터한테 나타날 때 아주 인상적이지? 긴 수염에 커다란 몸집~그런데 마음은 아주 상냥하잖아. 나도 수염을 그렇게 길게 한 번 길러 보고 싶다."

"아빠도 수염 길러. 길게 기르고 일하러 가면 되지."

"나도 어른 되면 수염이 많이 날까?"


이야기는 어느덧 수염 이야기로 전환되었습니다. 도서관은 도토리나무가 많은 작은 숲을 끼고 있습니다. 그곳은 숲이 울창한 여름날이 되면 청설모들이 부지런히 나무를 타고 매미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는 곳입니다.

_2d5844cd-a974-4dd0-aa8f-817c74b32424.jpeg 자연 속에 자리 잡은 도서관을 상상해 보았어요


도서관에 도착하면 그녀의 가족들은 작은 아이가 좋아하는 어린이 도서관에서 그림책을 봅니다. 그림책은 어린이들만의 책이 아니거든요, 심심할 때 읽으면 재미도 있고 마음에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맛있는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고 작은 도토리나무 숲을 산책한 후 집에 돌아오는 것을 아이들은 재미있어했습니다. 자기가 빌린 책을 자기가 들고 가겠다고 무거운 가방을 끙끙 거리며 옮기는 모습도 대견하게 생각되었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집안일이 많이 밀린 어느 날 그녀가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나는 지금 돼지책에 나오는 그 엄마가 된 거 같아."

"엄마 힘들어? 내가 설거지할까?"

"정말? 조심조심 잘할 수 있을까?"

"걱정 마 엄마, 내가 혼자 할 수 있어."

"아니야, 아빠랑 같이 하자."

"우리가 음식도 만들어줄게. 쉬고 있어."


스크린샷 2024-03-13 211057.png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중에서


그와 아이들이 설거지를 하고 방을 정리하고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말합니다.


"진짜 돼지책에서 아빠랑 아이들이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음식 만드는 내용이랑 똑같다. 그럼 나는 차를 고치러 나가야 하나?"


그녀는 좋아하는 책을 꺼내 들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그 후로도 그런 날이 종종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은 책이 쌓여갈수록 가족들만의 대화법이 생겼습니다. 아이가 해리포터를 읽으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리스로마신화의 어떤 신에게 매료되었는지 그림책은 어느 작가의 그림책을 좋아하는지를 알고 일상생활에서 서로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빌린 책은 소중하게 읽고 반납하였고 아이들이 너무나 사랑하는 책들은 구입해 주었습니다. 그녀의 가족은 아직도 도서관에서 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주제별로 특화된 도서관이 있는 마을에 사는 것이 참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세상으로 나아가면서 조금 발길이 뜸해졌지만 그녀와 그는 아직도 도서관에서 놉니다.


'엄마아빠 어디야?'

'우리 도서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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