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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Aug 09. 2023

자다가 가위 눌린 경험

미친 듯이 졸려서 낮잠을 잤다.




미친 듯이 잠이 쏟아졌다.

책상에 앉아 글 쓰다가 바로 책에 머리를 박고 잠들었다.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다니, 몇 십 년 만인 듯하다. 졸리면 그냥 침대에 누우면 되지만, 책상에서 굳이 엎드려 잤다는 건 자고 싶지 않은 내 심리를 반영한 거나 다름없다. 그러니까 자면 안 됐다! 졸음을 도저히 이길 수 없어 잠시 엎드리겠다고 한 건데 딥슬립을 해버렸다. 이럴 수가.

몹시 피곤했다. 나이가 들었나, 졸음이 쏟아지면 못 참겠다. 이게 왜 나이랑 연결 된다면, 전에는 밤에 좀 늦게 자도 다음 날 크게 영향을 안 받았다. 언제부터인가 전 날 조금 무리를 하거나 잠을 늦게 자면 여지없이 다음 날 맥을 못 춘다. (나이라고 말하지만, 해발 1,400m가량 되는 남아프리카 프레토리아의 탓도 있다고 생각해 본다. 쉽게 피곤을 느끼는 이유다.)  



학창 시절 기억으로 잠시 돌아갔다.


기억난다.  졸린 날에는 여지없이 책상에 두 팔을 베개 삼아 낮잠을 잤다. 그때의 5분 10분의 꿀잠은 남은 수업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동력 같은 거였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랑 수다도 떨고 매점도 가야 하지만, 하루 6,7교시 중에 한두 번의 쉬는 시간에는 낮잠을 잔다고 해서 못 자게 귀찮게 굴지 않았다.  문제는 가끔 "누가 나 좀 제발 깨워 줘!" 하는 심정일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가위에 눌렸을 때다. 친구들 소리가 늘리는데 몸을 옴짝달싹할 수 없을 때의 심정이란! 마치 얼음 땡 할 때처럼 누가 나 좀 touch! 해줬으면 하는 순간이다. 꼭, 그럴 때는 아무도 안 건드린다. 제발 좀 흔들어 주면 좋겠다. 심지어 침까지 흘려서 책에 흥건하게 침이 새어 나온 날에는 정말이지 수치스러웠다. 집에서 잘 때도 한 동안은 밤에 가위를 잘 눌렸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럴 때면 주기도문을 외우고, (친구 중에는 애국가를 부른다는 친구도 있었다.) 가슴 깊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썩 물러가라!'소리치면서 깨어나려고 애썼던 기억이 선하다. (당시 나에겐 귀신이나 무서운 감정을 쫓는 주문 같은 거였다.) 왜 그렇게 무서웠을까, 자다가 무서운 꿈을 꾸거나 가위에 눌리면 다시 자기가 두려웠다. 소리까지 들리거나 조롱하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경험도 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분명 비웃는 듯한 말을 들은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식은땀까지 흘리면서 끙끙거리다 잠에서 깨서 안 잘 수도 없고 또다시 나타날까 두려워 눈을 찔끈감기도 했다. 머리끝까지 이불을 끌어당기면서.

어디서 주워 들었는데, 잘 때 누군가와 스킨십되어 살이 붙어서 자면 가위에 눌리지 않는다고 해서 실제로 그럴 때 베개 들고 엄마아빠 방으로 찾아간 날도 있었다. 몇 살까지 그랬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결혼 전까지 종종 그랬던 거 같다. 결혼 후에는 늘 남편이 옆에서 자니까 살이 맞닿아 있어서 인지 가위에 눌려 힘들었던 경험은 거의 없었다. 그럼, 이게 어떤 혼자 자는 두려움에 왔던 걸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우리 뇌의 두려움을 담당하는 중심축이 '편도체'다.  두려움과 공포의 감정을 느낄 때면 편도체는 활성화된다는 거다. 편도체가 활성화된 상태에서는 동일한 자극에서 더 격렬한 공포 반응을 느낀다. [내면소통에서 발췌 40p]


그러고 보니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그렇게 무서운 꿈을 꿔 깼다가 다시 잠들면 행거에 걸린 옷의 그림자만 봐도 귀신인가 싶어 흠칫 놀랐던 경험도 있다. 한두 번이 아니다. 어떤 두려움의 대상을 의식하는 신경이 활성화되었던 이유라는 말이다. 이 이야기를 하려고 가위눌린 이야기를 한 게 아닌데, 요즘 읽는 책과 자연스레 연결이 되는 걸 보니 역시 독서 해야 된다.

 

생각해보니, 늦게 까지 공부하거나 늦게 까지 뭔가 하다가 갑자기 누워 휴대폰을 들여다 본다던지, 억지로 잠을 자려고 했던 날에 유독 그랬던거 같다. 더불어 뭔가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던지, 감정이 썩 좋지 않은 채로 잠들어 잠을 설친다던지 하는 날에도. 혹은 낮에 체력적인 소모가 큰 날도 있었다. 이 말인즉은, 가위 눌린 날이 많았다. 이런 증상을 완화 시키기 위해서는 편안한 수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과 마음을 만든 후에 잠에 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실은 엎드려 10분을 자고 도저히 잠을 못 이기겠어서 일어나 침대 위로 쓰러져 30분을 더 잤다. 내 시간은 순삭이 되었지만, 그 덕분에 지금 이 시간이 덜 피곤하다. 멀티태스킹을 여전히 할 수 있을 만큼 버틸만하다. 피곤할 때 몸이 보내는 신호에 민감해져야 한다. 그래야 병을 키우지 않는다. 일도 좋고, 해야 할 일들 빨리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은 꼭 잘 챙기자. 덕분에 낮잠도 자고 추억도 소환해서 글도 한 편 썼다. 요즘 남아공에서 바이러스가 돈다. 막둥이가 Massive headache라고 표현하고 집에 일찍 왔는데 날아다니는 걸 보니 아직 덜 아프긴 한가 보다. 이럴 땐 너도 낮잠 좀 자는 게 어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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