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로 삶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로다짓기 최주선 Jul 26. 2023

유전자 검사 없이 친자 확인하는 방법

현상, 본질 그리고 의미 



월요일, 라이팅 코치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남편은 요즘 계속 자리에 없다. 그 탓에 아이들 패치는 오로지 내 몫이 되었다. 수업을 듣다 1부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차를 끌고 부랴부랴 나섰다. 학교까지 5분 거리, 다녀오면 기다리는 시간 포함 15분이면 돌아올 수 있다. 나름 계산을 하고 떠났다. 복잡한 학교 앞 주차하는 일만 해도 땀이 삐질 나는 일이다. 굽어진 도로에 좌우로 차가 빼곡히 세워져 있는 좌우 차를 긁지는 않을까 새 가슴 되어 붕 뜬 기분으로 두리번거리게 된다. 요엘이 나오고, 다엘이 나온 후 별이 나올 차례다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나오질 않는다. 휴대폰으로 강의 줌에 로그인하고 차 안에서 들으며 기다렸다. 차마 화면을 켤 수 없어 소리에 집중했다. 15분 지나자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다른 애들 거의 다 나왔는데 대체 왜 이렇게 꾸물대고 안 나오나 싶다. 목을 빼고 앞 뒤로 둘러보지만 보이질 않는다. 

오겠지, 나오겠지 하면서도 빨리 안 나오는 통에 입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얘는 왜 맨날 이렇게 늦게 나오니, 기다리는 줄 알건대 좀 서두르지!" 

"제가 가서 누나 데리고 올까요?"


다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23분쯤 됐을까, 저 멀리서 어슬렁거리며 별이 걸어오는 모습 보인다. 창문도 닫힌 채로 소리쳤다. 


"아! 쫌! 빨리 오라고!" 


들릴 리 없다. 굳게 닫힌 창문을 열었어야지. 

그러거나 저러거나 별은 교문을 나오다 친구를 만났는지 잠시 이야기를 나누더니 포옹한 후 인사를 하고 차로 걸어와 문을 열었다. 


"너 왜 이렇게 느긋해? 우리 기다리는 거 몰랐어?" 

"아, 늦게 끝났어요. 평소보다 늦게요." 

(약간 짜증이 섞인 말투로- 늦게 끝났는데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늦게 끝났으면 기다리는 거 알면 좀 빨리 나오지 그랬어!" 


그렇게 다그칠 일도 아니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기에 그러려니 한다. 그래도 늘 기다리는 건 좀처럼 싫은 일이다. 복잡한 교문 앞, 좁은 도로에 차를 세워 두고 시동도 안 끈 채 옆차가 지나가면 차를 긁히지는 않을까 사이드미러를 주시한다. 자리라도 좀 넉넉한 곳에 세워뒀으면 덜 예민했으려나, 자꾸만 짜증이 올라온다. 수업을 제대로 앉아서 못 듣는 것도 신경 쓰이는 데 말이다. 


집까지 오면서 한 마디도 안 했다. 그렇게 이야기했으면 어련히 알아들었을까, 알면서도 입 밖으로 잔소리가 튀어나오려는 걸 밀어 넣었다. 그렇게 집에 와서 차고에 차를 대고 시동을 끄기가 무섭게 참다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짜증스러운 말투가 계속 걸렸던 탓이다. (다른 건 다 참아도 태도에 대한 부분은 못 참는다.)


"너, 억울해? 네가 지금 짜증스럽게 말할 게 아니라 먼저 늦은 거에 대해서 미안하다고 한 마디 했어야 되는 거 아니야? 기다리는 사람이 왜 안 나오나 무슨 일이 있나까지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늦게 나왔으면, 미안하다고 말하고 사유를 설명해야지 다짜고짜 어쩌라는 거냐는 식으로 말하면 되겠어? 네가 늦게 나온 게 일부러 늦게 나온 거라고 생각 안 해. 당연히 늦게 끝났거나 무슨 일이 있었으면 늦게 나왔겠지. 근데 이건 아니지." 


