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효정 May 19. 2024

토끼풀 밭에 사는 고양이

문방구 앞 토끼풀밭에는

엄마 고양이 한 마리와

아기 고양이  세 마리가 산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아기 고양이들은

앞 발로 제비꽃도 건드려보고

노랑나비도 쫓아다니다가

뒹굴뒹굴 구른다 여름 풀밭을


바람이 분다

봄을 닮은 황금빛 털이

바람에 바르르 바르르


아침 햇살 속 엄마 고양이는

까무룩까무룩 졸음이 쏟아져도

아가들이 노는 모습을

빠짐없이 다 본다

눈을 가늘게 뜨고


얘들아, 그만 놀고 공부해야지

엄마가 심각한 얼굴로 꾸중을 하면

아기고양이들 장난이  주춤주춤


엄마를 따라 제법 날카로운 눈매로

나무 위 작은 새들을 쏘아보다가

후다닥 살구나무를 타고 올라가

새를 잡는 시늉도 한다


봤지, 거의 잡을 뻔한 거

봤지, 내가 얼마나 빠른지

그런데 이제 잠이 와요

아기 고양이들이 엄마 몸에 기대어

가르랑 가르랑 소리를 내다가

제비꽃 만발한 꿈 속으로 스며든다


귓가를 간질이는 손길

살짝 눈을 떠 보면

와글와글 집에 가는 아이들

황금빛 털을 가만히 어루만지는 작은 손

내 눈을 바라보는 까만 눈동자


아, 오후 햇살이 따사로워

또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고양이들

토끼풀밭에서 노는 고양이들


이전 08화 참새와 보리밥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