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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정 May 15. 2024

참새와 보리밥

연꽃이 피어나는

어느 여름날


보리밥에 열무김치를 싸가지고

피크닉 테이블이 있는 공원으로

소풍을 갔어


사과랑 딸기, 바나나와 요플레도

테이블 위에 늘어놓고

밥을 먹기 시작했지


해남에서 온 보리로 지은 밥

야들야들한 열무로 담은 김치

상쾌한 아침 햇살

이보다 좋은 날은 없다고

우리가 하늘을 올려다볼 때


작은 참새 한 마리가

테이블 위에 날아와 앉았어


아이 귀여워라 아기인가 봐

내가 들여다 보아도 날아가지 않아

아기 참새는 꽁지를 샐룩이며

둘러보다가 테이블 위에 떨어진

보리밥 한 알을 콕 찍어먹고

빠르게 날아갔어


잠시 후 작은 새는

좀 더 큰 새 두 마리를 데리고

테이블 주위로 왔어

그다음 열 마리 가까이가

휘몰아치듯 날아왔어


저기 보리밥 있다

말로만 듣던 전설의 보리밥이

실제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구

엄마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 와봐요

언니삼촌 동네친구들아

모두 모여봐


잔뜩 흥분한 참새 덕분에

보리밥 소풍은

후다다닥

끝나버렸다


연꽃이 피어나는

어느 여름날

참새와 보리밥 이야기

피크닉테이블 위의 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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