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날 봄소풍 이야기
오늘은 일요일이고 타인에 의해 시간이 도막도막 나뉘지 않고 길게 통으로 이어져 있어 그녀는 마음까지 편안합니다. 가족 누구도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오늘은 쌀쌀한 날씨지만 봄소풍 다녀온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햇살이 창으로 들어와 집안 가득 비추는 시간
그녀는 거실에 자라나는 식물들이 햇볕 샤워를 할 수 있도록 거실의 커튼을 더 활짝 열어젖힙니다. 햇살이 길게 거실로 주방으로 얼굴을 들이밉니다. 식탁 위에 수선화 화분이 어느새 키가 쑥 커진 꽃대를 햇살을 향해 비스듬히 뻗고 진분홍 히야신스도 사람처럼 햇살을 향해 팔을 뻗고 있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보라색 꽃봉오리를 무수히 달고 있는 또 다른 히야신스도 조금씩 꽃망울을 부풀리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이야~얘네들 좀 봐. 물 먹고 키가 이렇게 빨리 큰다고?"
"많이 자랐네. 꽃도 더 많이 피었고."
"신기해.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모두 햇볕을 향해 자란다."
가족들은 식탁 위의 꽃들을 들여다봅니다. 그녀처럼 대단히 신기한 눈빛은 아니지만 함께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며 이런 대화를 나누는 순간이 그녀는 참 따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햇살이 참 좋네. 봄소풍 한 번 갈까? 햇볕 샤워도 하고."
"광합성하러 가자고?"
"엄마, 햇볕 샤워란 말 좋은데요."
무엇을 가져갈까 궁리하다 시골 부모님이 농사지으신 고구마 상자를 보고 얼른 군고구마를 봄소풍 메뉴 1순위에 올립니다. 고구마를 씻고 냄비에 넣어 가스레인지 불을 켜고 창문을 활짝 열어 바깥공기를 느껴봅니다.
아직 얼굴에 닿는 바람이 쌀쌀합니다.
"바람이 아직 찬데 우리 튀김우동 작은 것도 사갈까?"
"좋은 생각인데요."
친구가 선물해 준 페퍼민트 차도 우리고 요구르트도 챙깁니다.
가는 길에 동네 제과점에 들러 갓 구운 바게트와 크로켓 그리고 샌드위치도 삽니다.
"힘들지 않아요? 다리를 다쳤나 봐요."
"아~네. 괜찮아요."
빵들을 포장한 봉지를 건네주며 아르바이트 학생이 환하게 웃습니다.
그녀는 그 학생이 발에 보호대를 하고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짠하면서도 대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녀의 가족은 30분쯤 걸어 공원 내 4인용 피크닉 의자가 장착된 작은 통나무집처럼 생긴 자리에 앉았습니다.
햇살이 따사롭습니다.
가족 단위로 나온 사람들이 여기저기 간단한 음식들을 펼쳐놓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어린아이들은 공을 차거나 뛰어다니며 소리 내어 웃는 소리가 공원에 배경음악처럼 깔립니다.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뭘까요? 요즘은 그런 생각을 좀 깊게 하는 것 같아요."
그녀의 아들이 해맑은 얼굴로 피자빵을 먹으며 묵직하게 질문을 던집니다. 그들은 한 참 동안 행복하게 산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유롭게 사는 것, 어떠한 경우에도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
"나의 생각과 신념을 지키며 밥벌이를 하는 것이 아닐까?"
"돈이 목적이 되는 삶을 살면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 신념 이런 것을 조금씩 내려놓고 사는 인생은 빈 껍데기로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대화 중간중간에 군고구마와 컵라면을 번갈아 가며 먹습니다. 페퍼민트차의 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우울감에 빠졌다가 햇볕을 쬐면서 요구르트를 퍼 먹으며 그것을 극복한 어느 유튜버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농부의 삶에 대해 대화하며 잡초라 부르는 무수한 식물이 농작물을 얼마나 강하게 자라게 하는지에 대해서도 놀라워하며 꼭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하기도 합니다.
"저는 꿈과 돈을 연결하는 방법을 고민해 볼 거예요."
그녀는 방학 동안 여덟 번의 공연을 한 아들이 자작곡과 커버곡 등으로 공연을 하며 크고 작은 무대를 경험하면서 꿈과 돈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천상병 시인의 <행복>이라는 시가 있어."
그녀는 천상병 시인의 시를 읊조려 봅니다.
행복
천상병
나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느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
"행복이란 의외로 일상의 작은 것에서 만족하며 어린아이의 순수한 마음과 그 미소를 잃지 않는 것이 아닐까? 천상병 시인처럼 말이야."
"이렇게 햇볕 샤워하는 지금 행복한 줄 알아야 해."
"오늘 바람은 차가운데 햇볕이 진짜 따땃하네요. 등이 아주 따끈따끈 해."
지구와 태양의 거리는 4,900만 km라고 합니다. 한 시간에 4km를 가는 보통 사람의 걸음으로 지구에서 출발하면 약 4281년이 걸려서야 태양에 도달할 정도의 거리랍니다. 그런데 너무도 신기한 것은 그 먼 곳 떨어져 있는 태양의 빛과 볕으로 지구의 생명들이 찬란하게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봄소풍은 행복이라는 주제로 시작하여 아직 피지 않은 매화봉오리 이야기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오는 길에 흙이 있는 공터에서 그녀가 맨발 걷기를 15분쯤 한 것도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이야기가 있는 가족은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봄날이 이어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