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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Jun 22. 2023

노을은 어디에 있어도 아름답다.

아프리카 낭만, 내 안의 낭만 





"낭만 있어!" 


추위와 캄캄한 어둠, 매주 가지만 낯선 밤 풍경 그리고 흑인들. 

약속한 작업을 시작하지 않는 잡부들을 기다리며 남편이 사진을 찍어 보냈다. 

 


낭만이라고 말하는 거 보니 아직은 견딜 만 한가보다. 초 겨울 날씨라지만 아침저녁으론 몹시 쌀쌀하다. 모닥불이라도 피울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어린이집 건축 공사로 남편은 흑인 마을에 갔다. 아침 일찍 먼저 간 선교사님을 따라 뒤쫓아서다.  청년 시절 막노동 현장에서 나무도 나르고 트럭에 싣고 배달도 해봤다지만, 건축의 'ㄱ'도 모르는 남편은 자리만 지키러 갔다. 9시에 나간 남편은 현재 밤 11시까지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 아마도 오늘 밤샐 듯하다는 메시지가 왔다. 

남아공에 와서 이렇게 오랜 시간 떨어져 있던 적이 없다. 한국에서는 며칠씩 떨어져 있어 봤다. 새벽에 나가 밤늦게 집에 들어와 잠만 자고 나가는 날도 있었다. 오랜만이라 부재가 낯설다. 아이들도 아빠 언제 오냐고 대여섯 번은 물은 듯하다. 그 사이 잊을만하면 사진이 날아온다. 현장 모습이 궁금할까 공유하기도 하고, 진척 상황을 알려주려는 모양이다. 



보내온 사진은 가만 보고 있자니 낭만 있다. 


어둑해지는 타임에 찍어 보낸 노을 사진이다. 

이 지역은 전부 판자 촌이다. 쉑이라 불리는 양철로 만든 집에 사람들이 다닥다닥 모여 산다. 허가받지 못한 지역이다. 이렇게라도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정부는 밀어내지는 않는다. 실제 불법지역이라고 싹 밀어버렸던 전례도 있단다. 그렇지만 그래도 다 사람 살고 봐야 하지 않나 싶다. 남아도는 넓은 땅 개발도 안 하면서 그런 인정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나 말이다. 


사진의 아래쪽 거뭇한 부분은 집 지붕들이다. 벽돌집이나 시멘트로 미장한 집에 살면 좀 잘 사는 거다. 멀리서 봤을 때는 사진만 찍어대며 놀랍게 봤다. 매주 가서 보니 다 사람 사는 곳이다. 환경은 열악할지라도 모두 살기 위한 기본적인 환경을 만들어 놓은 게 신기할 따름이다.  


저 노을은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아름답구나.
 

노을사진을 자세하게 들여다볼 것도 없었다. 보자마자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태양은 어디에 있어도 빛 난다. 붉게 물든 노을은 그저 바라만 봐도 평온하다. 어떤 색이어도 그대로 아름답다. 태양도, 노을도 부자 동네에 있어서 더 멋있고, 더 빛나지 않는다. 태양은 빛이 풍경을 먹어버리고, 노을은 어둠 위에 깔린다. 어떤 아름다운 풍경도 이내 노을 뒤에 따라올 어둠에 묻힌다. 혹여 좋은 동네에 더 아름다운 장소에서 보는 풍경이 더 아름답다고 말한다면, 그 순간의 감정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그러할 뿐이다. '조화'의 측면에서 개인이 느끼는 미의 정도가 다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노을의 아름다움이 초라한 거리 위에 깔리든 호화로운 부지를 위에 물들든 어둠이 올라올 때는 호화로움도 아름다움도 묻힌다. 그저 보이는 건 노을뿐이다. 


개개인은 모두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는 뚜렷한 빛을 가지고 산다. 각자 개인 안에 다양한 재능과 열정을 가지고 산다. 태양도 노을도 같은 방식으로 빛나지 않는다. 비교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론 눈만 뜨면 보이는 '나보다 잘난' 사람을 보며 기죽는다. 그 비교 대상을 만들고 기에 눌려 누구보다 더 빛나려고 애쓴다면 지치기 마련이다. 빠르게 성장하기는커녕 더 음지로 끌어내려지게 될 거다.  비교 많이 했다. 힘들었고 우울했다. 낮은 자존감이 가져다준 나를 보는 시선은 나를 커 클 수 없게 만들었다. 


노을이 아름다운 건 그 노을이 가진 고유한 가치와 탁월함이 있기 때문이다. 

태양이 가진 독특한 광채는 비교 대체할 수 없는 각자 방식으로 빛나기 때문이다. 


조물주가 세상을 만들고 사람을 창조할 때 각기 다 다른 모양으로 지었다. 또한 각자에게 해야 할 역할과 성취해야 할 목적, 세상과 나눌 빛을 하나씩 다 심어주셨다. 다만 더 빨리 찾아 계속해서 갈고닦아 개발하는 사람과 가지고 있지만 발견하지 못한 사람 혹은 가진 걸 보고도 개발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뉠 거다. 


내가 가진 광채와 빛깔을 들여다 보고 더 아름답게 빛나도록 갈고닦아 세상에 나누면 더 아름답게 빛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 해야 할 것은 낭만이 아니다. 

훗날의 낭만을 위해 갈고닦아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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