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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Aug 17. 2023

5번의 사건! 못된 근성일까, 실수일까?

아프리카 종업원들의 버릇인 걸까

 



오늘만 5번 째다.

지난주, 이번 주 통틀어 5번.


첫 사건은 지난 주였다. 

남편과 나는 아침부터 산에 가느라 아침을 안 먹은 상태였다. 약간 요기를 하려고 식당에 들어갔다. 빈속에 커피를 마시기가 꺼려져서 간단한 음식을 주문했다. 커피 2잔을 시키면 분명 내가 남길 거라고 예상했다. 결론으로 커피는 한 잔만 시키기로 했다. 한 잔이지만, 더블 라테로 양은 2배를 시켰다. 물을 한 병을 더 주문했다. 그렇게 10분 정도 흘렀을까, 라테가 그것도 큰 사이즈로 2개나 배달이 됐다. 당황스러워서 남편과 서로 얼굴을 한 번 쳐다본 후 종업원을 불렀다.


"우리 주문 한 잔만 했는데요. 라테 한잔이요."

"어... 그냥 드세요. 그럼, 확인해 볼게요."

"아니에요. 그냥 가져가세요. 저희는 한 잔이면 충분해요."


주방으로 갔던 종업원은 다시 와서 한 잔을 가져갔다. 이곳에서는 절대, 그냥 주는 법 없다. 아마 잘 못 주문 된 라테를 마셨으면 계산할 때 다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거다. 절대 한국처럼 서비스로 주지 않는다.

몇 달 전이야기인데, 주문한 음식이 평소와 달리 눅눅하고 기름졌다. 거의 다 말없이 먹었기에, 다시 해달라고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그저 알려주고 싶었다. '오늘 너네 음식 상태 이래!'라고,

매니저를 불러 설명했는데 돌아온 대답은 이거였다.

"그래서 어떻게 해 드릴까요?"

뭘 어떻게 해 줘. 그냥 다음엔 이렇게 하지 말아 달라고!라고 마음으로 외치며,

"그냥 알고 있으라고요."라고 마무리 지었다.


이번에는 다른 레스토랑이었지만 한국과 같은 서비스를 기대하면 안 된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이다. 아예 기대를 내려놓는다.

오버 차지만 하지 마라!




두 번째 사건 당일,

테이크 아웃 카페를 지나면서 커피를 주문하러 들어갔다. 갑자기 10도나 기온이 올라서 차 안에 있다 보니 시원한 프리조가 당겼다. (프리조 - freezo - 스타벅스의 프라푸치노와 비슷한 음료).

42 란드 짜리 커피 프리조를 주문하고 한 10분 기다렸을까, 커피 이름을 말하면서 주문한 사람 가져가라고 했다. 그런데 나온 음료는 coffee feezo가 아닌 따뜻한 Plato Latte였다.


"어, 우리 커피 프리조 시켰는데요?"

"아, 이거 아닌가? "


주문서를 확인하더니 우리가 주문한 게 맞다고 한다.

아무래도 주문을 잘 못 알아들었나 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메뉴였는데,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다시 만들어 줄 때까지.

다른 때 같았으면, "그래. 그거 어차피 만들었으니까 그냥 먹을게." 할 수도 있었지만, 이 날은 내가 주문하려는 메뉴를 포기할 수 없었다.  HOT 이 아니라, ICE를 시켰던 탓이다.


다시 주문한 커피를 받기까지 10분이 더 걸렸다. 계산서를 보니 42 란드 짜리 커피 프리조 대신 46 란드 카페라테가 찍혀있었다. 주문을 잘 못 받았고, 새로 만든 프리조를 들고 나와서 차가 출발한 후에야 가격 차이가있음을 알았다. 거스름 돈을 줄 생각마저 안 했나 보다. 주문을 잘 못 받을 수는 있지만, 마무리는 잘했어야지.

달라고 말하지 않는 내 잘 못도 있다. 몇 란드 차이 안 나니까 팁 주었다 생각하고,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마셨다.




