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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Aug 16. 2023

부족함은 약점 아닌 강점

창조성을 부르는 제약의 힘 



다 잘할 수 없을 때는 가장 자신 있는 것 하나에만 올인해야 창조성이 극대화된다.
<믹스! 섞어라> 215p 밀리, 패드


무언가 투자를 해서 결과물을 만들고 싶은데 

돈이 넉넉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진 것이 창조성과 건강한 신체뿐이라면? 

약소한 자원으로 쟁쟁한 블록버스터들과 경쟁할 수 있을까?

2008년 개봉한 아일랜드 영화 <원스>처럼 하면 된다. 

<원스>의 촬영 기간 17일 모든 것이 <없는> 영화, 오직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제작비 150배를 벌어들였다. 

위의 내용은 요즘 평독하고 있는 <믹스>에 나온다.

존 카니 감독의 답은 '내려놓음'이었다. 그는 모든 걸 잘하려고 하지 않았다.


돈 없는 크리에이터가 성공하기 위한 방법은 창조성과 제약을 섞는 것이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 제약에 있다면 창의성을 힘을 믿으라고 했다. 



글을 읽다가 거기서 생각이 멈췄다. 


"그건 창의성 있는 사람 이야기고!"  

"그럼 창의성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되는데?"


나는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주입식 교육에 아쭈~ FM으로 잘 자라왔기에 창의력을 억압시키며 성장했다고 핑계대어 본다. 

엉뚱한 행동을 하면 주변이 산만한 아이로 보였다.

엉뚱 상상을 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비쳤다. 

그 덕에 자제하면서 살아왔다. 


조금 튀는 행동을 하면 오해받겠지? 

재밌자고 우스꽝스러운 행동이나 의견을 내면 비웃음 당하겠지? 


20대 초반 교회 중등부 서기부 교사로 섬기고 있을 때였다. 

나는 이때 일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고, 그때 생각을 하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수련회에 가서 서기 교사들이 중등부 아이들의 발표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야 할 타이밍이었다. 

"그럼 그 일을 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어떤 게 있을까요?"

나는 내 생각에서는 나름대로 날카롭게 질문을 한 거였다.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리더 교사가 내 말을 잘랐다. 

"그런 뻔한 질문은 하지 말고요."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필요한 질문이었다. (당시 어떤 프로젝트였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내 말만 기억날 뿐) 

내 말이 가차 없이 잘린 것도 억울했지만, 어린 중학생들을 앉혀 놓고 던진 내 질문이 쓸모없다는 생각에 더 부끄러웠다. '그런 뻔한 질문'이라는 말을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들었다. 그 뒤로 나는 토론 시간에 질문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 모임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수동적이 됐다. 나름 타당하고 논리 있는 제안조차 이렇게 무참히 밟히는데, 허무맹랑한 질문을 했다면 어쩌면 "그딴 쓸데없는 질문은 집어치우고요!"라는 말을 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는 그다음번에는 한방 펀치를 날려줄 질문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밖으로 꺼내기 전까지 머릿속으로 가지 시뮬레이션을 돌리면서 질문을 생각했다. 그러다 내뱉은 가지 질문에 "That's good idea."라는 말도 들은 같다. 암튼 사건은 입에 지퍼를 채우는 경험이 되었다. 청년의 시기에. 

뭐 사건이 생각이 나서 적은 거지만, 그전에도 무궁무진한 경험이 있다. 

 


내 혈액형은 AB형이다. 사람들이 AB형이라고 하면 일단 '윽, 더럽...'이라고 생각한다. 

그다음은 "AB형은 천재이거나 또라이"라고 말한다. 

"너는 AB형이 아닌 것 같아"라는 말도 많이 듣고 살아왔다. 


그럼, AB형은 어떤데? 

-싫증을 잘 내고 변덕이 심하다. 

-한번 친해지면 엽기적이다. 

-창의력이 있다.

-바보가 아니면 천재다. 

-표현의 억제를 잘한다. 

-가끔 이중인격자라는 소리를 듣는다. 

-한번 마음이 잘 맞기 시작하면 최고의 친구가 된다. 

-모 아니면 도 

온라인에 돌아다니는 AB형 성격 중 몇 가지를 추려봤다. 


아무튼 혈액형이야 꼭 맞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나는 A형 같다 B형 같다는 말을 주로 들었다. 한 번에 내 혈액형을 맞추는 사람은 드물었다. 게다가 O형 같다는 말도 들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나를 겪어 본 사람일수록 AB형인지 몰랐다는 말을 한다. 굳이? 


혈액형 이야기를 꺼낸 것은 창의성, 또라이, 천재에 관한 생각을 하다 꼬리를 물었다. 그저 늘 나는 창의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나를 더 발전하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의성, 창조성이 없는 사람은 노력하지 않기 때문에 없다. 

창의성, 창조성도 생각하고, 사색하고, 변형시키고, 바꾸면서 만들어 낼 수 있다. 

해 아래 새것은 없으니까. 

창조성 마저 없어 고민이라면, 생각하는 시간을 늘리면 된다. 

창조성이 없어 고민이라면, 모방 거리를 많이 찾고 변형해보거나 합쳐보면 된다.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기지를 발휘하게 된다. 예를 들면 많은 사람 앞에서 질문을 받아 대답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뭐라도 던져내게 되어있다. 이런 훈련도 훈련이라면 반복해서 하면 강화된다. 새로운 아이디에 도출하기까지 필요한 노력을 위해서 시간을 써야만 하는 거다.  글쓰기 수업을 할 때 회원에서 즉석에서 질문을 던진다. 메시지를 도출하기 위해서 질문에서 시작할 때도 있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서 시작해서 또 다른 의미를 연결시킬 때도 있다. 그럼 처음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결과가 나오게 된다. 그리고 하나의 메시지가 완성된다.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이야기하고 또 다른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듣는다고 생각하면 짧은 시간 내에 최선의 것을 도출하려고 애를 쓰게 된다.  그게 바로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발휘하는 기지다. 이때 급박하게 무의식 속에 있는 잠재력과 창의력도 함께 꺼내질 수 있게 된다.  


그런 작업을 많이 해보려고 한다. 나 스스로도. 


없는 것이 약점이 아닌, 강점이 된다면, 

부족함도 약점이 아닌, 강점이 된다고 말하고 싶다. 

없는 것도 부족함도 채워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 공간에 창의성으로 꽉꽉 눌러 담아 보면 더 기발한 아이디어가 솟구칠 게다. 


"부족함"은 약점 아닌 강점

"부족하다는 사실은 무궁무진한 성장을 예기한다. 성장하고 싶다면 계속하라."

글로다짓기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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