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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Sep 14. 2023

골을 넣기 전에는 반드시 방해물이 있기 마련

골키퍼는 악당이다. 




공교롭게도 골키퍼는 소위 말썽꾸러기로 불리는 아이가 맡았다. 

스스로 악당이 되기를 자처했다.  아무리 정의로워도 골을 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골키퍼는 악당이다. 



어제 사역지 아이들과 공놀이를 했다. 매주 화요일은 사역지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노는 시간을 가진다. 교육도 시키지만, 함께 놀이를 한다. 이번주는 탱탱볼 하나만 가지고도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재밌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2세부터 6세 사이 꼬맹이들이 동그랗게 둘러섰다. 공을 주고받으며 차보는 활동만으로도 내게 올 기회를 노리며 몸에 힘을 잔뜩 주고 서 있었다. 내게 공이 오면 발로 힘껏 뻥 차보겠다는 다짐을 한 것처럼 다부져 보였다. 게발이 된 듯 옆으로 헛발질도 해보고, 힘껏 뻥 차서 멀리 슛을 날리기도 했다. 



순간 골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옆에 보이는 책상이 골대로 제격이었다. 골대를 향해서 한 명씩 자기 순서에 힘껏 차 보도록 했다. 생각보다 넓은 책상 아래로 공간으로 공을 넣을 확률이 크기에 아이들이 성취감을 느끼기에도 딱이었다. 한 줄로 줄을 서서 공을 한 명씩 차는 데 아이들은 힘을 별로 주지 않고도 제법 골대에 골을 넣었다. 지켜보면서 교사와 아이들을 모두 환호 헸다. 나는 더 큰 소리로 환호하고 손뼉 쳐 줬다. 한 줄로 서서 돌아가면서 반복해서 공을 차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흥미로웠다. 


얌전하고 조용한 아이 몇 명은 자기 순서가 왔는지도 모르고 줄에 있다가 다른 친구에게 밀려나면 밀려나는 대로 뒤로 가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은 목소리 한 번 내지 않은 채, 교사가 불러줄 때까지 그저 손톱만 물어뜯고 있었다. 반면, 천방지축인 한 녀석은 자기 순서가 지나갔는데도 계속 공을 독차지하겠다며 앞으로 왔다.  자기 차례 후 두세 번 건너 또 자기 차례를 만들었다. 보통 규칙을 어기고 자기 욕심만 부리는 사람은 어른도 아이도 얄밉기 마련이다. 어제는 그런 모습이 얄밉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얼마나 하고 싶으면 저렇게 기회만 엿볼까 싶었다. 어쩌면 기회는 누가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잡아야 한다는 게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규칙을 어거 가면서 하는 태도는 좋지 못하지만, 실제로 더 많은 기회를 가져가기는 했다. 그 사이 얌전한 아이 몇 명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앞으로 보내줬다. 순서가 차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자리를 정돈해줬다. 


아이들은 골대를 향해 열심히 공을 찾고, 그 넓은 골대인데도 공이 옆으로 비켜 나갔다. 아쉬운 탄성소리가 들렸다. 그 사이 교사 중에 한 명이 골대에 골키퍼를 세웠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에게 공을 차도록 했다. 그나마 잘 들어가던 공을 넣기가 더 힘들어진 거다. 순서를 어기고 계속 공을 차던 말썽꾸러기 녀석은 이제는 자기가 골키퍼를 하겠다며 다른 친구를 밀어냈다. 어쩜 자기 역할에 맞게도 다른 아이들이 차는 공을 힘껏 막아냈다. 골대로 공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말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스쳤다. 

우리 인생도 그런 것 같다. 인생을 살면서 여러 목표를 세우고 살아간다. 대학에 들어가려고 공부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려고 애쓴다. 부자가 되고 싶어 돈을 모으고, 경제 공부도 한다. 온라인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것을 배운다. 다양한 기술과 재능을 위해 더 공부하면서 살아간다. 아이를 잘 키우려고 애쓰고,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한다. 외국어를 잘하고 싶어 열심히 훈련하고, 책을 내고 싶어 글공부를 하고 글을 쓴다. 이러한 각기 다른 목표를 세워 놓고 이루기 위해 애쓰면서 크고 작은 노력을 하면서 살아간다. 매일 루틴을 만들어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한다. 목표까지 가는 길이 순탄하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세운 목표로 가는 길이 험난하다. 온갖 방해물이 나를 방해한다. 피곤함과 바쁜 일상, 느닷없이 생기는 일상의 일도 많다.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거리기도 하고, 컨디션이 도와주지 않는 날도 많다. 세운 목표지점으로 가는 길에 수많은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나?"


소위 누군가를 좋아할 때 많이 쓰던 말이다. 골키퍼가 있어서 골을 넣기가 확률적으로는 어려워졌다. 골키퍼 있어도 골은 들어갈 수 있다.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골대에 아무도 없을 때 넣는 골과 골키퍼가 있지만 그걸 뚫고 골인했을 때의 희열을 비교할 수 없을 거다. 


책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그냥 매일 아는 글을 쓰면 된다. 요즘 초고를 쓰는 중인데  방해물이 많다.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요즘 몸도 안 좋다. 오늘은 기분까지 안 좋았다. 날씨는 왜 또 갑자기 추워졌는지 몸이 자꾸 움츠러든다. 생각지 못한 문제가 생겨 내 정신을 산란하게 만든다. 아이들 학교 행사 스케줄에 맞추다 보니 내 스케줄이 엉망이 됐다. 매일 평범하게 살아가는 게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다. 

내가 목표를 세울 때부터, 이미 그 목표로 가는 길에는 수많은 방해물이 함께 따라붙는 게 당연하다고 가정해 봤다. 목표를 세울 때에는 반드시 그 문을 지키는 문지기가 있는데, 그 문지기는 내가 그 목표에 달성했을 때 나를 와락 안아 주려고 기다리는 문지기라고 설정해봤다. 목표까지 가는 길에 나를 방해하고 넘어뜨리게 만들어도 그래 원래 있는 거라고 생각해 봤다. 그럼 나는 그저 원래 있던 거 잘 뛰어넘으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것도 같다. 오늘도 그 골을 향해서 하나의 방해물을  넘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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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까지 살아온 것만으로도 책 쓰기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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