세 번째 사건 당일,


카페와 빵집을 같이 운영하는 곳에 빵을 사러 갔다. 아이들 간식으로 먹이려고 갔는데, 원하던 메뉴가 없었다. 눈에 보이는 몇 가지만 사서 나올 생각이었다. 매대에 빵이 예쁘게 진열되어 있었다. 가격표는 어떤 것은 있고, 어떤 것은 없었다. 하필 가격표가 없는 빵이 눈에 들어왔다. 기다란 몸매를 뽐내며 얌전하게 누워있는 스틱 빵이 눈에 들어왔다. 뭘로 만든 거냐고 물으니, Chilli bread란다. 빵에 고추로 토핑을 하고, 위에 노란 치즈를 잔뜩 뿌려 노릇하게 구워냈다. 얼른 한 조각 부러뜨려 입에 넣고 싶었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바삭하니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옆에 있는 치즈 크루아상도 가격표가 없었다. 한 개씩 주문했다. 그리고 다엘이 좋아하는 통통하고 바삭한 러스크도 한 봉지 구입했다. 대충 빵 시세를 보니 40-50 란드 정도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주문을 하고 계산을 하는데 가격이 얼마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물어볼 수 도 있는데, 어련히 알아서 할까 싶어서 계산을 마치고 카드기에 카드를 가져가 탭 했다. 영수증에는 빵의 계산 목록이 찍혀 나오지 않았다.


"얼만데? "

"188 란드."

"그럼 한 개에 얼마지? 뭐가 비싼 거야?"

"글쎄, 계산해보면...... 정확히 얼만지 모르겠는데."


덤 앤 더머가 따로 없다. 직원한테 얼만 지 물어보면 끝날일인데 둘이 뭐 하는 건가 싶으면서도 가끔 종종 이렇게 덤 앤 더머스러울 때가 있다.


"가서 물어보자 직원한테, 왜 영수증 내역서 안 주지? 달라고 하자."

차를 이미 빼서 나왔다가 남편이 다시 빵집으로 차를 돌렸다. 빵집에 들어갔던 남편 손에는 현금 23 란드가 들려있었다.


"어머! 뭐야? 역시 그랬던 거야? 헐, 유난히 오늘 찝찝하더라니... 요즘 왜 이래?"

"뭐 한 마디 하려다가 그냥 거스름돈 주길래 받아 나왔어. 무슨 다른 테이블에서 먹는 커피 2잔이 우리 걸로 찍힌 거 같은데, 그 옆에 남자 좀 이상하더라고, 아까 계산할 때 둘이 이야기했는데..... 그래서 내가 이상해서 자꾸 계산한 거거든." 


그렇게 빵집을 빠져나오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실제로 가격을 불려서 받는 못된 장난을 하는 곳이 많이 있다. 부르는 게 값이라고 외국인이라고 호구로 보는 걸까 싶은 마음이 불쑥 튀어나온다.  일부러 그랬을까, 실수 일까를 몇 번이고 생각하게 된다.

 

말 안 했으면, 다시 안 돌아갔으면 진짜 호구된 거다.



네 번째 사건 당일,


버거킹을 들어갔다. 벌써 1시다. 아침도 안 먹고 볼 일을 보고 나니 점심때가 다 됐다.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결국 또 패스트푸드다. 되도록이면 패스트푸드를 안 먹고 싶지만, 가성비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패스트푸드다. 남아공은 일반 식당을 가면 팁을 줘야 하고, 먹을만한 메뉴는 음식 값도 싸지 않다.

프로모션이 있으면 1만 원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데, 프로모션이 없나 보다. 남편은 버거만 주문하고, 내가 먹으려는 와퍼는 세트로 주문했다. 나는 보통 패스트푸드점에 가면 세트로 주문하지 않는다. 탄산음료를 일단 좋아하지 않고, 칩스(감자튀김)도 같이 먹으면 살찌기 때문에 대부분 몇 점만 뺏어 먹는다.(뺏기는 사람을 싫겠지만) 그런데 이 날은 남편 버거가 비싸서, 와퍼를 세트로 주문했다. 어쨌든, 그렇게 주문을 하고 앉아서 기다렸다. 음식이 나왔는데, 어? 칩스가 2개다.


