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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May 13. 2023

초코송이는 공평하게

 마음, 배려와 정 


운전을 잘 안 합니다. 

남아공에 온 뒤로는 꼭 필요할 때 아니면 운전하지 않습니다.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자가용을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차가 한 대뿐입니다. 특별한 경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남편과 둘이 스케줄을 조정해 같이 다녀야 합니다. 오늘은 남편이 외부에 일이 있어 나가고 아이들 패치를 혼자 했습니다. 하교시간에는 학교 주변이 북새통입니다. 차들이 줄을 지어 뒤 섞여 이 차선이 내 차선인지, 네 차선인지 알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그저 꼬리를 물로 앞차가 빨리 빠져주기만을 바랍니다. 주차 자리도 없고 복잡하게 늘어선 차 탓에 학교 주변을 세 바퀴나 돌았습니다. 이미 약속한 패치 시간은 15분이나 지났습니다. 시간 안에 안 오면 눈물을 글썽이는 막내가 자꾸 눈에 밟혀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첫째 별이와 둘째 다엘이는 조금 늦어도 이제는 그러려니 하면서 기다리는데, 셋째 요엘은 조금만 늦어도 왜 이리 늦었냐며 성화입니다. 왜 부모 마음은 아이가 우는 게 싫을까요. 그냥 보기 싫고 듣기 싫은 차원이 아입니다. '그런 것' (조금 늦게 도착) 가지고 눈물을 보이게 만드는 게 싫습니다. 때로는 '그런 것'도 좀 참고 견딜 줄 알아야 하는데 말이지요. 원하던 원치 않던 생활루틴이 조금씩 어긋날 때도 있습니다. 의도치 않게 참고 견뎌야 하는 상황도 만들어지기 마련입니다. 


학교에 다녀온 아이들은 배가 고프다며 밥을 달라 성화입니다. 오늘은 비싼 짜파게티를 먹는 날입니다. 미리 사다 둔 짜파게티는 5개입 1 봉지에 150 란드나 합니다. 한국의 2배 정도 됩니다. 아이들은 가끔 먹고 싶어 하고, 저는 그걸 알기에 2주에 한 번은 사다 둡니다. 한인 마트에만 가야 살 수 있는데 자주 안 가는 탓이죠. 마트에 갔을 때 한국 과자도 좀 사두었습니다. 지난주에 마침 어린이날 행사라며 롯데제과에서 나온 상품만 2+1 행사를 했습니다. 어린이날 선물도 없고, 먹고 싶은 음식을 사주고 한인 마트에 갔습니다. 할인하는 제품을 고르랬더니, 먹고 싶은 제품은 롯데가 아닌가 봅니다. 마음껏 신나게 고르는 아이를 차마 말릴 수 없었습니다. 이것저것 먹고 싶은 과자를 많이 담았습니다. 외할아버지가 보내주신 용돈으로 알뜰하게 장을 봐왔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가죠. 빼빼로, 초코송이, 칸쵸는 롯데 제과가 아닌데도 2개씩 담습니다. 삼 남매가 사이좋게 나눠먹을 모양으로요. 

 

아이들 먹으라고 샀지만 아이들은 꼭 엄마와 아빠에게 단 1개라도 나누어줍니다. 더 어릴 때부터 습관이 된 건지 타고난 건지 막내 요엘은 꼭 자기가 과자를 먹거나 음식을 먹을 때는 누군가에게 나누어 줍니다. 오늘은 학교에서 다녀와서 짜파게티를 먹고 헛헛한지 묵혀둔 과자를 꺼냅니다. 주방에서 방까지 과자를 먹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말을 하며 요란하게 다가옵니다. 점점 소리가 가까워져 옵니다. 네모난 노란색, 초록색이 섞인 과자 상자를 흔들며 와서 내밀며 가만히 저를 바라봅니다. 


"엄마, 나 이거 먹을 건데 까주세요."

"이거 네가 깔 수 있잖아?" 

"아니, 그러니까 엄마가 까주면 엄마 주고 갈라고 그러죠. 엄마 몇 개 먹을 거예요?" 

"엄마는 안 먹어도 되는데?"

"5개? 엄마는 5개 먹을래요? 아빠도 줘야지, 아빠도 그럼 5개." 

"그거 몇 개나 된다고 엄마 5개, 아빠 5개 줘? 형아 누나랑 먹으려면 부족할걸. 엄마 안 줘도 돼."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손을 끌어서 손바닥을 펴곤 하나, 둘, 셋, 넷, 다섯을 세고 아빠에게로 갑니다. 

"이거 많으니까 나눠먹어도 되는 거예요." 

등 돌려 걸어가면서 괜찮다고 말합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과자 앞에서 그렇게 하기 쉽지 않은데요. 늘 전부 양보하는 건 아니지만, 아까워도 일단 물어는 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들고 있는 아이스크림, 과자가 먹고 싶을 땐 꼭 교환을 해요.


"내 거 한입 먹을래? 나는 그거 한입 먹고 싶은데. "

기특합니다. 손해는 보기 싫은지 공평하게 거래를 합니다. 여덟 살 꼬맹이도 손익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자신이 조금 손해 보더라도 누군가 한 사람이 상처를 받거나 속상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고작 여덟 살짜리도요. 

 


 간혹 손해 보기 싫어서 자신 것을 꽁꽁 묶어두는 사람을 봅니다. 조금 나누어도 될 텐데 아까워서 나누지 못하죠. 누군가 주는 무료 정보와 선물은 넙죽 받아 챙기면서 보답은 안 하려고 합니다. 수고하지 않으려 하고, 감사는 대충 하고요.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자신의 이익이 조금이라도 손상될 수 있는 상황에 처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그렇게 살면, 오던 복도 달아나기 마련입니다. 주변에 있습니다. 그런 태도를 볼 때마다 얄밉기 그지없습니다. 또 이럴 땐 나는 그런 적 없나를 꼭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나도 그렇게 이기적이고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태도로 상대방을 대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조금 덜 손해 보고 싶어서 통밥을 굴렸던 적도 있었겠지요. 손해를 본다는 건 바보 같아 보일 때도 있거든요. 그래도 때론 차라리 내가 좀 손해보는 게  속 편할 때도 있습니다. 그게 문제 되지 않는다면 말이죠. 그렇게 세상을 야박하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마음이 불편하거든요. 


콩 한쪽도 나눠먹는다는 말이 있죠. 실제로 콩 한쪽을 나눠 먹어봤습니다. 나누면 두 배가 된다는 말, 괜히 있는 말이 아닙니다. 콩 한쪽 나눠 먹었더니 간에는 기별도 안 가지만 웃음이 나더군요. 콩을 나눠먹는 행위를 하는 우리가 우스워서 웃음이 나고, 서로 간의 정이 느껴져서 웃음이 났습니다. 다행히도 배고픈 상황이 아니었어서 싸움은 안 났겠지만요. 


행동도 말도 모두 마음에서 나옵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챙길 줄 아는 마음이야 말로 참 웃음 짓게 만들어요. 

별거 아니지만 몇 개 안 되는 과자를 굳이 나눠먹겠다며 주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글의 꼬리를 물었습니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데, 예쁜 녀석이니까 다음번에 혼자 다 먹으라고 2개 사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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