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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Jun 16. 2023

가수, 아이돌도 콤플렉스?

관심과 더 큰 가치




제 콤플렉스는 '작은 키'였어요.

지금도 더 크고 싶지만, 콤플렉스로 껴안고 살지는 않습니다. 이제는 그저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죠. 키가 작아서 불편한 건 없습니다. (아, 가끔 있지만 살만합니다.) 원하는 이상향의 외적 모습으로 살 수 없어 아쉽긴 하지만 뭐 크게 문제 되지 않으니까요.  어렸을 때는 그게 왜 그렇게도 중요했는지 작은 키 콤플렉스는 늘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난쟁이 똥자루, 숏다리, 땅콩.

듣기에도 별로인 수식어들이 별명처럼 따라다녔습니다. 듣기 싫지만 놀림반 농담반이라며 즐겁자고 던지는 돌에 개구리가 맞았죠. 다행히 죽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당시 그 말은 귀를 틀어막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늘 반에서는 3번이었어요.

1번 아닌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이름 순서로 하면 최 씨라 제일 뒤인데, 키로 하면 꼭 5번 안에 들었습니다. 입학하거나 학년이 바뀌면 줄 세워서 자리를 정해주곤 했는데 늘 앞자리였어요. 가끔 공평하게 한다며 이름 성 순서로 하면 자리가 제일 뒷자리가 되곤 했죠. 그게 그 당시에는 좋았습니다. 앞 줄에 앉으면 수업시간에 꾸벌 졸았다가는 티가 팍팍 납니다. 선생님 침받이가 되는 것도 싫었습니다. 중학생이 되면 좀 더 클 줄 알았는데, 키는 더 이상 많이 자라지 않았어요. 뒤늦게 엄마 손에 끌려간 한의원에서는 이미 성장판이 닫혔다는 묵직한 선고를 날렸습니다. 더는 자라지 않는다고요..


엄마가 원망스러웠습니다. 괜히 말이에요.

 엄마 잘 못이 아니라, 성장판이 열려 있는 동안 골고루 안 먹고 잠도 푹 안 잤던 제 잘못이 있을 텐데 유전 탓을 했습니다. 오빠는 183센티미터인데, 엄마 아빠는 165센티미터를 웃도는 키라 유전 탓을 했죠. 양가 삼촌, 이모, 큰 아버지, 고모까지 다 불러들여가면서 내가 키가 작은 이유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아빠를 닮아서 키가 작은 거다. 결코 내가 뭘 어떻게 해서 작은 게 아니라고 말입니다. 양가의 키가 큰 사촌 오빠들과 삼촌들을 보면서 위에서부터 받은 우월유전자가 오빠한테만 갔다고 투덜거렸죠. 성장기에 요구르트, 요플레, 우유, 고기, 두부를 무척이나 사랑했던 오빠의 식습관이 부러웠습니다. 나는 야채도 많이 먹고 안 가리고 골고루 먹은 거 같은데, 나는 왜 안 컸냐고요!   


키가 작아 손해도 보고, 불편한 일도 있었습니다.

높은 곳에 손이 안 닿아 의자 놓는 것도 불편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하이힐 안 신고, 바지 기장 줄이지 않고도 청바지 예쁘게 입어 보는 게 소원이었죠. 그  소원이 지금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한창 콤플렉스로 달고 살던 청소년기에는 세상 모든 기준이 작은 키에 맞추어져 있었어요. 늘 키 큰 사람이 부러웠습니다. 자존감이 무척 낮았습니다. 키가 작으면 날씬하기라도 하던가, 몸매 비율이라도 좋던가, 둘 다 아니었습니다. 굳이 따져보자면 저는 귀염상에 가깝게 자랐어요.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었던 중학생 시절, 나는 키가 작아서 못하겠구나 포기했습니다. 직업에도 키 기준이 있다는 사실이 못 마땅했습니다.


지금은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외적으론 달라진 게 거의 없습니다. 세월의 흔적의 주름 말고는 다리가 길어지지도 않았고요. 키가 더 크지도 않았어요. 당연히 팔도 더 길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세상을 살다 보니, 나보다 작은 사람도 있고, 나보다 큰 사람도 있더군요. 내가 작은 키가 콤플렉스라면 키가 커서 콤플렉스인 사람도 있더라고요. 이해되지 않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불편한 점을 한 두 가지씩 따져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른이 되면서 이해 폭은 넓어졌고,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대체 방법들을 찾았죠.. 높은 굽을 신는다던지, 짧은 다리를 커버해 줄 수 있는 옷을 입는다던지요. 높은 곳은 의자를 놓고 올라설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키가 작아도 세상에서 못하는 일은 없었죠. 아! 있네요. 키가 커야만 할 수 있는 모델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하겠군요.  