"어? 왜 칩스가 2개야? 2개 다 meal 이야?"

"어? 뭐지? 얘네 또 왜 이렇게 줬지?"


음료잔은 1개인데, 칩스가 2개다. 그래서 덤으로 그냥 준 건가 싶어 확인을 하러 갔다. 직원에게 영수증을 들고 가서 주문내역을 말하니 그냥 먹으란다. 진짜 덤으로 줬나 싶었다. 그럴 리 없잖아!

영수증을 보니, 주문 자체가 잘 못 들어갔다. 두 개다 meal(세트메뉴)로 계산이 됐다. 그럼, 음료를 한 잔 더 줬어야지! 그런 상황에서 얼씨구나 덥석 그냥 먹으면 안 된다. 잘 따져봐야 한다. 매니저가 나온다. 쟁반을 들고 와서 물어본다.


"음료수를 한 잔 더 줄까요? 돈으로 바꿔 줄까요?"

"잔돈으로 주세요."


쟁반 위에 칩스를 올려놓으란다. 올려놓으니 들어가서 영수증을 들고 나와 이름이랑 연락처 사인을 하라고 하더니 25 란드를 주고 들어갔다.


"대체 얘네 왜 이러는 걸까? 이렇게 해서 자기들이 얻는 게 뭐야? 직원 돈 더 받아? 아니 왜!!"


며칠에 걸쳐 연달아 이런 일이 일어나니까 진절머리가 났다. 몇 푼 안 되는 돈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도덕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가도 '사람이니까 실수할 수 있지. 초보 일 수도 있잖아. 나도 초보여서 실수한 적 많이 있잖아.'라고 생각하면서 이해해주려고 했다.



다섯 번째 사건 당일,


이날은 사실 오버 차지 된 것은 아니고,

주문한 음식이 없어서 2번이나 다시 재 주문을 넣어야 했다.

처음에 스콘과 잼, 버터를 주문했는데 주문을 받아 가더니 없다고 한다.

월요일과 주말에는 스콘이 없단다.

'그럼 메뉴판에 월, 주말  No 스콘이라고 적어 놓아야 할 거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마음으로 외쳤다. 그러려니 했다. 인기 메뉴인가 보지. 하며 말이다.


그다음에 시킨 아몬드 크루아상도 주문받아가서 3분 뒤에 와서 그것마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플레인 크루아상은 어때요? 그거 괜찮아요?"라고 물었다.

다른 메뉴도 없고, 안 괜찮으면 안 먹거나 일어나서 나와야 하는데, 이미 남편 메뉴를 기다리는 상황이라 그럴 수 없었다. 플레인 크루아상을 먹었다.




이런 일 5번을 겪으면서  Sorry라는 단어 한 번 못 들었다.

내 실수 아니고, 당신 실수인데 어쩜 그렇게 미안하다는 말 한 번을 안 할까 싶었다. 그저 말없이 처리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걸까 싶다. 최대한 이해해주려고 했지만, 반복되는 일을 겪으면서 이게 과연 우연일까 싶은 마음이 자꾸 들었다.

말하고 싶은 건 태도다.

사람은 태도가 중요한데, 거기다 가뜩이나 서비스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태도란, 맘에 안 든다. 공교롭게 전부 다 흑인이었고, 아프리카 흑인이라서 그렇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전체를 싸 잡아 일반화시키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겪었던 흑인들은 뭔가 더 가져가고 챙겨가려고 했지, 더 주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챙겨주면 고맙다고 말하다가 그다음에는 안 챙겨주면 "Go to Chania!"를 외치며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이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당연한 서비를 받지 못하는 것 같은 마음에 울화가 좀 치미는 것도 사실이다. 이럴 때마다 나오는 18번 단골 멘트는 있다.


"와... 한국 이었어봐!"


근성일까? 실수일까?

이것 가지고 골치 아프게 생각할 것 같지는 없지만, 이 글을 마치면서도 여전히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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