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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정 May 11. 2024

유칼립투스를 사랑한 한 사람이  만든 카페

하나의 작은 세계를 만들다

 나무들의 초록빛 함성이 거리에 울려 퍼지는 2024년 5월 10일. 오늘도 저는 영유아교육기관에서 아이들의 놀이를 관찰하고 기관장님과 교사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해 드리고 서울 면목역 근처 나주곰탕 집에서 식사를 마친 후 길가의 아담한 카페에 들어왔습니다.

초록색 벽이 인상적인 카페


저는 슈크림라떼를,  함께 간 선생님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했어요. 카페는 아담한데 한 두 명씩 끊이지 않고 사람들이 들어옵니다. 커피가 맛있다는 의미이겠지요?


 카페의 한 벽면은 진한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고 그 앞에 도자기컵과 사장님이 고른 책이 쌓여있어 자유롭게 가져다 읽을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네요.  너무 맘에 들었던 것은 초록벽 앞에 놓인 노란색 가구였습니다. 원래는 화장대였을까요? 데스크 바로 위에 거울이 달려있어 음료를 주문하는 사람들의 옆모습을 비추어 주고 작은 공간에 개방감을 주어 좋았습니다.


 혼자 왔을 때는 책도 골라 읽을 수 있어요.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삶이냐/ 사랑한다는 것', '자유로부터의 도피' ,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그리고 한수정의 '하루 5분의 초록', 앤드루 조지의 '있는 것은 아름답다', 김이나의 '나를 숨 쉬게 하는 보통의 언어들'이 그윽한 커피 향과 어우러져 멋진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카페에 준비된 읽을거리



“커피가 참 맛있어요.”

“정말이요? 감사합니다.”


그때 한 구석에 놓인 2014년 바리스타대회 우승 트로피가 눈에 들어옵니다.


“어쩐지 커피가 맛있다 했더니 바리스타대회 우승자 이셨네요.”

“잘하시는 분 많았는데 제가 운이 좋았어요. 그때.”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사장님은 웃으며 말합니다.


“겸손이 참 힘든데 겸손하게 말씀하시네요. 여기 있는 디저트도 직접 만드셨나요?”

“네. 제가 만들었어요.”

“제과 제빵 자격증도 있으신가 봐요.”

“아니에요. 인터넷 보고 만들었어요.”

“그래요? 금손이시네요.”


 정갈하게 준비된 디저트들이 주인의 성격을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스콘의 종류도 치즈, 초코, 무화과, 플레인, 한라봉 이렇게 다섯 종류나 되고 파운드 케이크, 치즈칩, 마들렌, 에그타르트까지 골고루 준비되어 있습니다. 과일청도 몇 종 있었는데 '말씀하시면 담아 드려요'라는 문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요청하면 과일청을 만들어주기도 하나 봅니다.


 직업상 상대방의 강점을 빠른 시간 내에 찾아내는 저의 능력은 처음 만난 공간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하여 이 공간을 만든 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 확장되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의 강점이 눈에 또렷하게 보입니다.


유칼립투스를 주제로 한 커피잔


여기 놓인 도자기컵도 직접 만드신 건가요?”

“그렇진 않아요. 제가 유칼립투스를 좋아해서 벽도 초록으로 칠하고 소품도 유칼립투스를 주제로 한 것들을 사서 꾸몄어요.”


 주인장이 정성을 들인 공간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손님은 궁금한 것이 많은 법이지요. 쏟아지는 물음에 대답하며 사장님은 소녀처럼 수줍게 웃으며 조곤조곤 설명해 줍니다. 그때 저는 보았습니다. 자부심이 과하지 않게 담긴 젊은이의 멋진 눈빛을요.


 창밖을 보고 앉는 자리에는 혼자 앉는 사람을 위한 자리가 세 개 마련되어 있고 그 앞의 통유리 너머로 오월의 나무들이 바람에 춤추듯 나뭇잎을 흔듭니다.


 초록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초록동지로서의 연대감이 느껴집니다. 초록 동지들은 대부분 식물과 자연을 아끼고 가까이해요. 그리고 작지만 자기만의 고유한 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초록이 아름다운 면목역 부근 작은 카페 ROGIS에서 이 글을 씁니다. 에그타르트와 바질토스트가 맛있다고 하는데 다음에는 꼭 맛보아야겠어요.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하게 하는 이 공간에서 저는 창밖의 햇살과 바람, 오월의 싱그러움을 조망합니다. 오늘 서울의 하늘은 맑고 투명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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