키가 작아서 보호받았습니다.

키는 남자들이 키 작은 여자를 좋아한대서 예쁨도 많이 받았습니다. 키 큰 여자 친구들이 저를 귀여워해 주더군요. 키가 작고 몸집이 작아서 4인용 승용차에 가끔 5명이 타도 좁지 않습니다. 발이 작아 신발도 예쁜 모양의 신발도 신을 수 있고요. 225 사이즈 구두는 예쁜 모양이 많습니다. 성인이 되어 좀 더 저렴하게 주니어 복에서 옷을 사보기도 했습니다. 딱 2번이지만요. 요즘은 딸이 신다가 작아진 운동화도 제가 신습니다. 운동화가 늘었습니다. 또, 찾자면 작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일도 많이 있지 않겠습니까?  




영어 소리 코칭을 하는데  아이돌 회원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누군지 말할 수는 없고요. 매일 소리를 듣고 피드백을 주고 있죠. 매주 1회씩 줌으로 만나 코칭을 합니다. 유튜브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아이돌이에요. 제가 보기에는 무척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화장한 얼굴도 보고 생얼도 봤죠. 오늘은 화상 코칭이 있던 날이라 만났습니다. 화면에 보이는 아이의 얼굴은 하얗고 동그랗고 작고 예쁩니다. 톡 튀어나온 이마, 큰 눈, 조금 큰 코, 큰 입술, 함박웃음 지으면 송곳니까지 드러나는 크고 흰 치아, 화면이라 입체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동그란 뒤통수까지 안 이쁜 곳이 없습니다. 영상이나 사진으로 보면 긴 다리, 날씬한 몸매도 보이죠. 줌 할 때마다 환하게 웃는 미소가 예뻐서 저도 모르게 같이 웃음을 짓게 되곤 합니다.


이런 아이가 오늘은 제게 본인 콤플렉스를 이야기하더군요. 코칭을 마치고 약 20분 정도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농담과 진담을 섞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요지인 즉, 화장을 안 한 생얼을 보고 예쁘다고 한 제 말이 거짓말이라는 거예요. 자기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화장한 모습이 아닌 자기 모습을 화면이나 거울로 보고 있으면 너무 못생겨 보인다는 거였죠. 같은 팀의 다른 멤버 OO을 보면서 나는 왜 그 아이 같지 않은지 부럽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내 눈엔 너만 보여'를 계속 읊어줬습니다. 예쁜 이유, 그리고 앞으로 성장하면서 갖추어야 할 외적인 모습 말고 내적 부분까지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자꾸 저보고 팔이 안으로 굽는다며 코가 길어진다고 거울 좀 보라고 하더군요. 아이의 재치에 호탕하게 웃으면서도 속이 쓰렸습니다.  안타까웠죠.


사람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나 봅니다. 저도 어렸을 때 사람들이 아무리 저의 장점과 외모를 칭찬해도 내가 생각하는 기준이 아니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거든요. 이 아이에게 몇 시간을 이야기한다고 받아들여졌을까요? 결국 숱한 경험과 시간을 통해서 본인이 직접 깨달아야 하는 법입니다.


콤플렉스를 더는 콤플렉스로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끌어안고 살아가는 데는 그 보다 다른 것에 집중하면서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심도 옮겨졌고, 더 중요한 가치를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쉬울 수는 있습니다. 제가 성인이 되어서도 5센티미터만 더 자랐으면 좋겠다고 여전히 생각하는 것처럼요. 그러나, 이걸로 울고 웃지는 않습니다. 오늘 아이와 이야기 나누면서 본인이 가진 장점과 아름다움을 알지 못하는 모습에 괜스레 열을 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창창하게 빛날 아이의 미래도 한번 그려봤습니다. 훗날, 이 아이의 기억 속에 저와 나눈 대화가 살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런 과거의 모든 경험들은 글 소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내가 살아온 모든 시간의 작은 조각들을 글의 소재로 불러와 현재의 어떤 경험과 연결을 지을 수 있죠. 사람의 기억력은 신기하게도 어떤 경험이나 단어, 현상과 만나게 되면 불현듯 당시의 기억도 함께 불러와집니다. 더듬 더듬이라도 기억의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글쓰기는 그런 기억을 확장시킬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됩니다. 꾸준히 쓰다 보면 연결됩니다. 그렇게 오늘도 한 기억을 불러와 글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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