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 본질 그리고 의미
월요일, 라이팅 코치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남편은 요즘 계속 자리에 없다. 그 탓에 아이들 패치는 오로지 내 몫이 되었다. 수업을 듣다 1부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차를 끌고 부랴부랴 나섰다. 학교까지 5분 거리, 다녀오면 기다리는 시간 포함 15분이면 돌아올 수 있다. 나름 계산을 하고 떠났다. 복잡한 학교 앞 주차하는 일만 해도 땀이 삐질 나는 일이다. 굽어진 도로에 좌우로 차가 빼곡히 세워져 있는 좌우 차를 긁지는 않을까 새 가슴 되어 붕 뜬 기분으로 두리번거리게 된다. 요엘이 나오고, 다엘이 나온 후 별이 나올 차례다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나오질 않는다. 휴대폰으로 강의 줌에 로그인하고 차 안에서 들으며 기다렸다. 차마 화면을 켤 수 없어 소리에 집중했다. 15분 지나자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다른 애들 거의 다 나왔는데 대체 왜 이렇게 꾸물대고 안 나오나 싶다. 목을 빼고 앞 뒤로 둘러보지만 보이질 않는다.
오겠지, 나오겠지 하면서도 빨리 안 나오는 통에 입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얘는 왜 맨날 이렇게 늦게 나오니, 기다리는 줄 알건대 좀 서두르지!"
"제가 가서 누나 데리고 올까요?"
다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23분쯤 됐을까, 저 멀리서 어슬렁거리며 별이 걸어오는 모습 보인다. 창문도 닫힌 채로 소리쳤다.
"아! 쫌! 빨리 오라고!"
들릴 리 없다. 굳게 닫힌 창문을 열었어야지.
그러거나 저러거나 별은 교문을 나오다 친구를 만났는지 잠시 이야기를 나누더니 포옹한 후 인사를 하고 차로 걸어와 문을 열었다.
"너 왜 이렇게 느긋해? 우리 기다리는 거 몰랐어?"
"아, 늦게 끝났어요. 평소보다 늦게요."
(약간 짜증이 섞인 말투로- 늦게 끝났는데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늦게 끝났으면 기다리는 거 알면 좀 빨리 나오지 그랬어!"
그렇게 다그칠 일도 아니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기에 그러려니 한다. 그래도 늘 기다리는 건 좀처럼 싫은 일이다. 복잡한 교문 앞, 좁은 도로에 차를 세워 두고 시동도 안 끈 채 옆차가 지나가면 차를 긁히지는 않을까 사이드미러를 주시한다. 자리라도 좀 넉넉한 곳에 세워뒀으면 덜 예민했으려나, 자꾸만 짜증이 올라온다. 수업을 제대로 앉아서 못 듣는 것도 신경 쓰이는 데 말이다.
집까지 오면서 한 마디도 안 했다. 그렇게 이야기했으면 어련히 알아들었을까, 알면서도 입 밖으로 잔소리가 튀어나오려는 걸 밀어 넣었다. 그렇게 집에 와서 차고에 차를 대고 시동을 끄기가 무섭게 참다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짜증스러운 말투가 계속 걸렸던 탓이다. (다른 건 다 참아도 태도에 대한 부분은 못 참는다.)
"너, 억울해? 네가 지금 짜증스럽게 말할 게 아니라 먼저 늦은 거에 대해서 미안하다고 한 마디 했어야 되는 거 아니야? 기다리는 사람이 왜 안 나오나 무슨 일이 있나까지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늦게 나왔으면, 미안하다고 말하고 사유를 설명해야지 다짜고짜 어쩌라는 거냐는 식으로 말하면 되겠어? 네가 늦게 나온 게 일부러 늦게 나온 거라고 생각 안 해. 당연히 늦게 끝났거나 무슨 일이 있었으면 늦게 나왔겠지. 근데 이건 아니지."
그렇게까지 말할 일도 아니었지만, 참았다가 속사포로 내뱉었다. 이미 말하는 본새에서 꼭지가 틀어졌다. 다시 말하지만 그른 태도는 못 봐준다. 꼭 짚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린다. (이렇게 말하면 나도 참... 나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강의를 이어 들었다. 강의가 끝난 후 곰곰이 생각했다. 태도가 좀 그렇긴 했지만, 오늘 내가 강의가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짜증이 났을까 싶다. 다른 한편으론, 내 애가 아니고 다른 집 아이였으면 내가 또 그렇게까지 야단치듯 훈계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거실 옆 방에서는 BTS 노래를 흥얼거리는 별이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고 두야.
비단, 이날 일만은 아니다. 종종 이런 일이 있다.
뭇 자녀교육가들은 자녀를 양육할 때 '내 아이가 남의 집 아이라고 생각하라'라고 말한다. 그럼 화가 덜 날 거라는 거다. 나 역시 이렇게 생각해서 야단 칠일 한 번 거르고, 화나는 일이 이해로 삭힌 경험이 있다. 좋은 방법이기는 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자녀를 대할 때 내 기분과 상황에 따라 일관성 없이 대하면 안 된다. 다른 집 아이처럼 생각하는 건 하나의 방법을 말하는 것뿐이다.
역설해 보면,
얼굴 형태, 눈, 코, 입 등 신체구조나 습관이 닮아도 유전자 검사 필요도 없겠지만, 어떤 상황에서 아이 때문에 화가 버럭 난다면 내 아이가 틀림없다. 우리 집 식구는 전부 다 똑같이 생겨서 검사도 필요 없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제일 많이 화 내고 분풀이하며 사는 것 같다. 자꾸 아이의 태도에 화가 나면 내 친자가 맞다. 그렇긴 해도 얕은 일로 신경질은 좀 내지 말자. (그러나 저러나 붕어빵일텐데)
내 식구, 내 사람일수록 더 잘 챙겨주고 아껴줘야지.
<현상과 본질 글쓰기 적용>
현상: 늦게 나와 기다리는 게 짜증스러웠다. 아이의 말 태도가 거슬려 야단을 쳤다.
본질: 내가 할 일을 방해받았다는 기분이 들어 예민해졌다.
의미: 다른 집 아이였다면 내가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싫은 말 하지 않고 지나갔겠지. 친자확인 없이도 내 자식임을 증명해 주는 키 포인트다. 다른 집 아이라고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아이를 한 사람의 인격으로 존중하고 내 상황과 기분에 따라 일관성 없이 대하지 않아야 한다.
책 쓰기에 관한 기법 및 꿀팁을 얻고 싶으시다면?
아래 오픈 채팅방으로 모십니다. ^^
프로듀스Ur라이프 글로다짓기에서는 함께 글 쓰는 챌린지 진행 중입니다.
글 쓰는 근력을 외롭지 않게 기를 수 있습니다.
https://open.kakao.com/o/grLMxRhf
매월 새롭게 구성하는 글쓰기, 책 쓰기 특강입니다.
이번 책 쓰기 특강에서는 <분량 채우기>에 관해 다룰 예정입니다.
글 쓰기 , 책 쓰기 관심 있는 여러분의 참여 환영합니다!
https://docs.google.com/forms/d/1HwVwlXozo5Oxg2ojHDaFaasplzIzKCZyyyhSCJVdynY/edit
8월 책 쓰기 전문 과정 회원 모집 중입니다.
최초 등록 후 평생회원으로 100% 출간 책임제로 운영됩니다.
https://blog.naver.com/with3mom/223150767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