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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May 03. 2023

역시, 포기와 단념은 이르다!

 밀리의 서재  할 일 구독 성공 






그제 저녁, 

티몬에서 하는 밀리의 서재 구독 할인을 뒤늦게 알아 쓰라린 배를 움켜쥐고 글을 썼다. 환불 버튼 찾다 못 찾았고, 그냥 쉽게 포기했다. 뭐 어차피 제값 주고 쓸 거였는데 마음을 접었다. 

 아침에 카톡이 와 있었다. 친구에게 온 카톡이었다. (사회에서 만나 서로 존대하는 사이라 경어체는 질문 패스!) 자기 전에 브런치에 쓴 글을 보고 상황파악 후 카톡 보내 놓은 거였다. 친구는 바쁜 와중에 직접 전화까지 대신해서 대리인임을 밝히고 상황 정리를 해줬다. 수분 지나지 않아 구독 취소 알림이 떴다. 119,000원의 정가에서 99,000원을 주고 샀던 가격을 환불받았다. 티몬 할인 링크로 들어가 85,000원 할인된 금액의 상품을 바구니에 담았다. 119,000원에서 30%였기 때문에 99,000원과 별로 차이가 안 나게 느껴졌다. 그래도 할인은 할인. 잘 보니 할인쿠폰도 발급됐다. 생각지도 못한 추가 할인이다. 할인쿠폰과 카카오페이 결제 추가 할인으로 4000원 할 일,  마지막 결제 금액은 74,000원이다. 


 혜택을 받기 위해 조금은 정신없고 바쁜 아침을 보내야 했다.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티몬 휴면계정 해제 처리와 유심칩 바꿔기기, 본인인증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했다. 빨리 외출해야 하는 그 틈새를 이용해 손이 바빴다. 친구의 수고 덕분에 혜택을 받았다. 



포기. 

포기는 배추 셀 때나 하는 말이던가. 


그냥 쉽게 포기했다. 외국에서도 해결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지만 첫째는 귀찮았다. 한국 기업들과 통화하려면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한국 시간에 맞추어 서둘러야 한다. 상담원은 한 번에 전화도 잘 안 받는다. 지난번 남편 휴대폰 문제로 한국 알뜰폰 회사에 전화했었다. 통화는 하지도 못 하고 신호만 갔는데 그 달 로밍 통화비가 3만 원이 넘게 나왔다. 할인받자고 로밍비로 돈을 날리는 건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둘째는 99,000원도 나름 PC가로 할인받은 가격인 데다 전자책이지만 한 달 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1년간 책을 볼 수 있으니 그렇게 손해는 아니다. 그런 생각으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친구의 말에 내가 너무 쉽게 단념했나 싶었다. 친구 말을 듣자마자 그럼 전화해 봐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로밍 전화는 비싸다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친구는 대신 연락해 주겠다 했다. 그리고 한큐에 시원하게 해결했다. 무척 고마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내 기억으론 청소년을 지날 즈음부터 포기가 빠른 편이었다. 어른이 되어 가면서도 누군가에게 부탁해야 할 상황이 있을 때 두세 번 물은 일이 거의 없다. 한 번에 거절당하면 그 거절에 마음이 상했다. 다음번에는 또 거절당할 거라 생각하고 지레 겁먹었다. 그냥 거절일 뿐이데 그게 왜 그렇게 아팠을까, 덕분에 어느 곳에 여행을 가던지 새로운 장소에 가서 상대방에게 요청을 해야 할 일 있을 때는 한 번에 No라는 대답이 오면 못 마땅해도 바로 접었다. 어쩌면 다엘이가 빨리 포기하는 성격은 나를 닮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닮아서가 아니고 내재된 성격 플러스 이 아이도 같은 반복 경험을 통해 빨리 포기하는 것 아닐까. 이해가 된다. 그래도 부모로서는 참 속상하다. 내가 그랬으니까, 이 아이는 안 그랬으면. 

지금 예전과 포기의 영역도 속도도 조금 달라지긴 했다. 거절의 정도가 달라진 것처럼.  


'포기'의 영역이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건 빨리 포기해도 되고, 그런 건 좀 일찍 포기한다고 해서 손해 보는 게 없다고 생각한 영역이 있다. 예를 들면 야식 먹고 싶은 데 참자 먹어봤자 살만 더 찌고 건강만 나빠지지 않나 싶은 거다. 그러니까, 나에게 득이 될 게 없는 포기는 빨라도 좋다. 내가 조금 덜 갖고, 조금 손해 봐도  모두 다 평화로울 수 있는 영역은 포기가 빨라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 줄 일도 없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라면 포기가 빠르면 안 된다. 


비록, 할인권에 대한 에피소드였지만, 이 안에서 또 포기의 영역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구는 포기하지 않아도 시도했고 들이댔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다. 나는 포기하고 뒤돌아 보지 않은 탓에 얻지 못할 뻔했다. 

이런 걸 보면, 역시, 포기는 이르면 안 되나 보다. 

덕분에 돈은 아끼고 경험은 하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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