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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Jul 24. 2023

아프리카 레스토랑 실내 분위기 느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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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 아프리카 날씨가 이렇게 스산했던가, 요 며칠, 두를 일 없는 목도리가 필수품이 됐다. 요즘 따라 날이 더 추워져 종종걸음을 재촉한다. 이런 날이면 한국의 따뜻한 실내가 그립다. 아프리카의 레스토랑은 한국처럼 온기가 도는 곳이 드문 나라다.

모처럼 남편과 함께 길을 나섰다.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 예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을 콕 집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남편의 안경에 김이 서렸다. 이런 곳이 있구나. 실내에는 빈자리가 몇 테이블 남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붐볐다.

'맛집인가?'


"Table for 2?"

"Yes!"


일단 안내해 주는 자리에 앉았다. 출입구 쪽 2인 테이블 외에는 자리가 없었다. 안쪽을 둘러봐도 빈  없다. 일단 아쉬운 대로 출입구 쪽 좌석에 앉았다. 궁둥이를 붙이자마자 안쪽에서 한 커플이 일어나 나왔다. 얼른 일어나 자리를 옮겼다. 마침 옆에 놓인 가스 난로 옆에 바싹 붙어 앉았다.


"아, 따뜻해."


좋았다. 실내가 따뜻해서 외투를 벗어야만 하는 느낌, 오랜만이다. 메뉴판을 '공부'했다. 늘 새로운 곳에 가면 메뉴부터 공부해야 한다. 어떤 음식인지도 모르고 대충 시켰다가 돈 낭비하는 기분 느끼고 싶지 않아서이다. 5분 정도 지났을까 난로 옆에 바싹 붙어 앉은 탓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뜨거워."


"옮겨 옆으로."


남편과 마주 보고 앉아있다가 옆자리로 옮겨 앉았다. 좀 낫다.

음료를 먼저 주문했다. 웬일로 남편은 마차민트라테를 먹겠단다. 평소엔 즐겨 먹지 않는 메뉴인데 궁금하단다. 약간의 실패 위험을 안고 주문했다.


"그럼 나는 헤이즐넛 라테."


나도 평소에 안 먹는 헤이즐넛 라테다. 달면 안 되는데, 커피는 단맛이 싫다. 치과 진료를 보고 온 남편은 마취 탓에 한 시간 후에 먹으라는 안내를 받았다. 덕분에 나만 음식을 하나 주문했다. 아침도 먹지 않고 11시 반까지 시간을 보냈더니 배부터 목구멍까지 꼬르륵 방울이 올라오는 느낌이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닭고기랑 펜네 들어간 매콤한 메뉴 같은데 이거 시킬까?"


메뉴를 하나 시키고 앉아 음료를 받아들었다. 기우가 맞았다. 헤이즐넛 라떼가 달아서 내 입맛에 안 맞는다. 그래도 꼴각꼴깍 라테를 씹어 삼켰다.

음식을 기다리며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잠시 휴대폰을 켜 책도 읽어 본다. 그러다 실내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나름대로 신경 쓴 화장실 실내장식이 눈에 뛴다. 무슨 거울을 저리도 많이 붙여놨을까, 타일도 나름대로 신경써서 골랐나 보다. 불규칙한 흑과 백의 패턴이 나름 괜찮아 보인다. 모양, 크기별로 덕지덕지 붙인 거울이 좀 과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샹들리에 덕분에 분위기가 꽤 좋게 느껴진다. 테이블 옆으로 앉은 두 커플이 눈에 들어왔다. 매운 소스 닭고기 팬네가 나오고 신나게 먹었다. 1/3도 먹지 않고 흥미가 떨어졌다. 음식이 식으면서 맛이 별로였다.  직원이 가져다준 타바스코 소스를 얼른 받아 접시 뿌렸다. 빨간 핫소스보다 초록색 할라피뇨소스가 더 맛있다. 알아서 가져다주니 땡큐다.


"저기 내 왼쪽 뒤에 앉은 머리띠 한 아줌마 있잖아. 무슨 미드에 나오는 것 같이 생긴 아줌마."


"맞아. 참 신기한 게 한국 배우들은 일반인들과 연예인 비주얼이 확연하게 차이 나는데, 외국 사람들은 실제로 마주치면 다 배우 같아. 아무래도 일반인과 배우의 피지컬적 차이는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남편이 먼저 꺼낸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내 생각을 줄줄이 읊어댔다. 무슨 말을 이어 가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내 말에 맞다며 동조해 줬다. 그리고 나서 둘러보니 내 오른쪽 커플도, 내 등 뒤의 커플도 모두 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법한 포즈와 표정으로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이 장면이 영화 속의 한 장면이라면 남편과 나는 어색한 동양인쯤 되려나 싶은 마음으로 말이다. 천장에 장식해 놓은 덩굴 잎은 조화가 아니라 생화다. 어떻게 관리할까 싶은 마음으로 노려봤다. 그저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동안 '따뜻하다'라는 느낌은 계속됐다. 주방까지 훤히 보이게 인테리어 해둔 걸 보니 주방 청결에 자신 있나 보다. 직원 수도 많았다. 건장한 몸의 흑인 남성이 검은 옷에 베이지색 앞치마를 하고 자꾸 왔다 가면서 묻는다.


"Still Fine?"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묻는다. 그럼 같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면 된다. 정말이지, 밥 먹을 때 자꾸 와서 말 좀 시키지 말았으면 좋겠다. 내가 필요하면 부를 테니 자꾸 와서 묻지 말아 달라고 말이다. (이곳은 팁 문화라 종업원들이 맡은 테이블 손님 관리를 해야 하기에 자주 오가며 묻는다. 필요한 건 없는지.)

사진에는 없지만 마취가 다 풀린 남편은 Hake & Chips를 시켰다. 뜨끈한 플레이트에 큼지막하니 헤이크(대구) 한 덩이와 노릇한 칩스가 딸려 나왔다. 나이프로 썰어내는 소리가 바삭하다. 한 입 베어 물곤 미소가 번졌다. 헤이크 풍미가 입안에  느껴졌다.


"헤이크 맛집이네! 칩스(감자튀김)도 맛있어!"


"담에 여기 애들 데리고 오자."


엄마가 되고 나서는 어디를 가든 맛있는 것만 먹으면 애들 생각이 난다. 이거는 우리 다엘 이가, 이건 우리 요엘 이가, 이건 우리 별 이가 좋아하는 건데! 하며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먹는 동안 아이들 데리러 갈 시간이 다 됐다. 계산을 마치고 얼른 일어나 나와 문밖을 나섰다. 차 안에 올라타 문을 닫았다. 갑자기 웬 흑인 남자가 차 문을 벌컥 연다.


"What?"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쳐다보니, 내게 분홍색 목도리를 내민다. 무슨 일 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고마울 수가.


"Oh, Thank you so much!"


직원 덕에 한국에서 가져온 목도리 안 잃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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