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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Apr 02. 2023

엄마도 나중에 그림대회 나가

열정과 결과 사이 




다엘인 엄마 닮아서 그림을 잘 그리지!
나도 엄마처럼 그림 잘 그리고 싶다.
엄마는 원래 어렸을 때부터 그림 잘 그렸어요? 
이거 그리려면 어떻게 그려야 해요? 
엄마 수업 나도 듣고 싶다. 
나도 아이패드 가지고 싶다. 


지난 2~3년 동안 그림을 취미로 시작해서 결과물을 냈다. 

그림 전공도 아닌 내가 이모티콘 10개를 그려 승인받았다. 

이모티콘 작가가 됐고 그라폴리오에 작품 갤러리도 만들었다. 

이모티콘 튜터로 활동하고 NFT에도 진입했다. 

그림을 계속 그려서 플랫폼에 올리다 보니 인사동 갤러리 전시 제안 메일도 받았다.

(꽤 많은 사람이 제안받는다고는 들었다) 

그림책을 만들었고 달력과 컬러링 북, 떡 메모지와 여러 굿즈를 만들었다. 

약 500일 넘게 매일 1일 1 크로키를 하고 있다. 

컨투어 드로잉도 6개월간 매일 했다. 그림을 배우고 훈련하기를 쉬지 않고 계속했다. 

인물 그림을 그려 지인들에게 선물했고 내 책을 구입한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그려 드렸다. 

프로 크리에이트로 디지털 드로잉을 하다 보니 튜터로 수업을 진행했다. 

책 삽화를 그렸고 표지를 그려 전자책을 냈다. 

온라인 수업만 하다 현지에서 소문이 나서 오프라인 수업도 할 수 있었다. 

온라인 스페이셜전시를 했고, 오프라인 단체 기부 전시회에 참여해서 작품을 걸었다. 

내일 마무리되는 <소녀들을 위한 기부 전시회> 다. 

약 3주간 충남도서관에 다녀간 사람이 600명이 넘는다. 대단한 열기다. 봤던 사람이 또 보러 오기도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진심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유명한 전시전도 아니고 일반인들이 모여서 진행하는 기부 전시회에 사람들은 다녀가면서 방명록을 남기고 작품을 구입했다. 그렇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분 전시회에 동참했다. 잠깐 전시회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다. 

호주에 거주하고 있는 폰티콘 월드의 수장인 드로우 토부 강민경 작가 중심으로 모여 자신들의 기량을 맘껏 펼치고 있는 일반인들이 작가로서의 날개를 펼치도록 기회를 주는 그룹이다. 



함께한 작가들과는 2~3년간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봐왔다. 원래 그림을 업으로 했던 사람보다 말 그대로 <똥손>에서 시작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어떻게 그림을 그려야 될지 막막했던 사람말이다. 혹은 그림을 계속 그리면서 살고 싶은 꿈을 가졌지만 어떻게 그 꿈을 풀어나갈지 몰랐던 사람도 있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람이 지속적으로 해서 자신의 꿈을 이뤄가고 있다. 전문작가 아니었던 사람이 그림책 작가가 되고 자기 브랜드를 만들고 NFT 작가가 되고 자기영역을 확장해 나간다. 나 혼자라면 못했을 이 과정은 함께 했던 폰티콘 팀이 있어서 가능했고 그림 메이트가 있어서 가능했다. 서로 힘을 주는 동료가 있었다. 도망가고 싶을 때 잡아 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비전공자임에도 해냈다. 같이하니까 덜 무겁다. 그리고 즐겁다.  계속해서 팀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좋았다. 열심을 내주는 팀원들이 함께 해줬기에 멀리서 몸은 움직일 수 없는 나는 마치 숟가락만 얹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뭔가 내가 도울 수 있는 일,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지 찾았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의 공통점은 


꿈꿨고
시도했고
계속했고
결과를 냈다

 



팀원들 작품 하나, 두 개 판매 되었다. 그리고, 내 작품도 2개 모두 판매 되었다

하나는 자이언트의 대표 이은대 작가님이 사주셨고, 다른 하나는 벗인 친구가 구입했다. 둘 다 전혀 생각 못했던 두 사람 모두 선뜻 구입했다는 거다. 두 작품의 판매비는 모두 기부가 될 거다. 



엄마도 그림 대회에 나가! 

8세 된 막내 요엘이 6세 때 나에게 한 말이다. 매일 그림에 몰두하느라 냄비도 태워 먹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이가 보는 시선으로 엄마가 오죽 저렇게 열심히 매일 그림을 그리는 걸 보니 얼마나 재미있길래 하나 싶었나 보다. "엄마는 왜 그림 연습해요?" 라며 매일 그림 그리는 엄마가 몹시 궁금해서 물었던 적도 있다. 엄마가 하는 건 뭐든 다 따라 하려고 하는 삼 남매는 틈만 나면 "엄마 아이패드 지금 안 써요?"를 물었다. 어떻게든 자기들도 한 번 해보겠다는 심산이었다. 한 명이 달라붙으면 그다음 차례를 기다리느라 줄을 섰다. 


처음에는 언젠가 나도 그림을 그려서 내 개인전 혹은 단체전에 그림 전시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막연했지만 하고 싶었던 취미를 시작했고 하다 보니 재밌었고 더 잘하고 싶었고 즐거워서 계속했다. 잘 안되고 과정이려니 그냥 계속했다. 하다가 실수하고 실패한 그림을 버린 적도 있다. 디지털 드로잉이라는 게 도구가 좋아서 잘 못 그려도 종이처럼 구겨 버리지 않고 리터치 해서 되살릴 수 있는 이점이 있어 좋았다. 초보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좋은 도구다. 그저 누군가에게 기능과 그림을 알려줄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이 될 때까지 하고 또 하고 또 했다. 


요엘의 말이 이루어졌다. 

그 당시 말했던 그림 대회가 아이 눈높이에서 어떤 의미였는지 시간이 흘러서 지금은 알 수 없지만, 그저 엄마 그림을 많은 사람이 봤으면 하는 마음이었을 거다. 그리고 큰 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아니었을까. 난 이미 큰 상을 받았다. 송파문화여성회관에 내 그림이 걸렸고, 누군가 내 그림을 보고 감탄했다. 충남도서관에 내 그림이 걸렸고 많은 사람이 와서 그림을 보고 감상했다. 그리고 그림이 팔렸다. 비록 현장에서 구입한 게 아니어도 사진만으로 내 그림을 보고 선뜻 구입해 준 작가님과 나의 벗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기부에 내가 그린 작품으로 동참할 기회를 준 팀원들에게도 고맙다. 




무엇인가 시작하면 결과를 내야 한다는 마음이 있다. 부담이 될 때도 있지만 그 과정을 즐기다보면 예상 못한 결과를 만날 때가 종종있다. 그저 과정만 즐겨도 좋은 게 있는데, 결과까지 낼 수 있으면 더 좋지 않은가.

그러기 위해서는 과정을 지속해야먄 한다. 이렇게 하면 된다. 

마음속에 있는 것을 입 밖으로 꺼낸다. 

실행한다. 

매일 한다. 

즐긴다.

수정한다.  

계속한다. 

그저 묵묵히 한다. 


열정은 생기는 게 아니고 만드는 거다. 
결과는 그 열정에 의해 만들어지는 거다.
- 최주선 작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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