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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Jun 30. 2023

구제와 기부가 독이 될 때

<삼 남매와 남아공 서바이벌> 2장 10 꼭지 구제도 지혜가 필요해 





오늘 글은 저의 첫 책 <삼 남매와 남아공 서바이벌> 에도 넣었던 2장 10 꼭지의 내용 '구제도 지혜가 필요해'와 관련 있는 내용입니다.  




** 기부: 자선 사업이나 공공사업을 돕기 위하여 돈이나 물건 따위를 대가 없이 내놓음.


다들 몇 십 년씩 살아오셨으니 기부했던 경험 다 있으실 것 같아요. 

자의든 타의든 기부 경험이 있을 듯합니다. 저도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면 지하철 역이나 길에서 딸랑 거리는 종소리 앞에 놓인 빨간색 깡통에도 돈 넣어 봤고요. 차디찬 바닥에 신문지 깔고 엎드린 걸인 앞에 놓인 사탕 통에도 돈을 주었습니다. 길에서 고무로 다리를 감싸고 마이크에 자신의 처량함을 호소하는 사람에게도 기부했죠. 학교에서 불우이웃 돕기 한다고 쌀도 가지고 가봤고요. 성인이 된 후 힘들게 사는 독거노인과 소년 소녀 가장 집에 찾아가서 음식과 돈을 주고 함께 시간을 보낸 경험도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다양한 모습으로 기부에 동참했었네요. 


현지 아이들 학교에서는 강제 기부를 자주 요구합니다. 1년에 적어도 10회 정도는 기부하는 듯합니다. 학교에서 주기적으로 기부 모금을 해요. 행사를 하거나 기념일 전날에는 교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가는데요. 사복 입는 기념으로 1인당 약 1000원을 내라고 합니다. 엄밀히 따지면 10 란드니까 800원 정도 되겠어요. 무슨 행사할 때 기부한다고 설탕, 사탕, 케첩, 마요네즈 등 음식이나 물건 기부 1인당 1개, 넬슨 만델라 데니까 기부 약 1000원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그럴 때마다 무슨 놈의 학교가 돈을 이렇게 강제로 뜯어가나 싶습니다. 아이가 셋이니까 한 번에 2000원씩만 가져가도 6000원이거든요. 액수가 커질수록 기부가 달갑지 않습니다. 액수도 그렇지만 자의가 아닌 타의로 반 강제적인 기부인 탓입니다. 불우한 이웃을 돕는데 쓴다는 데 참 아이러니 합니다.  


해외 결식아동을 위한 기부도 주기적으로 해봤습니다. 현재 현지에서는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흑인들을 위해 음식, 옷 등 필요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단지 착한 사람이고 싶어서 하는 행위는 아닙니다. 그저 신분이 그러하고,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합니다. 


그런데요. 사람 마음이 참 희한합니다. 강제로 하라고 하면 투덜거리기도 하고요. 주고 싶지 않습니다. 길에서 구걸하는 사람들 보면 주고 싶지 않아요. 여기는 생각 보다 걸인이 많습니다. 처음 남아공에 와서 놀란 부분입니다. 아프리카라고 하면 가난한 나라라고 생각하잖아요. 남아프리카는 아프리카 중에서 그나마 부유한 나라로 속하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빈부격차가 무척 심하고,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면 있는 돈은 대체 다 어디 갔나 싶을 정도입니다. 

거리 걸인은 2차선이든, 4차선이든 큰 도로 신호등마다 서 있습니다. 신호가 바뀌어 대기하는 동안 창문을 두드리기도 하고 돈이나 먹을 것을 달라는 제스처를 합니다. 그 모습만 봐도 불안합니다. 저러다가 차에 치일까 걱정이 되지요. 처음 남아공에 왔을 때는 무조건 다 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그럼 매일 서 있으면 매일 줘야 하나 갈등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어제 준 사람 또 주고, 내일 만나면 또 줘야 할까? 아니면 주 1회 줘야 할까? 언제는 주고 언제는 안 줘야 하는지 고민이 됐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돈을 주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졌습니다. 단순히 돈을 주기 싫어서가 아닌, 준다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모르겠으나 현지 흑인들이 말하는 청소년 아이들의 마약 수치가 꽤 높다고 합니다. 물담배는 기본이고, 아이들이 모여서 간단한 마약을 만들어서 피울 정도라고 합니다. 돈만 있으면 구할 수 있다는 거죠. 마리화나 필로폰 같은 약을 주로 한다는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들은 이야기로는 그렇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약을 하다가 절제가 안 돼서 보호기관에 들어가 몇 개월 간 교육받고 약을 끊고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든 청소년이 그런 보호하에라도 있다면 불행 중 다행이지만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지난번 마약 교육 관련 센터에 찾아갔었습니다. 현지 지역 아이들의 실태를 알고 뭔가 예방 교육이 필요하지 않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같이 사역하는 선교사님이 잘 알아본 후 저는 그저 동행만 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심각성이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어떨까요? 똑같지 않겠습니까. 밤에는 약하고 낮에는 몽롱한 상태로 늦잠 자고 일어나 일상생활이 얼마나 정상적으로 될까요. 그런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쳇바퀴 도는 삶을 사는 사람도 있을 걸로 보입니다. 


거리에서 구걸하는 걸인들은 그렇게 구걸해서 얻은 돈을 약을 사는 데 사용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이제 눈빛만 봐도 대충 알겠더라고요. 일단 초점이 흐립니다. 눈 흰자위 색깔도 달라요. 행동이 어눌합니다. 그래서 그럴 바에는 먹을 걸 주자며 한 동안은 먹을 걸 줬습니다. 물론 다 주지는 못하죠. 생각보다 곳곳에 많거든요. 어제 본 사람이 또 그 자리에 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도 구제와 기부가 망설여지는 면이 있습니다. 그렇게 먹을 걸 주면, 동양인이어서 그런지 저를 기억하고 알아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생각해 봅니다. 

왜 그런 거에 빠졌을까? 한국처럼 다양한 놀이 문화가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돈이 필요한 일이죠. 그나마 건전한 아이들은 축구라도 하면서 땀 빼고 놀지만, 대부분은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냅니다. 일이 없어요. 심심하니까 모여서 하는 게 그런 겁니다. 

또 생각해 봅니다. 

정말 필요한 게 뭘까? 돈 있으면 해결될까? 안전한 집이 있으면 해결될까? 일이 있으면 해결되겠네! 에서 멈췄습니다. 거리의 걸인들은 일이 없으니, 돈도 없고, 생활환경이 안정되지 않으니 쳇바퀴 도는 삶을 살겠죠. 죽지 못해 살지 않는가 생각도 듭니다. 


이런 걱정이 뭐를 한 자나 더 해줄 수 있겠습니까, 그저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는 겁니다. 제가 당장 할 수 있는 없으니까요. 안타까워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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