그렇게까지 말할 일도 아니었지만, 참았다가 속사포로 내뱉었다. 이미 말하는 본새에서 꼭지가 틀어졌다. 다시 말하지만 그른 태도는 못 봐준다. 꼭 짚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린다. (이렇게 말하면 나도 참... 나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강의를 이어 들었다. 강의가 끝난 후 곰곰이 생각했다. 태도가 좀 그렇긴 했지만, 오늘 내가 강의가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짜증이 났을까 싶다. 다른 한편으론, 내 애가 아니고 다른 집 아이였으면 내가 또 그렇게까지 야단치듯 훈계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거실 옆 방에서는 BTS 노래를 흥얼거리는 별이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고 두야. 


비단, 이날 일만은 아니다. 종종 이런 일이 있다. 

뭇 자녀교육가들은 자녀를 양육할 때 '내 아이가 남의 집 아이라고 생각하라'라고 말한다.  그럼 화가 덜 날 거라는 거다. 나 역시 이렇게 생각해서 야단 칠일 한 번 거르고, 화나는 일이 이해로 삭힌 경험이 있다. 좋은 방법이기는 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자녀를 대할 때 내 기분과 상황에 따라 일관성 없이 대하면 안  된다. 다른 집 아이처럼 생각하는 건 하나의 방법을 말하는 것뿐이다. 

역설해 보면, 

얼굴 형태, 눈, 코, 입 등 신체구조나 습관이 닮아도 유전자 검사 필요도 없겠지만, 어떤 상황에서 아이 때문에 화가 버럭 난다면 내 아이가 틀림없다. 우리 집 식구는 전부 다 똑같이 생겨서 검사도 필요 없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제일 많이 화 내고 분풀이하며 사는 것 같다. 자꾸 아이의 태도에 화가 나면 내 친자가 맞다. 그렇긴 해도 얕은 일로 신경질은 좀 내지 말자. (그러나 저러나 붕어빵일텐데)

내 식구, 내 사람일수록 더 잘 챙겨주고 아껴줘야지. 





<현상과 본질 글쓰기 적용>

현상: 늦게 나와 기다리는 게 짜증스러웠다. 아이의 말 태도가 거슬려 야단을 쳤다. 

본질: 내가 할 일을 방해받았다는 기분이 들어 예민해졌다. 

의미: 다른 집 아이였다면 내가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싫은 말 하지 않고 지나갔겠지. 친자확인 없이도 내 자식임을 증명해 주는 키 포인트다. 다른 아이라고 생각하는 중요한 아니다. 아이를 사람의 인격으로 존중하고 내 상황과 기분에 따라 일관성 없이 대하지 않아야 한다.  





책 쓰기에 관한 기법 및 꿀팁을 얻고 싶으시다면? 

아래 오픈 채팅방으로 모십니다. ^^ 

프로듀스Ur라이프 글로다짓기에서는 함께 글 쓰는 챌린지 진행 중입니다. 

글 쓰는 근력을 외롭지 않게 기를 수 있습니다. 


https://open.kakao.com/o/grLMxRhf




8월 1일 (화) 책 쓰기 무료 특강이 있습니다. 

매월 새롭게 구성하는 글쓰기, 책 쓰기 특강입니다. 

이번 책 쓰기 특강에서는 <분량 채우기>에 관해 다룰 예정입니다. 

글 쓰기 , 책 쓰기 관심 있는 여러분의 참여 환영합니다! 

https://docs.google.com/forms/d/1HwVwlXozo5Oxg2ojHDaFaasplzIzKCZyyyhSCJVdynY/edit



8월 책 쓰기 전문 과정 회원 모집 중입니다. 

최초 등록 후 평생회원으로 100% 출간 책임제로 운영됩니다. 

https://blog.naver.com/with3mom/223150767107


매거진의 이전글 아프리카 레스토랑 실내 분위기 느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