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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Jun 24. 2023

Be not used to ~ 많을수록 좋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서 익숙한 것으로 



매번 쓰던 샤워부스가 아닌 다른 자리 샤워 부스 문을 열고 깜짝 놀랐다. 


뭐야? 다르게 생겼잖아? 왜 여태 몰랐지?

집이 아니라 Gym이다. 매일 아니 주중 적어도 3번은 가는 Gym에는 양쪽 4칸씩 총 8칸의 샤워부스가 있다. 보통 제일 안쪽 샤워 부스를 이용했다. 벌거벗은 몸을 보여주는 것도 멋쩍고 제일 안쪽은 왜인지 맘에 든다. 그렇게 몇 달은 안쪽 구석 자리에서 씻었다. 가끔 직원들 청소 시간하고 맞물릴 때는 제일 바깥쪽 부스에서 샤워했다. 중간은 잘 안 들어가게 된다. 보통 한국은 직원들이 회원들 이용하는 시간에는 청소를 안 하는데, 이곳은 수시로 청소한다. 청결면에서는 좋지만 이용면에서는 빵점이다. 회원이 씻고 있는데 옆에서 물을 뿌려대질 않나, 시끄럽게 콧노래를 부르질 않나, 바닥에 세제 거품으로 도배를 하질 않나. 아무튼 시스템이 별로 맘에 안 든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러려니 하고 이용한다. 


다행히 오늘은 청소시간은 피했다. 오늘따라 매일 쓰던 샤워부스 자리는 만원이다. 보통 Off-Pick (출퇴근시간이 아닌 바쁘지 않은) 시간에는 사람이 많이 없는데 안쪽, 바깥쪽 자리가 모두 찼다. 결국 중간 부스를 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웬걸 안쪽이나 바깥쪽 부스와는 다른 배치였다. 사람 2명 정도 꽉 차게 들어설만한 부스 안에는 머리 위에 달린 샤워헤드 말고샤워 젤을 담은 통이 벽에 하나 붙어있다. 중간 부스는 같은 부자재이지만 1/3 지점에 기둥벽 탓인지 벽이 앞으로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뭐 대단한 인테리어는 아니었지만 그저 1년 넘게 이용하는 동안 한 번도 몰랐다는 사실에 새삼스럽게 놀랐다. 그 자리를 단 한 번도 들어간 적이 없으니 말이다.  




Be not used to ~ 는 ~에 익숙하지 않다는 뜻이다. 

평소에 익숙한 것만 추구하는 사람은 늘 하는 것만 하게 된다. 익숙한 장소만 가고, 익숙한 음식만 먹고, 익숙한 일만 한다. 늘 보는 것만 보게 된다. 이게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책도 여러 권 읽는 것보다 한 권을 100번 정독하는 게 천재성을 가질 수 있는 비결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동의한다. 그러나, 그 익숙한 것과 아는 것에 젖어서 안주하는 삶을 산다고 해보면,  쳇바퀴 도는 반복적인 삶만 살뿐 발전하기 힘들다.  보는 것만 보면 그게 전부인 줄 알고 살게 될 거다. 

매일 같은 각도에서 같은 시선으로 같은 사물을 보면 뭐가 보일까? 사과하나를 놓고 정물화를 그릴 때 정면에서 보는 것과 윗면에서 보는 것이 다르다. 측면에서 보는 모습과 아래서 위로 올려다 보고 그린 그림은 모두 다르다. 같은 각도에서 다른 시선으로 같은 사물을 보면 새로운 게 보일 거다. 다른 각도에서 다른 시선으로 같은 사물을 보면 놀랍게도 원래 이게 이런 모양이었나 싶을지도 모른다. 



모험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모험해보고 싶은데 겁이 났다.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 들어가는 노력, 낯선 환경을 이겨내야 하는 마음 등 견뎌내야 하는 게 겁났다. 음식점을 가도 새로운 메뉴는 잘 안 먹었다. 오늘은 새로운 걸 먹어봐야지 생각하다 결국 먹어봤던 것 중에 맛있는 걸 골랐다. 이미 아는 맛 중에 또 먹고 싶은 걸 골랐다. 다니는 길도 익숙한 길로만 다녔다. 새로운 길을 가보고도 싶은데 왜인지 무섭고 낯설었다. 할 줄 아는 건 능숙하게 반복해서 했다. 그렇게 할 줄 아는 것에는 익숙해져만 갔다. 그러는 사이 새로운 것에 대한 경험의 비중은 늘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성인이 되고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새로운 것에 하나 둘 직접 발을 담갔다. 안 가본 길을 가고, 모르는 건 물어봐서라도 알려고 했다. 안 먹어 본 음식을 만들고, 익숙하지 않은 경험을 늘려갔다. 아이들을 위해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스스로 발전하고 싶어서 모르는 분야를 공부하고 배웠다. 익숙하지 않은 영역을 늘려나가는 거다. 그렇게 늘려가다 보면 익숙한 영역이 더 많아지기 마련이다. 


보는 것만 보고 싶지 않고, 아는 것만 알고 싶지 않다. 요즘에는 더 많은 자극이 필요하다는 생각 한다. 새로운 사람과의 대화가 필요하고, 보지 않았던 세상을 보고 싶고 알고 싶다. 가끔 우물 안 개구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모르는 세계는 넓디넓은데, 광대에 날개 달린 안경을 쓰고 사는 기분이 든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늘릴 수 있을까, 책과 대화, 다른 사람의 강연, 유명한 사람들의 동기부여 메시지를 들으며 한 발자국 더 내디뎌 본다. 그리고, Self feedback을 통해 더 확장시켜 나가 보기로 한다. 

그렇게 be used to에서 be not used to로 가깝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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