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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Oct 06. 2023

나는 왜 아줌마가 기분 나쁠까,

호칭에 대한 고찰 




"아줌마!"

주변에서 아무도 대답이 없자, 또 한 번 부른다. 

"아줌마! 거기 애기 엄마!" 

결혼하고 나서 아이를 데리고 다닐 때 처음 '아줌마'라는 호칭을 들었다. 

"나? 지금 나 부르는 거야? 내가 아줌마라고?"

주변을 둘러봐도 아기를 안고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나보고, 아줌마래." 

내 아직 20대, 28세에 첫 아이를 낳고 다닐 때였다. 

아이를 안고 걸어가다 아줌마라 불렸을 때 머리끝이 쭈뼛서는 느낌이었다. 


"이제 내가 아줌마가 맞는 건가." 


나이 40이 넘은 지금은 아줌마라는 소리는 잘 안 듣는다. 남아공에서 사니까 오히려 호칭은 "Maam"으로 많이 불린다. Maam도 여자 어른을 높여 부르는 호칭이다. 


"Hello. Lady!"

"Here is Ladies'."

"Welcome Lady!"


요 며칠 유독 '레이디'라는 말이 귀에 튀게 들렸다. 같은 말인데도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아줌마!"라고 듣는 것과 "Hello. Lady!"라고 듣는 것은 어감상 느낌이 무척 다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서양식 인사가 더 여성으로서의 대우를 받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마도 영화에서 조지클루니같이 멋진 남자 배우가 손을 앞으로 내밀어 "Lady First!"라고 말했던 장면 탓은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외국에 살다 보니 종종 듣는다. 아줌마라는 말보다 미쎄스나 레이디를 더 많이 듣는다.

누가 그랬다.


"아줌마, 아저씨 호칭이랑 Mrs. Mr. 호칭이 같은 거 아니야? 근데 아줌마 아저씨는 왜 기분 나쁘지?"


그 말을 듣고 "어머! 진짜 그래." 맞장구쳤던 기억이 난다. 그때 아줌마 아저씨 호칭 바꿔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었다. 괜히 나이를 실감하게 만드는 호칭이라고나 할까.




며칠 전 유튜브 실험 카메라 콘텐츠를 봤다. 한 젊은 여자가 잔디에 앉아 있는 젊은 남자에게 다가가서 장소 찾는 질문을 했다. 질문에 대한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감사합니다. 아. 저. 씨!"라고 대답했을 때 남자의 반응을 관찰하는 콘텐츠였다. 남자는 어이없게 웃으며 황당하다는 듯 손가락으로 자기 몸을 가리키며 옆에 앉은 친구를 빤히 쳐다봤다.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목을 빼고 좌우를 돌려봐 가면서 말이다.


대부분 호칭에 민감하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아가씨나 청년이라고 하면 기분 째지게 좋아한다. 빈말이라도 기분이 좋기 마련이다. 반대로 나이가 적은 사람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붙이면 대우받은 기분에 머쓱한 기분도 든다. 나도 경험해 봤던 일이다. 젊은 사람에 나이 들어 보인다고 '할머니' , '할아버지'로 불리면 기분이 무척 나쁠 거다. 나의 친정 아빠는 머리숱이 없다. 가운데 머리는 다 빠져서 민머리이고 양 옆 뒤 머리만 있다. 탈모 탓에 나이 50대부터 할아버지 취급받았던 적도 있었다. 험한 일 하다 옷이 다 더러워져 식당에 들어가 밥 좀 달라고 하니까 거지 취급하면서 줄 밥 없다고 나가라고 했다는 일화도 들었다. 아빠는 지갑 보여주고 돈 낼 테니까 밥 달라고 했다고 했다. 나중에 식당 주인은 사과했다고 했다. 그 말을 하는 아빠는 웃으며 황당한 일화라고 들려줬지만 말을 듣는 내내 내 마음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행색을 보면서 그 사람의 지위를 유추하는 게 아닌가. 


드라마에서 봤던 회장에게 사장이라고 불렀다고 호되게 야단치는 장면을 본 기억이 있다. 그러고 보니 <거지와 왕자> 동화, 이를 모티브로 만든 <광해, 왕이 된 남자> 영화도 같은 맥락이다. 신분과 호칭이 바뀌었을 때 받는 대우와 취해야 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선생님, 아가씨, 리더님, 팀장님, 사모님, 선교사님, 튜터님, 코치님의 호칭에 익숙한 사람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 아줌마라고 불릴 일은 시장이나 길거리에서 간혹 불릴 때 말고는 거의 없었다. 

"별이 엄마, 다엘이 엄마, 요엘이 엄마"로 불렸지만, 아이 엄마라고 불리는 건 별로 안 이상한데 왜 '아줌마'라고 불리면 기분이 이상할까,


아줌마 또는 아주머니는 중년의 여성을 일컫는 호칭이다. 본래는 친척 여성에게 부르던 칭호였다. 보통 어버이와 항렬이 같은 여성을 가리키는 “아주머니”라 하여 친숙하게 부르는 말이었으나, 조선시대에 와서는 형의 부인에게도 아주머니라는 칭호를 사용하였다. <구글 서치>

아줌마의 호칭이 주는 느낌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친근하고 푸근한 느낌도 있다. 응답하라 1988의 아줌마 모습은 좋다고 말하면서도 나는 그런 모습이고 싶지 않은 심리가 아닐까. 요즘 아줌마들은 아가씨 같은 분도 많은데, 사회 인식과 지금까지 그려온 아줌마에 대한 캐릭터가 아직도 60-70년대의 이미지에 멈춰 있나 보다. 그래서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는 강렬한 염원인가 보다. 

불려도 이제는 이상하진 않지만, 여전히 아줌마 호칭은 좀 싫다. 


호칭은 누군가 나를 대우하는 하나의 제스처다. 

이런 호칭은 나를 그 자리에 걸맞은 사람이 되도록 만드는 역할도 한다. 어쩌면, 그 단어가 주는 느낌보다 상대방이 나를 부를 때의 태도에서부터 느껴지는 감정이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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