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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May 19. 2023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뭐야

꽉 잡아 놓치기 전에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꽉 잡아, 날 덮치기 전에 (전에) 내 맘이 널 놓치기 전에 (전에) 



무슨 돌림노래도 아니고 하루 종이 막내 요엘이 꼬맹이 입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온다. 누나와 형 덕에 자연스럽게 가요를 흥얼거린다. 게다가 형, 누나보다 음도 잘 잡는다. 유전자의 힘이다.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꽉 잡아 까지는 들리는데 중간에 뭐라고 하는지 들리지도 않는다. 몇 번을 뭐라고 하나 가만 들었다. 가사가 안 들린다. 나도 한 때는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의 랩도 따라 불렀는데, 이제는 노래 가사를 들어도 무슨 말인지 한참 해석해야 된다. 무슨 미드 대사도 아니고 한국말인데 알아듣기 힘들 지경이라니. 아니, 노래 가사뿐 아니라 아이돌이 누가 누군지 말해줘도 모르겠다. 왜 옛날에 나 어릴 때 어른들이 HOT와 젝스키스를 헷갈리고, SES와 핑클을 헷갈려했는지 이해가 된다. 막둥이가 불러댔던 이 노래가 BTS 노래라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 늙어 간다. 아니, 내 관심 영역이 아니라고 강하게 말하고 싶다. 


교회에서도 선생님들이 네 기수가 몇 기냐, 나랑 세 살이나 차이나는 오빠와 같은 나이 아니냐며 헷갈려할 때는 몹시 기분이 나빴는데 지금은 내가 그런다. 아이들 학년도 나이도 헷갈린다. 심지어 가끔 남편과 내 나이도 헷갈린다. 흐르는 세월에 무뎌지는 게 있기 마련인데 가끔 이것저것 깜빡거리는 통에 치매라도 오면 어쩌나 생각할 때도 있다. 뭐 이거야 치매영역은 아니지만 말하자면 말이다. 


막둥이가 불러댔던 이 노래가 BTS 노래라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 고백하자면 아직 제목도 모른다.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뭐야!
꽉 잡아, 놓치기 전에~


가사도 다 빼먹고 여기만 부르는 걸 듣고는 물었다. 


"요엘아, 그 노래 뭐야? 뭐라고 하는 거야?" 


"이거?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뭐야, 꽉 잡아, 놓치기 전에~라고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부르는 거야? 무슨 뜻인데?'  


”아, 이거 누가, 도둑이 훔쳐가기 전에 꽉 잡으라고 하는 거야” 


순간 머리가 띵 했다. 원래 가사의 의미는 그게 아닐 텐데, 아이의 해석이 명쾌했다. 

꿈, 목표와 연결 지어 생각해 보니 뚜렷해지는 말처럼 느껴진 탓이다.



고등학교 때 고백을 받았다. 그 오빠는 고백을 하면서 한 마디를 보탰다. 


"내 멘토 선생님이 그러는데 내가 널 놓치면 후회할 거래. 나는 평생에 마지막 여자는 너였으면 좋겠거든. 선생님이 그렇게 말해서가 아니라, 나는 널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 


당시에는 고백을 했던 사람 말고도  곁에서 나를 지켜봐 온 다른 사람이 그런 시선으로 봐줬다니 인정받은 느낌이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이런 대사 나오지 않나. 


"네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면 꽉 잡아. 절대 놓치지 말고." 


연애나 사랑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뭔가 간절히 원하는 게 있다면 놓치기 전에 꽉 잡아야 하는 게 맞다. 내가 아무리 원해서 주먹을 꽉 쥐어도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가 버리는 게 있다. 그래도 뭔가 간절히 원하면 두 주먹을 꽉 쥐기 마련이다. 놓치지 않기 위해. 

약간은 추상적이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내가 꿨던 꿈과 목표를 누군가 와서 슬그머니 집어 갈 수도 있다. 설사 목표에 도달하고 원하는 걸 얻어내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저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그 꿈을 향해 단 계단씩 걸어가면 목표 지점까지 더 가까워진다.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계획을 세우고, 동기부여를 유지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주변의 도움을 받으라는 진부한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이제 이런 말은 온라인에도, 동기 부여 강연에도, 책이나 영상에서도 넘쳐난다. 일단, 노래 가사처럼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먼저 정확하게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꽉 잡아야 할 거다. 도둑이 잡아채가기 전에. 


릴레이 달리기에서 바통을 꽉 잡고만 있으면 안 된다. 꽉 잡았으면 목표 지점까지 열심히 뛰어야 한다. 놓치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바통을 놓치지 않기 위해 손바닥에 땀나도록 쥐고 열심히 뛴다. 내 목표지점까지 왔으니, 내가 뛰어 온 길을 다음 사람에게 그대로 설명해 줄 수 있으면 된다. 바통을 넘겨주며 땀을 쥐고 뛰어온 희열과 자부심을 느껴본다. 

목표를 향한 누군가의 열정과 노력이 주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또 다른 희망을 만들 거다. 단지 개인적인 성취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과 공유를 통해 더 큰 의미를 갖게 될 거다.  

계속해서 바통을 꽉 쥐고 목표에 도전해야 한다. 

이미 달리기를 시작한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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